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서 소라를 발견했을 때
누구나 한번 쯤은 귀에 대고 바다 소리를 듣는다.
그 소리를 들을 때에는 바다의 파도 소리도, 주변 사람들의 소리도 사라진다.

오직 나와 소라 사이에 전해지는 소리만이 존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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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속에서 먹고 자고 마시고 만나고 일하며 쉰다.
반복되는 일상의 삶은 변화 없는 환경이지만 그 안에서 어떤 의미를 발견하는지는 "아하!" 체험에 달려 있다.

주변 소리가 자연스럽게 자리를 비우고 빈 공간에서 드러나는 하나의 의미를 발견할 때, 우리는 삶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일상이라는 재료 안에 담긴 고유의 맛인 가치를 살리게 된다.

 

기도하고 일하라.

 

베네딕토 수도회의 영적 모토이다.


기도하며 하느님 안에서 의미를 찾고, 일하며 세상 안에 살아 숨 쉬는 자신을 발견하는 삶이다. 하지만 기도한다고 누구나 가치를 발견하지 못한다. 소소한 일상 안에서 가치를 발견하는 일은 소라를 귀에 대고 바다 소리에 머무는 것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번에 개봉한 "기도의 숨결"은 베네딕토 수도회의 영적 모토를 느낄 수 있는 영화이다. 프랑스 남부 베네딕토 수도회에 입회하는 과정부터 시작하여 밭일을 하고 요리를 하며 함께 기도하고 여가를 보내며 자기 소임을 다하는 삶을 담은 영화이다.

 

누구나 하루를 살아간다.

 

그러나 같은 24시간은 아니다.
누구나 먹고 마시고 일하고 웃고 울고 관계를 맺지만 모두 같지는 않다.
일상을 살아가면서 어떤 의미를 담느냐에 따라 시간의 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영화에서 나오는 수녀님들의 일상은
우리와 비슷한 결을 살아가지만 다름이 담겨 있다.

하루를 기도로 시작하고 기도로 마감하면서 매시간 하느님을 찾는 수녀님들의 모습. 그분들의 간절한 기도손과 자신을 돌아보며 성찰하는 모습은 스쳐 지나가는 시간 안에 의미를 찾고 가치를 담아 가는 고통과 즐거움이 함께 느껴지는 듯하다.

 

 

물론 2시간에 가까운 영화는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흘러가는 시간과 잠시 멈추어 기도에 머무는 시간이 교차하기 때문이다. 우리와 크게 다를 바 없는 모습에 특별함을 발견하기 어렵지만 동시에 잠시 멈추어 기도하는 모습 안에서 하느님을 찾고자 하는 간절함을 느낀다면 지루함을 넘은 하느님께 대한 목마름을 깨닫게 된다.


우리의 일상에서 하느님을 찾아가는 길이 얼마나 어려운 길인지...

만약 발견하기 어렵다면
기도 노래에 집중하는 것도 좋다.


하루의 시간 전례(성무일도)를 노래로 하는 가운데 노래 가사(주로 시편 말씀)와 수녀님의 삶을 연결시켜본다면 시간의 흐름 안에 의미를 연결시키는 재미도 발견할 수 있다.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먼저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감사한 마음이었지만 동시에 걱정도 뒤 따른다.

영화 맨 처음에 나오는 멘트를 중심으로 본다면 영화는 하느님을 찾아가는 신앙인의 흐름을 발견할 수 있다.(신앙 시작의 기쁨, 삶 안에 기도, 하느님을 찾고자 하는 간절함 그리고 반복되는 하루) 그렇지 않으면 익숙함과 지루함에 쉽게 지칠 수도 있다.

8월 18일 개봉, 수녀원의 일상이 궁금하다면  관람을 추천한다.

덧. 물론 과거 '위대한 침묵'보다는 짧고 생동감은 가득하다.


* 본 리뷰는 영화 <기도의 숨결> 시사회 이벤트를 통해 취합한 리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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