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박문칠 감독, 안이정선, 박혜정
사진= 박문칠 감독, 안이정선, 박혜정

여든 두 살 왈패 순악 씨의 전쟁 같은 삶을 말과 그림으로 이어 아름다운 꽃으로 피워낸 20세기와 21세기를 악시게(억세게) 이어온 여성들의 삶을 통해 세대를 뛰어넘는 공감과 위로를 전하는 영화 <보드랍게>가 박문칠 감독, 안이정선, 박혜정이 참석 한 가운데 2월 9일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성황리 개최했다.

<보드랍게>는 기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다룬 작품들을 경유해 보다 새로운 시선과 얼굴, 질문을 던지며 잊어서는 안 될 역사와 마주해야 할 개인의 삶을 비추는 작품이다.

<마이 플레이스> <파란나비효과> 박문칠 감독의 3번째 장편 다큐멘터리로,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상과 제12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아름다운 기러기상을 수상하는 등 국내외 유수 영화제에서 크게 주목받았다.

기존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영화들이 위안소에서의 피해 사실이나, 커밍아웃 이후 투사로서의 모습을 중점적으로 다뤘다면 <보드랍게>는 해방 이후 이들이 수십 년 간 침묵을 강요당한 시간에 주목하며 김순악 씨의 삶을 입체적이고 통시적으로 조망해 과거의 여성 김순악과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시대 여성들을 잇고, 공감과 위로를 불러일으킨다.

먼저, 박문칠 감독은 “코로나19 등의 상황으로 제작 후 정식 극장 개봉이 늦어졌는데, 이제라도 관객 분들을 만나게 되어 기쁘다. 하늘에서 보고 계실 김순악 선생님도 기뻐하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개봉을 맞은 소감을 전했다.

그리고 “이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한 훌륭한 영화가 많아 어떤 이야기를 새롭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와중에 시민모임에서 갖고 계신 여러 자료를 쭉 볼 기회가 있었다. 그러다 제 눈에 김순악 선생님의 삶이 유독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특히나 그가 해방 이후 겪으신 일들이 가슴 아프기도 하고,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 생각해 그의 삶을 영화로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며 기획의도를 밝혔다.

또한 “소녀로서 전쟁 같은 삶을 겪거나, 할머니로서 투사가 된 모습에 우리 사회가 집중했다면, 순악 씨는 소녀와 할머니 사이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셨는지 보여주기에 좋은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분의 이야기를 깊게 파고 들어가서 그 사람을 온전히 하나의 인간으로 우리가 이해하고 만날 수 있는 영화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영화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출연자 중 김순악 씨를 가장 오랜 기간 지켜본 안이정선 출연자는 “김순악 할머니를 1999년 가을에 찾아가서 만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상처를 많이 받아 가시가 돋은 상태이셨기 때문에 말 붙이기가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할머니께 당신 탓이 아니라고 말씀드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생각해서 계속해서 말씀드렸고 그러면서 할머니의 마음이 풀린 것 같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신고 이전과 이후의 할머니의 삶이 많이 달랐다고 느낀다. 영화를 보니 할머니가 많이 그립다”며 오랜 시간 함께했던 순악 씨에 대한 그리움을 전했다.

증언을 낭독한 박혜정 출연자는 “미투 운동을 진행하면서 더 진행하고 싶지만 길을 잘 모를 때 이런 영화를 준비하신다는 얘기를 듣고, 참여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대본 연습을 하면서 할머니가 살아오신 모습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해서 하나하나 짚어가는 모습들 속에서 제가 미투를 준비할 당시 마음이 들끓고 힘들었던 마음에 할머니에게 공감도 많이 느끼면서 위안을 받는 작업이었다.”며 출연 계기와 촬영 소감을 전했다.

한편, 구술 낭독의 형식을 선택하게 된 이유에 대한 질문에 박문칠 감독은 “어떻게 하면 지금 시점에서 현재의 사람들에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야기를 오늘날 우리의 해석으로 들려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여러 연령대의 젊은 여성의 목소리로 들려주면 어떨까 구상했다.

그리고 그 여성들이 과거의 여성들과 만나면서 생길 변화가 창작자로서 궁금했다. 이를 통해 박제 화된 기록으로 남는 것이 아닌, 현재와의 연결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낭독 형태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박혜정 출연자는 “일본군 ‘위안부’피해자 문제에 관심을 가지지 못했고 역사적 아픔에 대해 무지했다. 할머니가 평생 숨겨 오셨던 것처럼 저는 10년 동안 저의 사건을 누구에게도 이야기할 수 없었던 시간이 있었다.

미투를 진행하면서 이 사건이 누가 봐도 잘못된 일이고, 저는 피해자였다는 것을 느끼고 홀가분한 감정도 들었다. 할머니들도 비슷한 마음으로 목소리를 내셨겠구나 공감이 되었고, 멀게만 느껴졌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공감하게 되었다.

우리가 함께 사회의 변화를 만들어가면 좋겠다.”며 영화 참여 이후 마음의 변화에 대해 밝혔다. 끝으로 박혜정 출연자는 “할머니가 하셨던 말 중 ‘그랬구나, 참 애묵었다’ 이 말을 보드랍게 듣고 싶으셨다고 하셨는데 저도 제 스스로에게 그 말을 듣고 싶었던 것 같다.

어떤 상처를 가지고 있든, 위로를 받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위로가 되는 영화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밝혔다. 안이정선 출연자는 “코로나19 때문에 많이들 힘드신데, 할머니 이야기를 접하면서 한편 위안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관심 있는 모든 분들이 <보드랍게>라는 제목에 이끌려 한 번은 봐 주셨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며 많은 관객이 영화를 만날 수 있기를 전했다.

박문칠 감독은 “<보드랍게>는 새로운 인물, 새로운 화두를 던지고 있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이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영화를 많이 접한 분들도 새로운 생각을 갖고 갈 수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

김순악의 악시게 살아온 삶을 통해 모든 분들이 공감과 위로를 얻을 수 있는 영화라는 점을 꼭 말씀드리고, 그런 분들이 많이 보시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며 기자간담회를 마쳤다. <보드랍게>는 2월 23일 개봉한다.

포스터= 보드랍게(Comfort)
포스터= 보드랍게(Comf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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