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서울 중구 동국대 이해랑예술극장에서 열린 음악극 '상하이 1932-34' 프레스콜 행사에서 배우들이 공연하고 있다.

총괄 프로듀서를 맡은 유인택 예술의전당 사장은 프레스콜에서 "양국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라며 "중국 관객의 눈높이에 맞춰 현지에서 초청 공연을 하는 게 첫째 목적"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대본을 쓴 국민성 예술감독은 "단지 중국에 초청받기 위해 만든 작품은 아니고 지금 공연해도 무방한 시의성 있는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이성구 연출은  기자간담회에서 "작년 쇼케이스 때 대본과 음악적 구성 등 기초를 다졌다면 올해는 살을 붙이는 작업을 했다.

공간이 바뀌면서 영상, 의상, 분장 등 기술적인 요소를 보강해 무대미술의 디테일을 살렸다. 극의 흐름도 재 배치해 스토리텔링이 더 잘 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작품은 1930년대 동양의 할리우드로 불리던 상하이를 배경으로 조선인 출신 영화황제 '김염'(24세)과 중국 국가(의용군행진곡) 작곡가 '니에얼'(22세)의 우정과 열정, 파란만장한 삶을 담고 있다.

'상하이 1932-34'는 지난해 11월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의 전막 쇼케이스를 거쳐 완성됐다. 이번 공연은 2022년 한중수교 30주년 '한중 문화교류의 해'와 윤봉길(1908~1932) 의사 상하이 의거 90주년을 기념해 선보인다.

독립운동가 김필순의 아들이자 중국 최고의 영화배우가 된 김염, 중국 국가 의용군행진곡을 만든 천재 작곡가 니에얼. 그다지 공통분모가 없어 보이는 두 사람은 일제강점기 둘도 없는 친구가 됐다.

이들을 단단한 우정으로 맺어준 건 예술과 항일정신이었다. 가진 것 하나 없는 시절에 만나 서로의 꿈을 이루도록 북돋아 줬고, 꿈을 이룬 뒤에는 예술로 하나 돼 일제에 맞섰다.

영화가 주요 소재로 등장하는 만큼 영화적인 연출을 한 점도 눈에 띈다. 김염이 훙커우 공원으로 향하는 모습은 일인칭 시점의 영상으로 풀어내 스크린으로 보여준다.

극 중 영화 '풍류검객'을 촬영하는 장면은 라이브캠을 활용해 스크린에서도 실시간으로 전달한다. 한쪽에서는 배우들이 연기하는 실제 모습을, 한쪽에서는 이를 담은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김염은 한국 최초의 서양 의사인 김필순의 아들로 105인 사건에 연루된 아버지를 따라 중국으로 망명했다. 항일 영화에 출연하고 항일 자금을 지원하는 등 일제에 적극 저항한 인물이기도 하다. 니에얼은 김염의 가장 절친한 친구이자 중국의 음악 천재 작곡가다.

주인공 '김염' 역에는 백승렬과 손슬기가 더블 캐스팅됐으며, '니에얼' 역은 안태준이 분한다. 신서옥·방세옥·김륜호·유기호·이우진·하성민·김은채·오화라·한규정·백효성·임진웅·강동우·안솔지 등은 1인 다역을 맡아 80여 명의 캐릭터를 소화하며 극의 재미를 더할 예정이다.

예술감독과 대본을 맡은 국민성은 "신념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의 우정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많은 관객들이 공연을 보고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방향성을 가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작곡가 김은지는 "공연 자체가 드라마가 중요하고 대사나 가사에서 전달해야할 게 많아 잘 들리고 편하게 관람할 수 있게 단순 명료한 리듬을 사용했다. 말하듯이 노래하는 창법과 유쾌한 요소를 음악 곳곳에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상하이 1932-34'는 1932년과 1934년 사이 상하이에서 일어난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극이 전개된다. 1932년 1월 일본군은 중국군을 몰아내고 상하이를 점령한다.

그해 4월 29일 일본은 상하이 홍커우 공원에서 일왕 생일 행사(천장절) 겸 전승 축하 기념식을 열고, 윤봉길 의사(24세)가 이곳에 폭탄을 투척한다. 1934년은 세브란스 1회 졸업의사이자 독립운동가인 김필순의 아들 김염이 니에얼과 만든 항일 영화 '대로(大路)'가 개봉하는 해다.

'상하이 1932-34'는 이러한 역사적 사건을 비중 있게 담아내면서도 실존인물 외의 개성 넘치는 허구적 인물을 등장시켜 극을 풍성하게 채운다.

'상하이 1932-34'는 당초 중국 초청 공연을 추진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연기됐다. 한중수교 30주년 '한중 문화교류의 해'와 윤봉길 의사 상하이 의거 90주년을 맞아 선보이는 음악극 '상하이 1932-34'를 오는 16일 부터 30일까지 동국대학교 이해랑예술극장에서 무대에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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