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르담 드 파리]  (제공. 마스트엔터테인먼트)
[노트르담 드 파리] (제공. 마스트엔터테인먼트)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오리지널 내한 공연의 마지막 호흡이 끝나자 객석에서 환호가 터졌다. 누구랄 것 없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기립 박수를 쏟아냈다.

20주년 기념 버전으로 의상, 안무, 조명 등을 업그레이드하고 10개월 여 만에 다시 한국을 찾은 프랑스 오리지널 프로덕션은 한국 관객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겠다는 듯 혼신의 무대를 선보였다.

최고의 음악, 최고의 배우, 최고의 무대장치 등의 3박자가 완벽하게 합을 이루며 객석을 감동의 물결로 휘감았다.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소설 ‘노트르담 드 파리’를 원작으로 한 ‘노트르담 드 파리’는 대사 없이 노래로만 이뤄진 성 스루(Sung-through) 형식의 뮤지컬이다.

15세기 파리를 배경으로 아름다운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를 향한 노트르담 대성당의 종지기인 꼽추 ‘콰지모도’와 욕망에 휩싸인 사제 ‘프롤로’, 근위대장 ‘페뷔스’의 각기 다른 사랑을 그린다.

[노트르담 드 파리]  (제공. 마스트엔터테인먼트)
[노트르담 드 파리] (제공.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이번 프랑스 오리지널 프로덕션에서 돋보였던 것은 신·구 배우들의 조화였다. 초연부터 지금까지 무대를 지켜온 원년멤버와 고정 배우들의 노려함과 이번에 새롭게 합류한 배우들의 신선함이 어우려져 빈 틈 없이 꽉 찬 무대를 연출했다.

먼저 지난해 한국을 찾아 폭발적인 가창력을 선보였던 콰지모도 역의 안젤로 델 베키오, 아름다운 짚시 여인 에스메랄다를 완벽하게 소화한 엘하이다 다니,

초연 무대부터 활동하며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프롤로’역으로 통하는 관록의 다니엘 라부아와 2005년 서울 공연부터 극중 해설자인 구랭구와르와 역으로 리샤르 샤레스테가 관록의 무대를 책임졌다.

“대 성당의 시대가 찾아왔어, 이제 세상은 새로운 천년을 맞지”

[노트르담 드 파리]  (제공. 마스트엔터테인먼트)
[노트르담 드 파리] (제공. 마스트엔터테인먼트)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를 본 적이 없어도 한 번이라도 들어봤을 노래 “대성당의 시대”중 일부이다. 이야기는 파리의 음유시인 그랭구와르의 새로운 시대에 대한 서곡으로 시작된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의 주교 프롤로는 어릴 적 버려진 꼽추 콰지모도를 성당의 종지기로 키워 충직한 종으로 삼는다. 그러던 어느 날 집시들이 모여사는 곳에서 아름다운 여인 에스메랄다의 모습을 본 프롤로 주교는 그녀에게 빠져들며 욕망에 흔들린다.

이러한 욕망을 채우기 위해 프롤로는 콰지모도에게 에스메랄다의 납치를 명한다. 콰지모도가 에스메랄다를 납치하려는 순간, 근위 대장 페뷔스가 그녀를 구하고 콰지모도를 체포한다. 페뷔스는 이미 약혼자가 있었지만, 에스메랄다에게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진다.

한편 체포된 콰지모도는 형틀에 묶여 애타게 물을 찾지만, 모두가 그를 외면하고, 에스메랄다만이 그에게 물을 거네고, 그 순간 콰지모도는 그녀의 따스한 손길에 감동하며 사랑에 빠진다.

에스메랄다를 향한 안타까운 사랑의 콰지모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잘못된 욕망과 집착의 길을 가는 프롤로, 단순한 욕망으로만 그녀를 사랑하는 페뷔스. 이들이 부르는 삼색의 노래를 통해 다양한 형태의‘사랑’뿐 아니라 시대적 사회의 모순을 살펴본다.

[노트르담 드 파리]  (제공. 마스트엔터테인먼트)
[노트르담 드 파리] (제공. 마스트엔터테인먼트)

 

대사 없이 노래로만 극을 끌고 가는 ‘성스루 뮤지컬’

성스루 뮤지컬은 일반적으로 대사 없이 노래로만 극을 전개하는 뮤지컬을 뜻하는 것으로, 오페라에서 대사를 읊듯 노래하는 레치타티보와 비슷하기 때문에 오페라와 가장 유사한 뮤지컬로 불린다.

대표적으로는 뮤지컬 레미제라블, 뮤지컬 캣츠, 뮤지컬 요셉 어메이징 테크니컬러 드림코트 등이 있다. 이러한 성스루 뮤지컬은 뮤지컬 넘버만 들어도 하나의 작품 전체를 본 것처럼 생생하다는 장점이 있어,

뮤지컬 요소 중 '음악'을 가장 중시하는 사람들에게 각광받는 한편, 대사 대신 가사로만 극을 끌어가기 때문에 전달력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더욱이 내한 공연의 경우, 번안할 때 더욱 신경을 써야 하는 까다로움 또한 가지고 있다.

[노트르담 드 파리]  (제공. 마스트엔터테인먼트)
[노트르담 드 파리] (제공. 마스트엔터테인먼트)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이러한 성스루 뮤지컬의 단점을 잘 보완하였다. 바로 앞 좌석의 등받이에 모니터가 배치되어 있어 무대와 자막으로 이어지는 시선이 간결하고 적절한 눈높이여서 보다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었다.

대표 넘버라고도 볼 수 있는 오프닝은 깔끔하고 단순한 구성으로 멜로디와 노랫말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했으며 성스루 뮤지컬 특성상 제한된 노랫말 안에 스토리를 전달해야 하는

부담감 때문에 자칫 너무 많은 노랫말을 넣을 수도 있어 스토리 전달에 집중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단순하고 반복되는 노랫말로 극의 흐름을 잘 따라갈 수 있도록 했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매력을 꼽자면, 과하지 않은 연출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모든 장면, 모든 노래에서 힘을 주기보다, 힘을 쏟아야 하는 넘버와 그렇지 않은 넘버를 적절하게 조절함으로써 관객들이 극 내에서 필요한 부분에 집중할 수 있도록 길잡이가 되어주었다.

특히, 눈이 즐거워야 하는 장면에서는 평면적인 오브제들보다 입체적이고 큼지막한 오브제들을 활용하여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무겁지 않은 무대를 살려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으며, 그렇지 않은 장면에서는 보다 작은 오브제를 배치하거나 넘버에 집중할 수 있는 조명 등을 적절히 사용하여 귀가 즐거운 뮤지컬로 기억 남을 수 있도록 했다.

[노트르담 드 파리]  (제공. 마스트엔터테인먼트)
[노트르담 드 파리] (제공.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오브제뿐 아니라 무대연출 및 안무 연출에서도 선택과 집중은 빛을 발했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이야기를 다 표현하기엔 다소 작은 무대이지만, 무대 안에서 공간을 입체적으로 구성하고 무대장치를 다양하게 배치함으로써 한정된 공간 안에서 최적의 상태로 연출하였다.

안무는 단순한 군무보다는 개인의 표현력을 엿볼 수 있는 구성들로 연출하였다. 이뿐만 아니라 인물들의 내면을 춤추는 그림자로 연출하여 노래로만 전달하기에 제한적인 부분들을 그림자와 춤의 만남으로 내면의 세밀한 부분까지 간접적으로 체험해 볼 수 있는 인상적인 연출이었다.

[노트르담 드 파리]  (제공. 마스트엔터테인먼트)
[노트르담 드 파리] (제공. 마스트엔터테인먼트)

‘노트르담 드 파리’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뮤지컬 답게 실력과 경험을 갖춘 월드클래스의 베테랑 배우들이 높은 수준의 무대를 선보여왔다.

‘콰지모도’ 역에는 지난해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절절한 슬픔을 표현하며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안젤로 델 베키오(Angelo Del Vecchio)와 새롭게 캐스팅 된 막시밀리엉 필립 (Maximilien Philippe)이 출연한다.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 역은 엘하이다 다니(Elhaida Dani)와 캐나다 출신의 젬므 보노 (Jaime Bono)가 열연을 펼친다. ‘대성당의 시대(Le Temps des cathedrals)’로 공연의 막을 올리는 파리 거리의 음유 시인이자 극중 해설자인 ‘그랭구와르’ 역에는 리샤르 샤레스트(Richard Charest)와 존 아이젠(John Eyzen)이 무대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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