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열전 두 번째 작품 연극 '보이지 않는 손' 연출 부새롬을 비롯한 출연 배우들(닉 역의 배우 김주현, 성태준/바시르 역의 배우 김동원, 장인섭/이맘 살림 역의 김용준, 이종무/다르 역의 류원준, 황규찬)이 29일 서울 종로구 아트원씨어터에서 프레스콜을 마치고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극열전은 무대예술의 현장성과 삶을 향한 메시지를 담은 신작 4편을 연달아 선보이는 공연이다. 애덤 스미스의 경제 이론인 '보이지 않는 손'에서 착안한 연극열전의 신작이 초연의 막을 올렸다.

애덤 스미스의 경제 이론인 ‘보이지 않는 손’에서 착안한 이 작품은 파키스탄 무장단체에 납치된 미국인 투자 전문가 ‘닉 브라이트’가 특정자산을 미리 정한 가격으로 사고 팔 수 있는 권리를 매매하는 ‘옵션거래’로 자신의 몸값 1천만 달러를 벌어가는 과정을 긴장감 넘치게 그린 ‘금융 스릴러’다.

‘닉’이 갇힌 작은 방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 외부 세계의 자본과 권력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촘촘한 구조로 엮어 냄으로써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보이지 않는 손’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현실을 투영하며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자본주의의 민낯을 드러낸다.

연극 Disgraced 로 2013년 퓰리처상 희곡 부문을 수상한 파키스탄계 미국인 극작가 ‘에이야드 악타(Ayad Akhtar)’의 작품으로, ‘정치적으로 도발적인 연극’,

‘한정된 공간에서 전 세계를 아우른 작품’이라는 평을 받으며 2015년 오비상(Obie Awards) 극작상과 외부비평가협회상(Outer Critics Circle Awards) 존 개스너(John Gassner) 극작상을 수상했다.

소수자들과 그들이 살아가는 환경을 조망하는 데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 부새롬이 연출로 참여, 특유의 객관적이고 비판적인 시선으로 변화하는 인물 심리의 파고를 섬세하게 그려낼 예정이다.

"상관없어 보이는 이 사건과 나와의 거리가 얼마만큼인지 생각해보면 좋겠어요."(부새롬 연출)

부새롬 연출은 29일 서울 종로구 아트원씨어터에서 열린 '보이지 않는 손' 프레스콜에서 "연습을 시작하고 우크라이나 사태가 터졌다.

사람들의 관심이 높았고, 주가 뉴스도 바로 뜨더라"라며 "10~20년 전과 비교해보면 해외에 대한 관심도가 달라졌다. 예를 들어 SNS를 통해 세계가 좁아졌다는 감각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우크라이나를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다가 이렇게 가깝게 다가오는 순간이 있다"며 "이 작품은 파키스탄을 배경으로 미국과 섞여있는, 응축된 이야기다. 한국에선 테러가 안 일어날 거라고 여기지만, 생각보다 가깝게 느껴지는 세계에 살고 있다.

우크라이나 문제에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것도 달라져가는 부분"이라고 지금 시대에 이 작품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금융을 다루는 만큼 관객들에게 낯선 소재일 수 있다. 창작진과 배우들도 경제와 파키스탄 등에 대해 함께 공부했다고 전했다.

부 연출은 "과학, 금융 등 전문적인 분야를 다룬 점이 흥미로웠다"며 "저희가 이해해야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만 정보적으로 관객을 이해시켜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풋옵션, 콜옵션을 이해 못해도 작품을 이해하는데 큰 무리가 없다. 한편의 재미있는 드라마가 됐으면 좋겠다는데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납치된 미국인 투자 전문가 '닉 브라이트' 역은 김주헌과 성태준이 번갈아 연기한다. 김주헌은 "닉은 어떻게든 살아서 나가야 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극한 상황에서의 심리적 변화 등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성태준도 "살기 위한 수단으로 재능을 최대한 발휘해야 하는 상황에서 전문적 지식을 잘 전달하고자 신경 썼다.

후반부에 무너지는 심리와 몸의 상태를 잘 표현하려 했다"며 "전혀 어렵지 않은 작품이다. 중간중간에 생각해볼만한 대사가 숨어있다"고 밝혔다.

닉의 옵션거래를 돕다가 자본주의 시스템에 눈 뜨게 되는 무장단체원 '바시르' 역은 김동원과 장인섭이 나선다.

장인섭은 "바시르가 생각하는 혁명에 대한 신념, 그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데 중점을 두고 인물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김동원은 "파키스탄의 이야기이지만 지금 우리의 이야기다.

사람과 사람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바시르의 크고 작은 변화를 정확히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무장단체의 지도자 '이맘 살림' 역은 김용준과 이종무가 맡아 인물의 이중성을 그려내고, 닉을 감시하는 무장단체의 어린 조직원 '다르' 역은 류원준과 황규찬이 맡아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종무는 "인상적인 장면이 많다. 테러가 벌어지고 닉과 바시르가 돈을 벌었다며 좋아하는 장면이 있는데, 실제론 끔찍한 장면이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그 모습이 과연 웃고 떠들 수 있는 장면인지 되돌아본다면, 저희는 의미로운 작업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습하면서 재미있는 부분들이 같은 역을 연기하는데 어떤 부분에서 자극되어서 이런 연기를 하는 것들. 그런 것들 재미 있습니다.

사람들의 성격이 보이니까요. 다른 것보다 그런 것들이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일단 미국인의 정서라고 할까요? 닉 같은 경우에는요. 닉이 중간중간 자신이 납치되어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여유있는 농담을 던지는 대사들이 있거든요.

그런 장면을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하다가 그래서 이러지 않았을까하면서 찾는 장면들. 이 작품이 한국 작품이 아니다보니까 기본적으로 그런 것을 찾아가는 것과 배우들을 알아가는 것. 여기에서 만났던 배우들도 있지만 처음 뵙는 분도 계신데 작품에 대한 것보다는 그런 부분이 재미있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살아보려고 바시르에게 제안하고 그 제안을 이맘이 듣게 되고 이맘과 만나게 되고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는 목표가 있는데 그것이 닉 혼자서 생각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바시르, 이맘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이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따라서 저희도 목표를 방법을 만들어가는 것이 재미있었던 것 같습니다.

극한의 상황에서 사람이 어떻게 될 지 누구도 모르니까요. 이중적이라고 할 수 있나요? 그런 심리적인 것들, 다치게 되면서 나오는 신체적인 변화, 시간이 백일이 넘어가는 것을 재미있게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연극  보이지 않는 손은 4월 26일 개막해 6월 30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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