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미와 웃음, 긴장감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은 "잘 만든 영화"

사진출처=영화'범죄도시2' 공식 스틸컷&포스터
사진출처=영화'범죄도시2' 공식 스틸컷&포스터

 

코로나로 극장가와 영화계가 몸살을 앓는 동안에 숨죽은듯 조용했던 영화관에서 오랜만에 웃음이 터져나왔다. 상영 중에 킥킥대는 소리와 탄성도 들리고, 객석에서는 자유롭게 팝콘을 먹고,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는 박수갈채도 이어졌다. 발리우드로 유명한 인도 영화관에서 느꼈던 낯섦과 비슷한 경험이었지만, 그래도 활기찬 영화관과 관객들의 생기넘치는 에너지가 반가웠다.

 

사진출처=영화'범죄도시2' 공식 스틸컷&포스터
사진출처=영화'범죄도시2' 공식 스틸컷&포스터

 

오랜만에 설렘과 낯설지만, 싫지 않았던 경험을 하게 한 작품은 이상용 감독의 신작 '범죄도시2'다. ‘장첸’의 극악무도함과 망설임없는 살인에 긴장으로 점철되고 두려움이 지배했던 1편과 다르게 2편은 유머와 진지함이 보기좋은 밸런스를 이루며 진행된다.

 

사진출처=영화'범죄도시2' 공식 스틸컷&포스터
사진출처=영화'범죄도시2' 공식 스틸컷&포스터

 

범죄도시2’가 잔인함에도 유쾌할 수 있는 이유다. 1편의 장르는 범죄, 액션, 스릴러, 느와르였고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었던 것과 다르게 2편은 범죄, 액션, 코미디 장르로 분류되고 '15세 관람가'다. 두 작품은 포맷과 마성의 ‘마석도’ 형사와 경찰서 식구들은 변함없지만, 범죄 유형과 범죄자들을 그려내는 수장이 달라졌다.

1편에서 조연출을 맡았던 이상용 감독이 2편에서 메가폰을 잡았다. 결국 1편과 2편이 매끄럽게 연결되면서도 식상하지 않을 속편을 만들어 낸 것은 다른 유전자의 배합에서 기인한 것으로 '범죄도시2' 가 뻔한 속편에서 벗어나서 흥행대박을 꿈꿀 수 있는 지점이다. 

 

사진출처=영화'범죄도시2' 공식 스틸컷&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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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불가 마형사, 엄지척 손석구, 더이상 조연이 아닌 조연들, 잔인하지만 15세 관람가를 만든 아슬아슬 연출력, 그리고 시민들을 안타까운 희생없이 지켜내는 경찰력으로 '범죄도시2'는 요약될 수 있다.

 

사진출처=영화'범죄도시2' 공식 스틸컷&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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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체불가 마형사 연기를 한 ‘마블리’, 마동석의 한층 업그레이드된 유머와 능청스러움은  범죄도시를 시리즈물로 제작하게 하는 구심점이다.

1편에서 장첸의 “너 혼자니?” 라는 무시무시한 대사에 “어~아직 싱글이야” 라는 위트있는 대사로 관객의 웃음 스위치를 켠 유머코드는 2편에서도 곳곳에 지뢰처럼 배치돼 있다.

힘든 시기를 겪고 오랜만에 극장을 찾은 관객을 배려하기라도 하듯, 범죄자를 다루는 작품이지만 소소하고 잔웃음으로 관객의 피로도를 낮추는 역할을 한다.

엄청난 힘과 부드럽고 살가운 내면의 조화가 괴력의 소유자지만 정겹게 느껴지게 해서 좌충우돌 마형사를 귀여움까지 겸비한 매력적인 캐릭터로 되살려냈다.

 

사진출처=영화'범죄도시2' 공식 스틸컷&포스터
사진출처=영화'범죄도시2' 공식 스틸컷&포스터

 

2. 엄지척이 아깝지 않은 대세 배우 손석구는 ‘강해상’으로 분했는데, 그야말로 외적인 변신과 몰라보게 변한 눈빛과 내면 연기가 다른 사람을 보는 듯하다.

한치의 망설임도 없는 잔인함과 잦은 살인 장면에서도 1편의 그저 무섭기만 한 ‘장첸’과는 다르게, '쟤는 뭐가 문제일까?'를 생각하게 만드는 범죄자의 모습이다.

전화를 먼저 끊는 상대에게 기분 나빠하며 "매너가 없네~" 라든가 "이 집 사람들은 다 똑같네" 라고 하는 장면에서는 인간미마저 느껴진다.

서글서글했던 눈매와 수줍음이 트레이드마크인 손석구의 흑화된 캐릭터는 ‘범죄도시2’에서 가장 우려됐던 뻔한 속편에 대한 기우를 말끔하게 걷어낸다.

 

사진출처=영화'범죄도시2' 공식 스틸컷&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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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영화'범죄도시2' 공식 스틸컷&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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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더이상 마형사만을 기다리는 ‘조연에 머물지 않는 조연들의 활약’ 도 2편의 매력포인트 중 하나다. 최귀화 (전일만 형사반장 역) 배우의 역할은 마형사와의 케미가 볼거리이고, 박지환 (장이수 역) 배우는 감초 같은 웃음포인트가 아니라 극을 이끌어가는 한 축으로 비중이 커졌다.

하준( 강형사 역) 과 정재광(김형사 역) 배우는 그동안 한국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헛발 짚고 늦게 등장하는 한심한 경찰의 한계를 벗어나 온몸 불사르고 멋짐 뿜어내는 믿음직한 경찰을 제대로 연기했다.

허동원(오형사 역) 배우의 경찰서 중간 형사 역시, 조연에 그치지 않고 공조하는 과정에서 희생을 불사하며 인질을 구출해내는 등 작품 곳곳에서 꾸준히 존재감을 드러내며 작품을 함께 이끌어 나간다. 모든 캐릭터가 돋보일 수 있도록 연출한 감독의 세심함과 노력이 돋보이는 지점이고, 이런 에너지들이 영화 전체의 밀도를 높여서 관객의 만족도에 기여한다.

 

사진출처=영화'범죄도시2' 공식 스틸컷&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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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수십 건의 살인에도 15세 관람가를 만들어낸 감독의 연출력과 카메라의 세심한 시선에 감탄할 수밖에 없는 ‘범죄도시2’는 범죄물의 진지함과 액션과 긴장감도 놓치지 않으면서도 관객의 심적인 부담은 낮춰준 보기 드문 작품이다.

1편의 잔인함에 몸서리를 치면서도 느와르를 좋아하는 관객의 눈높이를 맞추려면 2편은 더 잔인해져야 한다는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는데,  ‘범죄도시2’는 범죄자의 표정과 연기력으로 간극을 채워서 상황을 상상하게 하는 카메라 앵글을 선택했다.

다양한 범죄의 잔혹한 장면을 나열함으로써 관객을 자극하려는 쉬운길 보다 상상력으로도 충분히 두려움을 느끼게 함으로써 관람등급을 낮추는 영리한 연출을 해낸 것이다. 그래서 수십 명이 죽은 범죄영화를 보고 나서도 관객들이 가볍게 박수를 치며 웃을 수 있는 여유를 부릴 수 있게 된다.

더불어 너무 매끄러워서 눈치 못 챌 수도 있는 장점 한 가지는 보통 생기는 필연적이지 않은 희생이 ‘범죄도시2’ 에서는 보이지 않는다는 점. 액션신으로는 가장 멋진 ‘강해상’과 ‘마형사’의 버스 격투 장면에서는, 버스 승객들을 천천히 아주 안전하게 내리게 하고,

가장 늦게 내리는 할머니에게는 빨간색 ‘교통유도봉’을 주면서 “손주 갖다주세요” 라고 농담하며 잠깐 웃음을 줘서 일반 시민들과 범죄 사이에 거리를 두게 한다. 결국 관객의 긴장감에 완급을 줘서 영화를 영화로서 편안하게 즐길 수 있게 하는 감독의 세심한 배려라고 볼 수 있다.

 

사진출처=영화'범죄도시2' 공식 스틸컷&포스터
사진출처=영화'범죄도시2' 공식 스틸컷&포스터

 

2008년을 배경으로 2G핸드폰과 아재개그를 장착한 아날로그적 감성이 있는 ‘범죄도시2’는 마동석의 "어떻게 왔어?" 에 "응~버스타고 왔어" 에도 웃을 수 있는 가벼운 코미디와 진지한 범죄물의 장점을 둘 다 잡아냈다.

외국법이 자국민을 보호하지 못한다면, 우리가 보호해야 하지 않겠냐고 소리치는 마형사의 말처럼, 우리 영화계는 우리 관객들이 보호해야 할 소중한 영역이지 않을까? 생각하며, 오랜만에 한국영화계를 깨울 시발점으로 적격인 작품이 반가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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