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작은 전시회에서 소유의 기쁨을 누리다

몇 해 전 페이스북을 통해 알게된 어느 화가의 작은 전시회에 갔었다. 평소 포스팅을 통해 보아온 화가의 그림을 퍽 좋아했어서 전시회장에 가는 것 만으로도 설레었다. 그 때만 해도 전시회에 걸린 그림이라고 하면 적어도 수백만원 이상 가격이 나갈 거라 여기던 나였다.

그런데 전시회에 걸린 그림에 붙은 가격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무리 작은 그림이라 해도, 그런 멋진 작품과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아 놀랐다. 하지만 당시의 나는 이혼 후 백수 신분에 빚만 가득했던 시절이라 사실 그 믿을 수 없는 가격 조차 선뜻 손 내밀기 어려웠다.

하지만 나는 그 그림을 소유했다. 내 돈으로 산 첫번째 그림이다. 그 그림을 사면서 마음 속으로 굉장히 응원도 했고 꿈도 꾸었다. 훗날 화가의 작품이 인정 받아 성공한다면 이 날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그림을 들인 내 안목도 인정 받게 될 거라는. 그건 아주 뿌듯하고 행복한 상상이었다.

사람들이 어째서 갤러리를 돌며 작품을 소유하려 하는 지 비로소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소유의 기쁨 안에는 시각적인 행복에 더 해 언젠가 내 선택이 그 그림과 함께 인정 받길 바라는 격려와 소망이 들어 있음을.

허유림 큐레이터의 기획으로 을지로 지하 시티스타몰 안의 작은 갤러리 '스페이스 MM'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바로 그런 '소유의 기쁨'이 테마이다. 그녀는 오래 전 영국의 소규모 갤러리 등을 돌며 조금씩 컬렉팅 해온 유럽의 그림들을 이번 전시회에 아낌없이 풀었다.

물론 이름을 대면 알 만한 유명한 화가들의 작품은 아니다. 그러나 80년대의 작품도 있고, 화풍이나 주제도 다양한 데다가, 매입가에 거의 액자값만 붙이는 정도로 작품가를 책정해 그림 입문자에게 말 그대로 첫 소장의 기쁨을 안겨주려 작정한 듯 하다. 

보는 즐거움이 소유의 기쁨으로 연결되는 순간은 예고하고 오지 않더라. 작품은 내가 돈이 많다 해서 살 수 있는 것 또한 아니다. 진부하지만 이것도 연(緣)이자 그 작품으로부터 내가 선택받는 일이 아닐까. 아주 작고 귀여운 작품 하나를 예약했다.

그러니까 나로선 두 번째 소장 작품이 되는 셈이다(사진에는 없음). 절대 허세롭지 않은 금액이었으나 소장의 기쁨을 숫자로 매기는 일일랑 불가능하다. 허유림 큐레이터를 보면 이 일이 얼마나 즐거워서 하는 것인지가 눈에 고스란히 들어온다.

갤러리를 나서며 부디 그녀가 즐거이 하는 일이 생계 수단을 넘어 윤택한 길로 걷는 일이길 바라는 기도하는 마음이 되었다. 갤러리 벽에 걸리지 않은 그림도 있으니 그녀에게 보여 달라고 졸라보자. 어쩜 그 곳에 내 몫의 소장의 기쁨이 싸여 있을지 모르니까. 

 

    <작은 전시회 안내>

☆ 갤러리 닫는 시간: PM 6시

☆ 전시일정: 8월 18일까지 

☆ 스페이스MM 위치: 서울시 중구 을지로 12 시티스타몰 새특4-1호

http://naver.me/56IaS8S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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