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배우 윌 스미스가 전세계 영화인들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시상식에 서있는 배우 겸 코미디언 크리스 락의 뺨을 말 그대로 휘갈겨 버린 것이다.
발단은 크리스 락이 윌 스미스의 아내 제이다 핀켓 스미스의 삭발을 가리키며 <지.아이.제인> 2탄에 출연해도 되겠다고 농담했고, 이에 분노를 참지 못한 윌 스미스가 갑자기 무대로 성큼성큼 올라가 크리스 락의 뺨을 후려 친 것이다.
오랜 경력의 배우 윌 스미스가 모든 이가 지켜보는 지극히 공적인 무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크리스 락의 뺨을 친 배경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윌 스미스의 아내 제이다 핀켓 스미스는 원인을 알 수 없는 희귀병으로 인해 탈모가 상당히 진행 된 상태로, 최근에는 병을 인정하며 삭발 상태로 지내왔다.
탈모와 동시에 제이다는 공황 장애를 얻게 되었고, 딸 윌로우 스미스는 엄마와 똑같이 삭발을 한 상태로 모 방송사에 출연해 인터뷰에서 “엄마에게 힘을 주고 싶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아픔을 겪는 윌 스미스 가족들을 향해 크리스 락은 삭발상태의 여군이 주인공인 <지.아이.제인>을 언급하며 제이다 핀켓을 조롱한 것이다.
<지.아이.제인>은 데미 무어가 연기한 주인공 조던 오닐은 성차별이 만연한 군대 속에서 군인으로서의 자신의 의지를 보이기 위해 삭발을 감행하는 내용인데 크리스 락은 삭발을 조롱거리로 삼으며 제이다 핀켓과 데미 무어를 동시에 욕보이게 만든 셈이다.
윌 스미스에게 제대로 얻어 맞은 크리스 락은 “농담이었을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윌 스미스는 “그 X같은 입에서 내 아내의 이름 나오지 않게 하라”라고 소리쳤다. 아카데미에서 절대 쓰여서는 안되는 F로 시작하는 욕설을 내뱉으면서 말이다.
잠시 후 남우주연상 수상을 하게 된 윌 스미스는 수상 소감에서 눈물을 흘리며 “사람들이 당신에게 무례하게 굴어도 웃어야 하며 아무렇지도 않은 척해야 한다. 내 행동에 놀랐을 아카데미 측과 동료들에게 사과하고 싶다.” 라고 밝혔다.
아카데미가 끝난 후 인터넷은 당연히 들끓었다. 미국과 한국 네티즌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미국 네티즌들은 ‘어떤 경우에도 폭력은 용인되어서는 안된다.’ ‘돌발상황에서 의연하게 상황을 이끌어 간 크리스락은 대단한 프로다.’ 라고 말하며 크리스락을 두둔하는 반면,
한국의 네티즌들은 ‘가족을 건드리는 건 나도 못 참는다.’’윌 스미스가 잘 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크리스 락이 먼저 시비 걸지 않았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것’이라며 윌 스미스의 손을 들어주었다.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미국과 ‘동방예의지국’ 한국의 매우 다른 정서가 드러나는 순간이다.
기자 역시 윌 스미스의 행동을 잘 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는 공적인 자리에서 폭력을 휘두르는 것에 대한 대가를 톡톡히 받게 될 것이다. 남우주연상 반납 얘기까지 나오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동안 노인 혐오와 인종 차별 발언으로 인기를 얻고, 여전히 아카데미에 설 수 있는 크리스 락과 ‘표현의 자유’ 운운하며 그를 묵인한 ‘자유의 나라’ 미국의 모순에 치가 떨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