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영화 전문가의 시선.
[김선아 기자의 시네마 프리뷰] 이 영화는 코로나를 현재진행형으로 겪고 있는 우리에 대한 이야기이다. 감염병을 겪기 전 두려움, 겪으면서 이해되지 않는 일들에 대한 변명, 앞으로 있음직한 일들에 대한 경고, 바로 우리의 디스토피아적 현주소를 보여준다.
<락다운 213주>는 치사율이 훨씬 치명적인 COVID-23 변이 바이러스로 통행금지, 사회 시스템 붕괴, 완벽한 통제, 무너진 공급망, 비상계엄 상태의 2024년 'LA 213주’가 배경이다.
폐허가 된 도시, 텅 빈 거리에 면역자인 배달부 홀자 물건을 배달하는 기이한 풍경이다. 사람들은 매일 오전 9시 휴대폰으로 체온을 재 방역당국에 보고하는 시스템이다. 감염자들은 ‘Q-Zone’이라는 격리수용소에 보내지는데 여기서 탈출한 사람은 없다.
정부는 면역자와 감염자를 철저히 분류하고 봉쇄한다. 하지만 이러한 통제사회에도 돈 있고 힘 있는 사람들은 생존에 유리하다. 사람들은 집에 갇혀 완벽한 언택트(untact) 생활을 한다. 이러한 디스토피아적 상황에서 장애와 질병의 유무에 따라, 소득이 낮을수록 고립도는 더 심화된다.
고립의 상황에서 부유한 사람들은 전염병적 공포로부터 비교적 보호를 받지만 그 안의 부패와 배신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한다. 바이러스로 인해 오갈 때 없는 가수 지방생은 싸구려 모텔에서 인터넷 방송으로 팬들에게 노래를 불러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
이 영화는 락다운이 된 암울한 미래에 ‘앞으로 다가올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장기간의 고립으로 사람간의 체온을 느낄 수 없고 육체적 접촉도 불가능하다. 사람들은 영상통화로 안부를 묻고 업무를 하고 사랑을 이야기한다.
면역자 배달부인 ‘니코(K.J.아파)’는 그의 사랑하는 연인 ‘새라(소피아 카슨)’는 이 디스토피아적 상황에서 함께 하기 위해 재난을 헤쳐나가는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의 모습이었다.
‘니코’와 ‘새라’가 문 하나를 두고 서로에게 이야기하는 장면은 코로나로 인해 우리또한 이미 겪었던, 아니 겪고 있는 일이다. 서로를 만질 수도 직접 볼 수도 없지만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고 그렇게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 가능할까?
이 영화는 사람들이 재난상황에서 생존하기 위한 음식이나 물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사람 간의 친밀함과 사랑의 요소라는 점을 ‘니코’와 ‘새라’를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락다운 213>은 감염병 사태로 통제하는 권력과 재난 상황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개인의 모습을 그렸다.
이 영화는 이미 있음직한, 아니 어느새 도래해버린 디스토피아적 락다운 상황에서 인간이 ‘그럼에도 추구해야 할 연민, 사랑, 용기’ 등의 가치를 생각하게 한다.
몇 년 전만 해도 ‘설마 코로나로 이렇게 되겠어?’라고 웃어넘기는 일들이 현실로 일어났고 앞으로도 영화와 같은 일들이 또 일어나지 말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락다운 213주>는 킬링 타임용으로 가볍게 넘어갈 수도 있지만, 이미 코로나 블루를 맞고 있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타인과의 공생, 연민, 돌봄, 관심 등의 공동체적 가치라는 것을 무심하게 툭, 재난 스릴러 장르 속에 던지고 있다.
-전아름 자유기고가
2017년 국민일보 <아버지의 장갑>으로 등단하였고 그룹홈청소년, 대안학교 청소년의 삶과 성장에 대한 연구를 하였다. 사회정의교육을 통한 청소년의 행위주체성 신장에 관심이 많다. 2019년 <비판적 실천을 위한 교육학> 공저로 참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