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아 기자의 시네마 초대석] 소소하지만 그 자체로도 찬란하게 빛나는 청춘들을 위하여.

 

 

 

인생을 살면서

물‘말아’먹는 것 말고,

취업도 ‘말아’먹고

연애도 ‘말아’먹고 그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다,

더 군다나‘말아’먹는 인생에게는 말이다.

영화의 여백을 어떠한 긴장이나 사건으로 ‘욱여넣지 않아도’ 영화 ‘말아’는 편안했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을 게으르지만 그 자체로 아무것도 안할 권리를 누리는 이십대 ‘주리’의 이야기이다.

티비에 나오는 MZ세대는 무언가 적극적일 것 같고, 거침이 없고 색다른 경험에 뛰어드는 용기가 있을 것 같지만 스물다섯의 주리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을 집에만 '콕' 박혀 다소 무기력하고 우울하게 보내는 백수의 삶이다.

누구나 힘들지만 어쩌면 더 힘들게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청년들의 막막하고 답답한 상황을 영화 <말아>는, 조금은 따뜻한 시선으로 담담하고 유쾌하게 보여주고 있다.

주리는 모든 것을 집에서 해결하는 '집순이'다. 주리는 밤늦게까지 게임 하다가 다음날 늦게 일어나는 것은 기본이고 배달과 인스턴트 음식으로 끼니를 때운다. 장기간의 코로나 상황으로 취업도 '하늘에 별 따기'이고 연인과 헤어짐도 심정적으로 아직 '진행중'이다.

그러던 어느 날 주리에게 그녀의 자취방을 부동산에 내놓았다는 엄마의 연락을 받게 되고, 이것이 싫다면 엄마의 김밥 집을 운영해야 한다는 '특명'이 주어진다.

어쩌면 '말아'먹은 인생처럼 보이는 청년 백수의 김밥 '말아'보기는 조금은 낯설고 서툴게 세상과 소통하려는 청년 ‘주리’의 무기력 탈출기이다. 단무지를 싫어하는 손님,

재료는 한 두 개쯤 빼놓고 싸는 주인, 말이 잘 통하는 꼬맹이, 주리를 잘 챙겨주는 빵집 이모 등 스크린 속 주리의 이웃들은 모두 크고 완벽한, 화려한 재료의 김밥은 아니지만 소소하고 누군가의 입맛에는 나쁘지 않은 동글동글한 김밥 같다.

이 영화는 힘든 시대를 조금은 기운 없게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이렇게 해야 성공한다.’, ‘저렇게 해야 무기력에서 탈출할 수 있다’는 동기부여와 의욕 충만한 자기 계발서적 가르침을 제시하지 않는다.

그저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아. 김밥 말기처럼 특별하지 않은 일을 조금씩 시작해 봐’ 그리고 ‘조금 다르게 한 번 세상을 봐라보는 건 어때?’하고 담백하고 부담스럽지 않게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영화 <말아>는 꼭 굳이 청년이 아니더라도 위로가 필요한 이들,

가끔 내 인생에 '뭔가 이룬 것이 없다'고 자책이 될 때,

‘대단하지 않아도 괜찮아, (사업, 연애, 공부)좀 말아먹으면 어때?

소소한 너의 김밥을 한 번 말아 봐!’하고 가슴 한 켠, 몽글몽글한 것들로 채워준다. 모든 힘든 이들을 위해, 굳이 힘들면 ‘힘내지 않아도 될 권리, 사서 걱정하지 않아도 될 권리’를 이 영화 <말아>를 통해 부여해본다.

리뷰 포스터= 말아
리뷰 포스터= 말아

 

*글쓴이: 전아름 자유기고가

2017년 국민일보 <아버지의 장갑>으로 등단하였고 그룹홈청소년, 대안학교 청소년의 삶과 성장에 대한 연구를 하였다. 사회정의 교육을 통한 청소년의 행위주체성 신장에 관심이 많다. 2019년 <비판적 실천을 위한 교육학> 공저로 참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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