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에서 열린 뮤지컬 '판' 프레스콜에서 김지철(달수), 김지훈(호태), 김아영(춘섬), 박란주(이덕), 이경욱(이조), 김지혜(분이), 최영석(산받이) 배우들이 시연을 하고 있다. '판'은 전통문화에 뮤지컬 장르를 덧입힌 작품.

19세기 조선 후기 양반가 자제가 전문적으로 소설을 읽어주는 전기수를 만나 최고의 이야기꾼이 되는 과정을 통해 사회상을 그리고 있다. 2017년 3월 CJ문화재단 스테이지업 기획공연, 12월 정동극장 '창작ing' 시리즈로 관객과 만나며 평단과 대중의 호평을 동시에 들었다.

극을 이끌어가는 연희자를 중심으로 빚은 음악편성이 감각적이다. 키보드, 바이올린, 드럼 등 서양악기와 장구 등 전통악기가 내전(內戰)을 벌이기보다 균형을 이룬다. 서양 뮤지컬 작법의 노래들은 극 전개를 이끌고, 우리의 흥과 한이 밴 변화무쌍한 장단은 뜨거운 인물들의 심장 박동을 돕는다.  

꼭두각시놀음 외에 솟대쟁이패 등 한국 전통 연희를 세련되게 잘 녹여냈다. 조선 후기의 직업 낭독가 '전기수(傳奇叟)'인 호태가 든 '사또 인형'이 끊임없이 '고층 탑'을 쌓는다. "역세권" "똘똘한 한채" 등 현재 대한민국 전국민을 들끓게 하는 익숙한 용어들이 난무한다.

그걸 가만히 지켜보던 '달수'는 "뭔 냄새 안 나요"라며 이런 의성어로 재채기를 한다. "엘에이치(LH)~!!" 올 상반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의혹 사태를 비꼰 것이다.

자신의 욕망을 거리낌 없이 들어내는 '내시의 아내' 이야기는 지금도 신선하다. 마지막 장면은 쾌감이다. 흉포한 세상을 풍자한 패관문학을 유포했다고 감옥에 갇힌 달수와 호태는 마지막으로 사또 앞에서 이야기 판을 벌인다.

'판'은 19세기 조선을 배경으로 양반가 자제인 달수가 최고의 이야기꾼이 되는 과정을 그린다. 작품은 달수와 이야기로 조선의 여인들을 홀리는 전기수(전문적으로 소설을 읽어주는 직업) 호태, 전기수가 활동하는 이야기방인 매설방의 여주인 춘섬, 이곳에서 소설을 필사하는 이덕이 극을 이끌어간다.

전기수 호태를 만나 금지된 이야기의 맛에 빠져든 달수는 호태로부터 '낭독의 기술'을 전수한다. 그러던 어느 날 세상을 혼란스럽게 한다는 이유로 소설 검열이 시작되고, 주막으로 위장해 운영하던 매설방은 위기에 처한다.

이번 공연에는 극의 해설자인 ‘산받이’ 역할을 제외한 전체 더블 캐스팅으로 총 13명의 배우가 출연을 확정했다. 초연 배우인 김지철, 류제윤, 김지훈, 최유하, 김아영, 박란주, 임소라 배우와 산받이 최영석이 이번 공연 무대에 올랐다.

이밖에 원종환, 최수진, 류경환, 이경욱, 김지혜 배우가 새로 합류했다. 뮤지컬 ‘판’은 오는 9월 5일까지 국립정동극장에서 총 48회 공연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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