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일 오후 1시 서울 서강대 메리홀에서 제21회 서울세계무용축제(시댄스) 개막작 '난파선-멸종생물 목록'을 연출한 안무가 피에트로 마를로 내한 기자회견과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이날 피에트로 마룰로는 "난민들의 이야기를 통해 무대에서 난민촌을 만들고자 했다"고 밝혔다. 올해 '시댄스'의 주제는 '난민(Refugee)'이다. 마룰로는 "'난파선'은 사람들이 나타나고 사라지는 것에 대한 은유다.

사람들이 왜, 어떻게 사라지고 나타나는지 생각하게 만든다. 플라스틱 재질을 이용해 이것이 무대를 장악하거나 사라지면서 표현된다"며 "직접 난민촌이나 정치가를 찾아가 이야기를 듣는다. 이 방법이 경제적으로나 예술적으로 도움이 많이 된다.

무대는 시각화하는 도구일 뿐"이라며 "제 역할이 사람들에게 정보를 주는 것이 아니라 이를 알 수 있는 환경을 주는 거라고 생각한다. 은유를 통해 이런 현상들을 공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피에트로 마룰로는 매년 유럽에서 가장 떠오르는 신진 안무가 20인을 선정해 작품을 선보이는 플랫폼 '에어로웨이브즈 트웬티(Aerowaves Twenty)' 프로그램으로 선보이고 있다.

이 작품은 덴마크, 스위스, 벨기에, 이탈리아, 프랑스, 네덜란드, 멕시코, 이스라엘, 노르웨이, 미국, 대만 등 올해에만 15여 건의 초청을 받으며, 만 33세의 젊은 나이인 그의 명성을 단박에 신인에서 중견급으로 올려놓았다.

마룰로는 "유럽에는 좋은 네트워크 시스템이 있다.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이 있어서 좋다"며 "유럽에서는 현재 무용계뿐만 아니라 예술계 전부가 정치적인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20년 전부터 자주 난민들의 배가 난파하는 비극을 봤다. 국제적, 국가적 문제기도 하지만 개인에게도 문제다. 정치계에서는 이를 남용하고 있다.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유럽에서 정치적 문제에 관심이 많은 이유에 대해 의견을 밝혔다. 

 

국제무용협회(CID-UNESCO)가 주최하는 제21회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이하 시댄스)가 10월 1일부터 19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서강대 메리홀 대극장, KOCCA 콘텐츠문화광장에서 열린다.

올해는 핀란드, 포르투갈, 벨기에·프랑스, 영국, 스페일, 독일, 룩셈부르크, 시리아, 중국, 일본 등 26개국에서 60개 단체가 참여해 총 53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직촌 최대 문제인 '난민'을 주제로 하는 특집 프로그램을 마련해 8개의 작품 안에 예술가들의 다양한 시선을 담아냈다.

지난 5월 제주 국제공항에 예멘인들이 대거 입국해 난민 신청을 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한국은 동아시아 국가 중 최초로 2012년 난민법을 제정하고 이듬해 7월부터 시행했다. 하지만 2017년 12월 31일 기준 난민 신청자는 9557명으로 수용률은 약 4%에 불과하다. 이는 난민협약국가의 평균인 38%에 훨씬 못 미치는 수치다.

 

이종호 시댄스 예술감독은 "작년 20돌을 맞으면서 현대무용의 보급과 확산, 인식 제고라는 계몽주의적인 마인드에서 벗어나 21회부터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그 변화의 시작을 '난민'에 대한 춤의 대화를 나누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세계 10위권 경제대국 한국이 가지고 있는 국제적 지위에 비해 인권, 환경 난민 등에 글로벌 이슈는 너무 소극적"이라며 "멀게만 느껴졌던 난민 문제가 사실은 이미 가까이에 와있다. 난민 수용에 대한 찬반 문제를 이야기하는 게 아닌,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싶다"고 전했다.

총 8개 난민 관련 공연은 이탈리아·벨기에 '난파선-멸종생물 목록' 시리아·프랑스 '추방' △ 영국 '국경이야기'  한국 '부유하는 이들의 시'  한·불합작 '망명  콩고 '나의 배낭' 이란·프랑스 '칼날의 역설' 독일 '볼프강'이다.

축제의 개막작은 이탈리아 출신의 안무가 피에트로 마룰로가 이끄는 인시에미 이레알리 컴퍼니가 이끄는 '난파선-멸종생물 목록'이 선정됐다. 무대 위에는 성서 속 거대바다 괴물 레비아탄을 연상시키는 커다란 검은 물체가 등장한다. 이는 거대자본주의, 정체성의 포기, 이방인에 대한 두려움과 망설임을 형상화했다.

시댄스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최고 수준의 명성과 규모를 자랑하는 '댄스 프리미엄', 세계 무용의 다양한 흐름을 들여다볼 수 있는 '댄스 모자이크', 축제를 발판 삼아 우리 무용가들의 국제무대 진출을 꾀하는 '댄스 플랫폼' 3가지 섹션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한다.

 

핀란드 국민 훈장 '프로 핀란디아'를 받은 안무가 테로 사리넨과 아코디언 뮤지션 킴모 포흐요넨이 협업한 신작 '숨', 2018 베니스비엔날레 은사자상을 수상한 마를레느 몬테이루 프레이타스의 '바쿠스-제거의 전주곡'이 아시아 초연돼 기대를 모은다.

제21회 서울세계무용축제는 피에트로 마룰로의 '난파선-멸종생물의 목록'을 시작으로 핀란드, 포르투갈, 벨기에, 프랑스, 영국, 스페인, 독일, 룩셈부르크, 시리아, 중국, 일본, 한국 등 26개국 60개 단체의 53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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