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프리다' 공연 사진.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뮤지컬 '프리다' 공연 사진.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더 라스트 나잇 쇼(The Last Night Show), 오늘의 주인공은 멕시코 여류 화가 프라다 칼로입니다." 뮤지컬 <프리다>는 멕시코의 위대한 여성 화가이자 혁명가인 '프리다 칼로'의 생애를 액자 형식으로 그려낸다.

'프리다 칼로'는 소아마비와 온몸이 부서지는 교통사고를 겪고 평생 후유증 속에 살면서도 자신의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키며 삶의 환희를 잃지 않았고 '고통의 여왕'이라고도 불리우면서도 그녀는 현대 미술사상

가장 강인하고도 열정적인 삶을 그림에 담아내 중남미 여성 작가 중 최초로 루브르 박물관에 작품이 전시됐을 뿐 만 아니라, 파블로 피카소, 마르셀 뒤샹 등으로부터 인정 받은 당대 최고 여성 예술가이기도 하다.

그리고 뮤지컬 <프리다>는 "VIVA LA VIDA!(인생이여, 만세)"를 통해, 그녀가 고통 속에서 찾은 삶의 환희와 치유의 메시지를 전한다.

빛나는 스탠드 마이크와 사각 박스가 무대 위에 놓여져 있다. 또한, 천정에는 초록색 별이 떠 있고 무대세트에는 영문으로 프리다 칼로(Frida Kahlo)로 적혀 있는데 그 바탕에는 초록과 붉은색 조명으로 관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뮤지컬 '프리다' 공연 사진.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뮤지컬 '프리다' 공연 사진.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이 초록과 붉은색 조명은 아마도 Viva la vida(1954) 인생이여 만세 라는 그녀의 마지막 작품의 색상에서 영감 받은 것이 아닐까 싶다. “고통이 스토킹해도 두려워 말고 한잔 가득 샴페인을”이라는 ‘비바 라 비다’ 가사처럼, ‘프리다’는 신파와 통속 대신 뜨거운 에너지를 동력 삼아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그 안에서 칼로는 전사처럼 강인하다. 교통사고 후 다시 살기로 결심한 그는 노래 ‘코르셋’에서 “피하지 않아. 다만 견딜 뿐. 그게 나야”라고 포효한다. 여성 억압을 상징하던 코르셋은 작품 안에서 갑옷처럼 두터운 형태로 소환돼 칼로의 의지를 보여준다.

아이를 유산한 뒤 부르는 노래 ‘비 스트롱’(Be Strong)은 여러 모로 인상 깊다. 데스티노가 부르는 아리아는 죽음처럼 음산하고, 메모리아의 아리아는 흡사 장송곡 같다.

슬픔으로 적셔진 칼로의 얼굴이 살아가겠다는 결기로 차오르는 순간은 긴 잔상을 남긴다. 5인조 밴드가 연주하는 록 넘버들은 칼로의 이런 굳센 면모를 소리로 들려준다. 공연이 시작되면 운명의 종을 치듯 들리는 종소리와 가벼운 드럼이 섞인 인트로 넘버에서 3명의 배우들이 등장해 프리다 칼로를 소개한다.

빠르고 강렬한 리듬이 인상적인 첫 넘버는 관객들에게 흥겨움과 관심도를 높여주기 충분한데 배우들 볼에 붙어 있는 마이크와 별개로 핸드마이크를 사용하며 가수들의 무대를 보는 듯한 연출을 하고 있다.

이후에도 기타와 키보드 등으로 브라스 사운드를 내는 등 멋지고 웅장한 느낌의 다양한 넘버가 소개되는데 공연 중 곳곳에서 관객들의 환호와 박수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흥미로운 것은 작품 초반 이야기 흐름이 진행되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 뮤지컬의 흐름을 끊고 액자 밖을 나오며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 알게 된다.

뮤지컬 '프리다' 공연 사진.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뮤지컬 '프리다' 공연 사진.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지금 이 작품은 프리다 칼로가 인생의 마지막을 앞둔 어느 날 'Last Night Show' 주인공으로 초대되고 그 쇼를 통해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는 설정인 것. 그리고 지금은 'Last Night Show'의 녹화장 속이다.

몇 곡의 넘버를 마치고 실제 토크쇼가 진행되는 듯 진행자와 마주 앉은 프리다 칼로는 이내 토크쇼 형식으로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게 된다. 어린 시절부터 첫사랑 이야기와 그녀의 일생을 거쳐 일어나는 일들을 대화와 극장쇼와 같은 방식으로 넘버를 들려주는데 공연은 화려한 조명과 안무로 그야말로 제대로 된 '쇼'를 보여준다.

또한, 뮤지컬 <프리다>는 '쇼'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더 화려한 조명이 있는 뮤지컬이기도 한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은 조명 활용인데 공연이 열리는 세종S씨어터는 2단 중극장으로 관객석에서 무대를 내려다보는 시야와 높은 층고가 특징인데 특히 대극장 공연의 경험이 많은 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는 대극장 급의 조명을 이 극장 안에 배치하며 관객들의 눈도 즐겁게 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작품이 진행하면서 그녀의 첫사랑 이야기, 교통사고를 겪고 다시 부활하는 과정, 디에고 리베라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아이를 잃는 등 인생의 굴곡을 여과없이 보여주게 되는데 무엇보다 디에고 리베라가 프리다 칼로를 만나 구애하는 장면인 넘버 허밍버드(Humming bird 벌새)는 작품의 첫번째 하이라이트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디에고 역에는 배우 전수미와 리사가 이 장면을 연기하게 되는데 탭댄스에 강점이 있는 전수미는 탭댄스로, 보컬에 강점이 있는 리사는 스캣으로 해당 장면을 각각 표현하게 된다.

각 배우가 가진 장점을 최대한 끌어올리면서 장면을 표현하는데 프레스콜에서 한 장면을 두 배우가 각각 연기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를 떠올려 말씀드리면 어느 배우의 표현을 만나게 되더라도 관객들은 감탄을 하시게 될 듯하다.

또한, 공연을 관람하실 관객들이 미리 아시면 좋을 것은 프리다 칼로의 그림에도 다수 등장하는 '벌새'는 뮤지컬 <프리다> 속에서 디에고 리베라가 프리다 칼로에게 사랑을 갈구하는 장면에서 나오는데 벌새는 멕시코에서 사랑의 행운을 가져오는 길조로 여겨진다. 그런 '허밍버드(벌새)'라는 넘버를 통해 작품을 그녀에게 찾아온 사랑을 표현한다.

뮤지컬 <프리다>는 프리다 칼로의 불같은 에너지를 보여준다. 뼈가 부서지는 사고를 당해도 "나에게 갑옷을 줘" 라며 코르셋을 입고 그림을 그리며 "그게 나야." 라며 당당히 인생에 맞선다.

또한, 투병 중에는 무대 위에서 의인화된 '죽음'을 만나는 프리다 칼로는 그가 제안하는 계약서에 싸인하면 죽음을 맞이하고 평안을 얻을 수 있는 선택의 순간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뮤지컬 '프리다' 공연 사진.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뮤지컬 '프리다' 공연 사진.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작품은 타이틀 캐릭터인 프리다 칼로의 넘버가 많은 것은 당연하지만 그에게 주어진 넘버들은 공연기간 내내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길고 강렬하며 음이 높다.

하지만, 그것을 소화하는 배우를 통해 프리다 칼로의 포기하지 않는 의지를 보게 되고 인생에서 소중하지 않는 순간이 없고 말하는 프리다 칼로의 모습을 보며 관객들은 "인생여여, 만세"라고 되뇌일 지 모르겠다.

하지만, 자신의 인생을 잘 헤쳐나갈 것 같은 그녀에게도 무너지고 쓰러질 때가 있는데 그 첫번째는 남편인 디에고 리베라가 프리다 칼로의 동생과 바람을 피우던 때와 임신했던 아이를 잃었을 때이다.

특히 아이를 잃었을 때 프리다 칼로는 작품의 두번째 하이라이트 장면을 연출하는데 무대 위에 몸으로 그림을 그리듯 솔로 독무를 선보인다. 현대무용 혹은 재즈댄스처럼 보이는 춤 장면에서 몸이 불편했던 프리다 칼로가 온 몸으로 슬픔을 표현하는 것을 보면 이미 그녀는 모든 것을 뛰어 넘은 듯하다.

다만, 뮤지컬 <프리다>는 뮤지컬 <헤드윅>, <모차르트!> 등에서 봤던 설정 등이 떠오르며 설정에서 신선한 맛은 덜한 편인데 그럼에도 작품은 초연작스럽지않게 부드럽고, 빠르며 자연스러운 연결을 보여주고 세트를 통해 보여주는 프리다 칼로의 그림과 강렬한 넘버들 보여준다.

관객들은 공연 중 박수와 어깨춤으로 이 공연을 즐기시길 바라겠다.뮤지컬 <프리다>에서 그녀는 "난 폭탄이고 혁명이다. 인생이여 영원하라". 외치며 작품을 마무리 하는데 어둠 속에서 터져나오는 박수는 관객과 배우들 모두에게 주어지는 격려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어둠이 끝나고 시작되는 마지막 쇼까지 온전히 즐기고 퇴장하시길 바라겠다. 칼로가 꺾이지 않는 불굴의 의지로 관객 마음에 불꽃을 일으킨다면, 레플레하·데스티노·메모리아는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용기를 준다.

이들 세 캐릭터가 칼로에게 보내는 무한한 애정은 “행복하길 바라” “다시 시작해. 다시 쓰면 돼” 와 같은 가사에 녹아들어 관객에게도 연결된다.

배우들은 뛰어난 연기로 캐릭터에 숨결을 불어넣는다. 최정원은 고통마저 초월한 듯한 미소와 카리스마로 관록의 칼로를 만들어냈다. 알앤비 가수로 먼저 데뷔한 리사의 보컬은 ‘프리다’의 솔풀한 넘버와 좋은 궁합을 자랑한다.

객석 규모가 300여석 정도로 작고 출연 배우도 4명뿐이지만, 무대는 화려하고 다채롭다. 무대 뒤 벽면을 거울삼아 칼로의 주요 작품과 거울·벌새 등 오브제를 비춘 덕이다. ‘엘리자벳’ ‘모차르트!’ ‘웃는 남자’ 등 대극장 뮤지컬을 주로 선보여온 EMK뮤지컬컴퍼니의 노하우가 돋보인다. 

작품에는 배우 최정원, 김소향, 전수미, 리사, 임정희, 정영아, 최서연, 허혜진, 황우림이 출연하며 오는 5월 29일까지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관객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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