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출처(CGV)= 약속의 네버랜드
이미지출처(CGV)= 약속의 네버랜드

영화 '약속의 네버랜드'는 미래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아름다운 풍광과 건강하고 밝은 아이들, 행복한 웃음까지 너무 완벽한 모습과 주인공 엠마(하마베 미나미 분)의 기분좋은 내레이션이 관객에게 정반대의 현실을 상상하게 한다.

이완 맥그리거와  스칼렛 요한슨의 2005년 작 '아일랜드'에서의 건강하게 관리된 인류의 모습과 오버랩되는 지점에서 자연스레 복제인간이나 장기밀매를 떠오르게 한다. 

비슷한 세계관과 상상력을 가진 감독들의 작품으로 단련된 관객에게는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흐름인데, 이런 끔찍한 세계관을 예상할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서글프게 다가온다.

현실에서 다양한 이슈들과 지표들이 보여주는 미래가 유토피아가 아니라 디스토피아일 거란 전망을 받아들인 관객에게 2045년의 고아원의 모습이 저렇게 완벽할 리가 없다는 확신, 결국 과학의 발전과 이기심의 극대화가 가져올 미래는 인간이 인간을 도구로 사용한다는 끔찍한 전망이 불가능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약속의 네버랜드'의 '그레이스필드하우스'는 고아원이지만 사실은 '인간사육농장'이다. 아이들은 입양이 결정돼서 바깥세상으로 나가는 걸 기다리고 축하해주지만, 밖으로 나간 그 누구도 편지를 보내지 않는다.

입양은 곧 상품으로 출하되는 날. 양육이 아니라 식용고기로 사육되고 있었다는 사실이 이 영화의 가장 큰 축으로, 입양돼서 나간 아이는 문도 통과하지 못하고 그곳에서  도살된다.

괴물의 존재와 고아원의 실체를 영화 초반부에 드러낸 후, 러닝타임 대부분은 사육자 '마마'와 사육되는 아이들의 두뇌싸움으로 진행된다.

탈옥하려는 아이들과 추적장치와 높은 담으로 식량의 이탈을 막는 감시자. 그리고 그 상황에서 드러나는 이중첩자와 '마마'의 자리를 탐내는 다른 존재까지, 흡사 인간세상의 모습과도 닮아있다. 

사진출처(다음)=약속의 네버랜드
사진출처(다음)=약속의 네버랜드

다만, 고아원이 아니라 '인간 농장'이란 사실과 자신들이 식용 고기라는 큰 비밀을 안 후에도 크게 동요하지 않고 초긍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엠마의 과장된 발랄함과 마인드는 관객에게  인물의 감정에 몰입하지 못하게 하면서 재미가 아니라 강요를 느끼게 한다.

감시자 '마마'와 아이들은 서로 모든 것을 알고 있지만 내색하지 않아야 한다는 묵시적 약속을 한 듯 겉으로는 평온한 일상을 살아간다. 어색하고 이해되지 않는 순간들에서 일본의 문화와 국민성을 엿볼 수 있다.

자연재해로 집과 가족을 잃은 노인이 인터뷰를 할 때조차도 울부짖거나 감정을 드러내면 폐를 끼치는 것이라 여기고, 정해진 규칙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야 한다는 강박에 가까운 모습들,

개인의 슬픔을 겉으로 드러내는 것을 타인과 공동체에 미안해 해야한다는 정서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아이들의 대사와 선택은 다른 문화권의 관객에게는 부자연스럽게 다가온다. 

내일 괴물에게 먹힐 걸 알면서도 타인을 생각할 수 있는 15살의 소년의 감정과 태도를 집단을 위한 숭고한 희생으로 추켜세우는 모습으로 감독은 무엇을 기대한 걸까?

다정하고 친절한 태도와 말투로 아이들을 '사랑으로 키웠다'고 말하면서 '현실은 바꿀 수 없으니 하루라도 더 행복하게 살다'가 내일 잡아먹히라고 말하는 '마마'의 모습은 총칼과 피가 낭자한 전쟁터보다도 더 잔인하게 관객의 마음을 공격한다.

2045년, 인간의 뇌를 먹어야 지성을 유지할 수 있는 요상하게 생긴 괴물들과 전쟁을 벌이다 인간이 선택한 협상은 인간세상과 괴물 세상을 나누고 서로 침범하지 않는 것! 

결국 괴물 세상에 남기고 온 인간을 번식시키고 식량으로 사육해서 먹는 걸, 다른 인간들이 용인한 사회가 농장이다. 사육된 식용인간을 괴물손님 입맛에 맞게 선별, 출하시키는 역할을 하는 '마마'도 인간이고, 그곳의 질서를 유지하는 것도 인간이다.

자신들이 안전하게 살겠다고 괴물들에게 희생양으로 넘긴 인간과 그 괴물들에게 만족스러운 식량을 제공하기 위해 정성스럽게 사육하고 감독하는 인간, 그리고 그 시스템을 유지 관리하는 인간까지, 이 작품은 인간 스스로의 이기심과 사회상을 통렬하게 비판하고 있다.

5개의 농장중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이자벨라의 농장. 똑똑한 16세 미만의 인간의 뇌를 잘 발달시켜서 출하하는 '마마' , 이자벨라는 최고의 사육자이지만 그녀 역시 농장출신이다.

모든 아이들은 젖먹이 때 부터 농장에서 자라기 시작하고, 16살이 되기 전에 출하가 되는 시스템. 그중 시험마다 만점을 받는 15살의 1등급 3명 ( 엠마, 레이, 노먼)이 영화의 주인공이자 뇌가 가장 잘 발달돼서 부자괴물들이 선호하는 특별한 먹잇감이다.

사진출처(다음)= 약속의 네버랜드
사진출처(다음)= 약속의 네버랜드

자신이 출하되는 날에도 '나는 죽어도 남은 너희들이 살아서 다행'이라는 인간의 본성을 벗어나는 과한 희생정신과, '내가 죽더라도 너는 살리겠다'는 결정을 내리는 캐릭터들의 사고는 집단과 공동체를 먼저 생각해야 하는 일본의 특색이다.

개인보다 집단을 위해야 한다는 집단주의 모습이 반복되는 걸 보면서, 만화책 한 권과 영화 한 편마저도 문화와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집단주의를 세뇌시켜 가는 치밀함에 두려움마저 든다.

가족을 강조하고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는 나 하나쯤은 희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교육하는 일본. 그리고 그것이 결국은 빛을 발하고 추앙 받는 옳은 선택이라고 끊임없이 화면 밖 국민들에게 호소하는 어린 주인공들. 기후이상으로 해수면 상승을 두려워하는 섬나라 국민들이 바라는 미래의  청소년의 표본이 아닐까 싶다.

깊은 계곡을 건너 농장을 탈출해서 넒은 세상으로 나가는 것은 개인의 용기와  집단의 노력으로 가능하다는 메시지로 마무리하지만, 그 과정에서 개인의 희생은 당연한 것이고, 결국은 공동체를 위한 거니 좋은 결과로 보상받은 것이라는 논리를 극대화시킨다.

묘하게 '굴뚝마을의푸펠'이 생각나는 '약속의네버랜드'는 재미가 없다기 보다는 짙은 일본색을 지우려고 부단한 노력을 했지만 결국엔 너무 일본적인 환경과 고민을 한껏 드러낸 작품이라는 결론이다.

일본의 동명 만화가 원작인 '약속의 네버랜드'는 배우 라인업도 훌륭하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로 한국에서 이름을 알리고 일본 청춘 배우로 고정팬을 거느린 '하마베 미나미'가 엠마 역을 맡았고,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어느가족'의 주인공인 '죠 카이리'가 레이를 연기했다.

일본 특유의 연기와 발성톤이 불편하고 오글거리지만, 배우들의 연기력은 이미 전작들에서는 검증됐으니, 원작에 충실하려는 감독의 디렉팅 탓이라 여겨진다.

노인들의 나라 일본, 젊은 세대들의 무기력증과 잃어버린 경제 30년의 직격탄을 맞은 청년들의 체념이 만성적으로 퍼져있는 상태에서 청소년들에게 공동체와 집단의 생존과 통합이 밝은 미래와 가능성을 열어줄 거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어하는 작품이지만, 연출이나 너무 뻔한 전개가 아쉬움으로 남는다. 

포스터 출처(네이버)= 약속의 네버랜드
포스터 출처(네이버)= 약속의 네버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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