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신유청 연출과 배우 우미화, 정재은, 남기애, 이주승, 김현진, 강승호
사진= 신유청 연출과 배우 우미화, 정재은, 남기애, 이주승, 김현진, 강승호

연극 '빈센트 리버' 프레스콜이 26일 서울 종로구 드림아트센터에서 진행됐다. 신유청 연출과 배우 우미화, 정재은, 남기애, 이주승, 김현진, 강승호가 참석했다.

동성애 혐오 범죄로 살해당한 '빈센트 리버', 그의 죽음으로 고통 받던 엄마 아니타는 자신의 주변을 맴도는 의문의 소년 데이비를 만나며 그동안 외면해 온 빈센트와 자신의 본 모습을 마주한다.

영국 동부 베스날 그린에 사는 중년 여성 아니타의 아들 빈센트가 살해를 당한다. 아니타는 사랑하는 아들을 잃은 절망과 함께 그가 숨기고자 했던 성 정체성을 마주하게 된다.

아들의 죽음과 동성애 사실은 지역의 큰 이슈가 되고, 아니타와 빈센트를 향한 시선은 동정이나 연민이 아닌 비난이 된다. 견디다 못한 아니타는 살던 곳을 떠나 낡은 아파트로 도피하듯 이사한다. 그곳에서 빈센트의 죽음 이후 그녀의 주변을 맴도는 17살 소년, 데이비를 마주한다. 그는 빈센트의 시신을 가장 처음 발견한 목격자라고 밝히고, 두 사람의 기묘한 대화가 시작된다.

혐오를 둘러싼 묵직한 주제를 던지는 연극 '빈센트 리버'가 지난해 국내 초연한지 1년여 만에 재공연에 올랐다. 영국의 작가 필립 리들리가 쓴 희곡으로, 2000년 영국 햄프스테드 극장에서 초연했다.

엠피앤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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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배우들의 하이라이트 공연과 질의응답으로 진행된 이날 프레스콜에서 데이비 역의 배우 김현진은 이 작품의 이름이 공연에 등장하지 않는 인물인 '빈센트 리버'인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던졌다고 하면서 작품이 궁극적으로 '빈센트 리버'라는 인물에 집중하고 이 인물을 보여주는 작품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극 <빈센트 리버>의 연출로는 연극 '와이프', '그을린 사랑 ', '궁극의 맛', '녹천에는 똥이 많다 ' 등을 맡아 백상예술대상 백상 연극상의 영예를 안은 신유청 연출이 지난해에 이어 다시 맡았다.

올해 다시 작품을 맡은 신유청 연출은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 놓칠 수 있는 부분이 있기에 처음 한다는 마음으로 작업했다. 초연 때 다 풀지 못한 아쉬움도 있었고, 배우들과 처음 모였을 때 모두 백지 상태라고 생각하며 접근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니타 주변을 맴돌았던 데이비, 아니타가 데이비를 통해 얻으려 한 것 등 그들 마음에 다가가고자 집중했다"며 "빈센트 리버의 조건없는 사랑은 데이비의 마음을 울렸고, 아니타가 그 시간을 견뎌낼 수 있게 했다. 제목인 빈센트 리버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관객들에게 전해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또 "작품에서 특별히 성소수자에 집중하진 않았다. 동성애 혐오 범죄로 죽음을 맞이한 빈센트와 그에 따른 괴로움을 겪는 데이비 그리고 아니타가 혐오를 발견해가는 깨달음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며 "동성애뿐만 아니라 사회에서 상처입고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반응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작업했다"고 덧붙였다.

엠피앤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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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우리 주변에서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신 연출은 "작가가 그 지역과 분위기를 자세히 묘사한 이유가 중요하다.

작년엔 인터넷 지도로 그 길을 따라가봤고, 올해는 남기애 배우 지인이 직접 찍어줘서 참고했다"며 "이 일이 대학로에서 일어났다고 상상해봤다. 우리 주변에서도 만날 수 있는 일이고 이를 목격했을 때 나의 위치는 어디일까 하는 질문이 전달되길 바랐다"고 밝혔다.

"대본은 작각가 연출에게 쓴 편지"라는 그는 연출에 있어 무대 지시문에 충실히 따랐다고 했다. 그는 "덕지덕지 찢겨진 벽지와 속이 보이는 벽면 등 아니타가 유일하게 숨쉴 수 있는 공간이다.

삼각형의 무대 안에서 원근감을 살리려 했고, 두 사람이 서로 마음을 열고 벽을 낮추고, 때로는 금이 가기도 하는 모습을 동선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2인극인 작품에서 아니타 역엔 남기애, 정재은, 우미화가 나서며 데이비 역엔 이주승과 김현진, 강승호가 번갈아 연기한다.

엠피앤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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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초연에 출연한 우미화는 "작품이 쉽지 않지만 재공연에서 또다른 면을 찾고자 집중했다. 작년엔 아니타의 고통과 슬픔에 몰두했다면 올해는 관계를 좀더 깊숙이 들여다봤다"고 했다.

이주승은 "초연에서 찾지 못한 부분을 새롭게 만나고 싶다고 생각했다. 빈센트 리버의 향기가 그리웠다"고 말했다.

새롭게 합류한 정재은은 "아들을 잃은 슬픔과 동성애를 마주한 충격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관객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줄 수 있을지 질문을 많이 했다. 작품을 보면서 우리가 갖고 있는 편견이나 이기적인 마음을 깨닫는 순간이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니타를 편견을 가진 존재로 감정 표현에 몰두했다"고 말했다.

데이비 역의 배우 이주승은 초연과 이번 공연에서 데이비의 표현에 대해서 이야기 하면서 지난 초연 당시에는 "얘가 정말 뭐지?" 라는 광범위 한 의심이 들게끔 연기했다면 이번 공연에서는 "대놓고 속 보이게 숨겼던 것" 같다며 차이를 이야기 했다.

또한, 같은 역을 연기하는 김현진은 데이비의 성 정체성을 숨기는 것이 드라마의 작은 일부분이라면서 그것은 겉으로 보이는 숨김이고 사실 그것보다 더 큰 이야기를 숨기고 있다고 했고,

같은 역의 배우 강승호 역시 숨기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면서 데이비 캐릭터는 본인은 아주 잘 숨기고자 노력하지만 다른 이가 봤을 때 티가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엠피앤컴퍼니 제공.
엠피앤컴퍼니 제공.

한편, 김현진은 작품 속 '불편함'에 대해서 언급했는데 본인이 이 공연을 처음 봤을 때 느꼈던 불편함이 그 자체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그 불편함을 통해 우리 사회가 더 나은 무엇인가로 변화하는 작은 시작이었으면 좋겠다는 소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김현진도 "극에 등장하지 않는 빈센트 리버가 왜 제목인가 스스로 질문을 던졌다. 무대에서 아니타와 데이비가 보여줘야 하는 인물이 빈센트 리버이기에 그렇지 않나 싶다. 또 더 나은 방향으로 나갈 수 있는 힘이 바로 불편함이라고 생각한다.

이 극을 봤을 때 무언가에 대한 불편함이 있고, 좀더 나은 사회로의 작은 시작이 됐으면 하는 생각에 무대 위에서도 그 점에 집중했다"고 전했다. 19일 개막한 연극 '빈센트 리버'는 10월 2일까지 서울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4관에서 관객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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