사진제공 : 탄탄대로
사진제공 : 탄탄대로

드림아트센터에서 개막한 창작 뮤지컬 ‘유진과 유진’은 올해 초연으로 2인극 뮤지컬이다. 창작뮤지컬로, 원작 소설 『유진과 유진』을 대본화해 무대에 올렸다. 원작은 동명의 소설로 어린 시절 성폭력을 경험했던 큰 유진과 작은 유진의 성장통을 다룬 이야기로 우리에게 익숙하다.

청소년 문학에서 ‘아동 성폭력’이란 쉽지 않은 소재를 다루고 있어,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은 작품이기도 했다. 하나의 무대를 만들기 위한 첫 시작이 소설일 때, 그 준비과정은 더 까다롭고 예민할 수밖에 없을 거라 예상해본다.

글의 전달 방식과 무대의 전달 방식은 다르지만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엮은뮤지컬 ‘유진과 유진’. 관객들의 마음에 무엇을 선사할지, 무대를 어떻게 구현할지 많은 궁금증을 가지고 보게 되었다.

공연장에 들어서면 피아노 연주곡이 공연장의 분위기를 잡아주고 있다. 첼로와 키보드가 라이브로 연주되는 공간이 보이고 무대 위에는 1인용 책상 두개와 창문이 각각 올려져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임의적으로 비워둔 좌석을 제외하고는 주말 공연을 기대하며 입장한 관객들로 객석은 90% 채워진 듯하다.

사진제공 : 탄탄대로
사진제공 : 탄탄대로

2인극으로, 두 유진의 말과 노래로 전개를 풀어나간다. 큰 공백없이 무대를 빼곡이 채우는 말과 노래, 배우들의 목소리가 이어지는데, 적당한 공백을 사이 사이 배치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작은 유진이 자신의 과거 속 트라우마와 마주하기까지의 감정은 점점 고조되어 가고, 어떤 관객은 이 감정과 동화할 것이다. 가끔은 연기하는 배우의 언어적 표현을 공백처리 한다거나 또는 배경 음악 없이 울리는 배우의 목소리만이 휘몰아치는 감정을 더 극대화하기도 한다. 

보면서 참 잘 만들어진 창작 뮤지컬이라고 생각했다. 무대의 소품이 눈에 크게 띄거나 거슬리지 않는 점은 작고 소소한 것을 담은 무대만의 요소가 되기도 한다. 집중할 수 있는 포인트를 음악과 배우들의 연기로 이끄는 스토리에 두도록 했다. 무대는 두 유진의 공간으로 나누어져 책상과 의자를 활용해 집과 학교, 거리, 바닷가를 넘나든다.

물리적 공간을 비롯해 심리적 공간을 나타내기도 한다. 옥죄여 오는 과거의 기억, 현재의 고통에 갇혀버린 두 유진의 아우성을 표현할 때 의자를 벽처럼 둘러 쌓는다. 쾅 하고 내려놓은 의자처럼 절망적인 유진의 상황은 관객의 마음을 아프게 하기도 했다.

사진제공 : 탄탄대로
사진제공 : 탄탄대로

뮤지컬로 새 옷을 입은 ‘유진과 유진’은 두 배우의 야무진 연기로 시작된다. 이십 대가 된 큰 유진과 작은 유진은 두 사람의 중학교 2학년 시절 그날의 기억으로 돌아간다.

항상 모범생으로 조용히 학교생활을 하고 있던 작은 유진과, 공부에는 관심이 없지만 밝고 털털한 큰 유진은 중학교 2학년 때 같은 반이 된다. 큰 유진은 자신과 같은 유치원을 다녔던 작은 유진을 한눈에 알아보고 말을 건넨다. 하지만 작은 유진은 큰 유진을 난생 처음 보는 사람처럼 대한다.

큰 유진은 작은 유진에게 유치원에서 있었던 ‘그날’ 때문에 자신을 모른척 하느냐고 묻지만 작은 유진은 여전히 기억이 없다. 늘 어린 시절 헤어진 작은 유진을 궁금해했던 큰 유진은, 작은 유진의 반응에 실망하고 만다.

수학여행을 가게 된 어느 날, 작은 유진은 노는 친구들의 강압에 못 이겨 술과 담배를 하게 된다. 잠깐의 실수를 부모님이 알게 될까 노심초사하던 작은 유진은 이유를 알 수 없는 악몽과 환청에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된다.

사진제공 : 탄탄대로
사진제공 : 탄탄대로

작은 유진은 잃어버린 기억의 정체를 알기 위해 큰 유진에게 유치원 때 있었다는 ‘그 일’에 대해 묻는다. 그리고 유치원 원장이 자신들에게 성폭력을 저질렀고 그 일 이후 작은 유진네 가족은 갑자기 이사를 가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일은 두 유진에게 결코 지나간 기억의 한 부분이 될 수 없었고, 마치 낙인처럼 계속 따라다니고 있었다. 이야기는 ‘아동 성폭력’을 겪은 두 청소년이 고통의 과정을 겪으며 단단해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너의 잘못이 아니야”라며 큰 유진을 안아주는 엄마의 대사는 우리 모두에게 각자의 의미로 위로를 주고 마음을 치유해 준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고통이 상처가 되고 상처가 옹이가 되어 삶을 단단하게 만들어 주기에 두 유진이 겪은 것은 우리의 상상치를 벗어난다는 것을 말이다.

우리는 이런 현실을 자주 접하게 된다. 성폭력 피해자는 가해자가 처벌을 받더라도 꼬리표가 달린다. 결함이 있는 사람, 흠결이 있는 사람으로 또 다른 낙인이 찍힌다. 그런 아이와 사귀지 말라는 건우 엄마의 반대 때문에 큰 유진은 건우에게 이별 통보를 받는다.

사진제공 : 탄탄대로
사진제공 : 탄탄대로

잘못은 내가 한 게 아닌데 내가 왜 ‘그런 아이’로 불려야 하는지를 묻는 유진의 대사는 씁쓸하다. 어머니들의 위대한 사랑밖에 상처를 극복할 방법이 없는 결말은 되레 현실을 꼬집는다. 작품은 사이코 드라마 형식으로 진행된다.

1921년 오스트리아의 정신과 의사 모레노에 의해 시작된 사이코드라마는 심리극이라고도 하는데, 개인이 자신의 문제를 말 대신 행동으로 표현하는 방법이다.(출처 : 네이버 시사상식사전) 자신의 고통 당하는 상황을 무대 위에서 행동으로 옮기는 행위로 억압된 감정을 표현하게 된다.

뮤지컬 <유진과 유진>은 두명의 배우가 100분을 책임지는 작품으로 대사보다 노래의 분량이 많은 작품이다.   

또한, 최근 뮤지컬에 많이 사용되는 무대 뒷편에 영상을 쏘아 상황을 표현하는 방법을 사용하며 상황을 더욱 재미있게 만들기도 한다. 그렇게 뮤지컬 <유진과 유진>은 작품 전체가 두 유진의 상처 치유를 위한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저작권자 © 무비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