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 컷= 비올레타(Violetta/My Little Princess)
스틸 컷= 비올레타(Violetta/My Little Princess)

먼저 감각적인 포스터가 눈길을 끄는 작품 <비올레타>는 예쁜 여자아이와 프랑스 대표 배우, 이자벨 위페르의 투샷이 아름다운 영화로 청소년관람불가이다.

섬세한 인물간의 갈등과 감각적인 미장센, 그리고 날카로운 문제의식이 매력적인 프랑스식 시선이 이번엔 모녀관계를 그려냈는데,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라고 한다.

영화는 파리에서 예술가로 인정받고 부와 명예를 누리고 싶은 엄마, 한나가 딸에게 사진모델이 되어달라고 한 후 더 자극적인 포즈와 결과물들이 둘의 관계를 최악으로 치닫게 한다는 내용이다.

딸은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보이는데, 감독의 데뷔나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극장에서 엔딩크레딧과 함께 끝나는 영화가 있고, 극장을 나오면서도 고민하게 하는 영화가 있는데 <비올레타>는 보면서도 불편했지만, 보고 나서도 잊히지 않고 꼬리를 무는 질문들에 한동안 머릿속이 복잡한 작품이었다.

비올레타가 미성년인데, 미성년의 기준은 누가 만든 걸까? 지금 한국 기준으로 만18살이 되면 성년이 되는데, 술집 출입과 보육원에서 독립해야 한다는 거 말고, 뭐가 달라지는 걸까?

현재 14세 미만 형사책임능력이 없는 촉법소년법은 과연 옳은 걸까? 살인을 하고도 강간을 하고도 음주운전을 하고도 당당한 그들을 보호해줘야 할 만큼 약한 존재인 것일까? 영화 <부력> <가버나움> <소년시절의 너>에서의 미성년자들은 단지 운이 없는 존재들일까?

부모 혹은 어미의 모성은 본능일까? 사회적인 학습과 약속일까? 인간은 나이를 먹으면서 성숙해져가는 게 당연한 걸까? 아니면 노력의 결과일까? 부모의 자식 사랑, 소유의식, 의무는 분리될 수 있을까?

아동학대는 무조건 분리시키는 서양과 성폭행을 당해도 다시 집으로 돌려보내는 한국의 법은 옳다 그르다의 기준이 있는 걸까?

콩고 피그미족은 여자 10살 정도에 결혼을 한다. 얼굴도 모르고 결혼식을 하는 풍습으로 결혼식 당일 날 서로를 볼 수 있다. 신랑신부가 함께 움막에 들어가서 24시간 동안 나오지 않으면 둘은 정식부부가 되는 거다. 물론 거부권도 있다.

스틸 컷= 비올레타(Violetta/My Little Princess)
스틸 컷= 비올레타(Violetta/My Little Princess)

신랑, 신부는 13살 10살이고, 결혼이 성사되면 그때부터 약 10명 이상의 아이를 낳으며 산다고 한다. AI로 만든 인공인간이 실제인간보다 영향력을 미치는 시대에 웬 시대착오적인 언급이냐고 할 수 있겠지만, 인류의 생존이 담보된 다음 도덕과 문화가 세워지고 예술과 과학이 존재하는 것이니까.

피그미족의 문화가 비인간적인 폭력일까? 어미의 비뚤어진 욕망의 피사체가 된 딸, 비올레타를 두둔하고, 한나를 범죄자로 치부하는 판단의 기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과연 11살이 아무것도 모르는 나이일까, 어미의 사랑을 못 받은 딸의 결핍으로 비올레타의 모든 행동과 선택이 정당화 될 수 있는 걸까, 과연 비올레타는 자신의 욕망과 선택은 없었던 걸까.

자신의 어미와의 관계에서 이미 비뚤어진 관계설정을 체득한 한나가 나이를 먹으면서 당연히 혹은 자연스럽게 치유가 되고 건강해질 수 있는 걸까, 우리의 시선과 잣대에 부합하지 않는 한나의 행동을 우리가 판단할 수 있는 걸까,

자식에 대한 소유욕은 어디까지 인정되어야 하는 걸까, 그렇다면 자식의 자식까지 돌보는 우리 부모세대의 마음은 건강한 자식사랑일까.

3.1운동의 주역 유관순은 17살에 옥사했고, 광주민주화운동의 주체는 고등학생이었다. 최근 몇 년 간 끊이지 않고 뉴스에 등장하는 촉법소년 사건은 범죄와 훈방과 재범을 반복하고도 당당한 모습을 보인다.

경찰에게 "저 촉법 나이인 거 아시죠?"라고 하는 무서운 범죄자들. 음주운전이나 집단폭행, 강간, 살인 등 도저히 보호해줘야 할 아이들의 실수라고 하기에는 두려운 사건들 아닌가.

자식 vs 부모의 권리관계나, 미성년 vs 성인의 잘잘못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 문화, 국가, 시대마다 다르게 규정되는 아이에 대한 법의 평가와 허용하는 범위에 따라 제공되는 용서와 기회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나이와 비례해서 인격이 성숙하는 것이 아니듯, 미성숙이 모든 행동과 선택이 면죄부가 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포스터= 비올레타(Violetta/My Little Princess)
포스터= 비올레타(Violetta/My Little Princ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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