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아 기자의 시네마 초대석]  

현재 김포국제청소년영화제(Gimpo International Youth Film Festival) 운영 위원장과 기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각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시네필(Cinephile)들의 리뷰를 소개하고 있다. 

스틸 컷= 다 잘된 거야
스틸 컷= 다 잘된 거야

 

"늘 건강할 것만 같은 아빠가 쓰러지셨다.

다 괜찮을거야. 아빤 항상 이겨냈으니까.“

 

엄마 클로드(샬럿 램플링)의 파킨슨 병 소식에 이어 아버지 앙드레(앙드레 뒤솔리에)가 쓰러졌다는 소식에 엠마뉘엘(소피 마르소)은 낙담했지만 그동안 불행이 닥쳐와도 항상 긍정적으로 이겨냈던 아버지의 강인한 모습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는다. 지지부진한 치료가 이어지던 어느 날, 엠마뉘엘은 아버지의 말 한 마디로 망치로 한 대 맞은 것처럼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끝내고 싶으니 도와줘.”

 

아버지 앙드레는 자신의 큰 딸 임마뉘엘에게 자신의 죽음을 도와달라고 부탁한다. 85세의 앙드레는 뇌졸중으로 인해 몸 한쪽이 마비가 되자 안락사라는 본인의 의지를 딸에게 피력한다. “더는 이대로 살고 싶지 않아. 이런 삶을 원치 않아. 나는 이젠 죽고 싶어. 이게 내 뜻이야.”

영화 <다 잘된 거야>는 안락사라는 무거운 주제를, 영화 배경에 울려 퍼지는 브람스 소나타의 아름다운 선율과 대조적으로 담담하고 치밀하게 그려냈다.

엠마뉘엘은 “끝내는 걸 도와달라고? 정말 아빠다운 부탁이었다."며 '자식에게 이런 부탁을 하는 사람이 있을까?' 자식이라면 누구나 느낄 갈등과 고민, 복잡한 심경을 고스란히 전달해냈다. 아버지의 안락사 선택 후 엠마뉘엘은 매일이 작별의 순간이었다.

스틸 컷= 다 잘된 거야
스틸 컷= 다 잘된 거야

늘 곁에 있을 것 같던 아버지가 정해진 디데이까지 마음을 돌리길 바랐지만 오히려 죽음으로 가는 과정만 실감할 뿐이었다. 엠마뉘엘은 처음에는 강력하게 거절했지만 결국 아버지의 고집을 꺾지 못하고 스위스행을 결정한다.

이 영화는 아버지와의 이별을 앞둔 엠마뉘엘의 일상을 따라가는 브이로그 형식으로 연출됐다. 안락사에 대해 어떠한 토론이나 논쟁을 끌어들이지 않고 그저 ‘아버지와 딸의 죽음으로 인한 이별’의 과정을 집중적으로 그리고 있다.

이 영화는 끝을 정해놓고 작별 하는 아버지와 딸의 심경 변화를 지켜보면서 가까운 이의 죽음을 경험한 사람에게 공감을 끌어내고 언젠가 맞이하게 될 죽음의 순간을 생각하게 한다.

 

"친구였다면 좋았을걸. 그럼 도와줘. 친구로서."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그다지 극적이지 않게 그려냈으며, 괴팍하고 이기적이지만 그리 밉지 않은 아버지 앙드레와 시시각각 마음이 변하는 딸 엠마뉘엘의 이별 여정을 따라가 보면 그럼에도 '우리의 삶이 뭐 별 게 있나?

뭐... 다 그렇지'하면서 살짝 미소를 짓게 하고 어느 새, 사랑으로 가득해진 우리의 마음을 돌아보게 한다. 아버지의 한 입 베어 문 샌드위치를 버리지 못하고 냉장고에 보관하는 엠마뉘엘.

마음으로 아버지가 혹시 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까 희망을 가져보지만 결국 쓰레기통으로 던진 샌드위치처럼 미련은 버려야 했다. 이 영화는 '안락사'라는 특별한 주제가 아닌 '부모와의 이별'이라는 공통의 주제로 돌아가 관객의 보편적인 일로 공감대를 끌어온다.

어찌되었건 부모와의 이별은 슬픈 일인데 이와 대조적으로평안하게 잠든 앙드레의 모습에 오히려 어떤 씁쓸한 마음까지 들게 한다.

영화 <다 잘된 거야>는 '자신의 마지막을 어떻게 할 것인가'중요한 질문 못지않게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준비해야 할 지' 그 치열한 고민들을 함께 풀어내고 있다.

리뷰 포스터= 다 잘된 거야
리뷰 포스터= 다 잘된 거야

 

 

*글쓴이: 전아름

 

2017년 국민일보 <아버지의 장갑>으로 등단한 바 있고 그룹홈청소년, 대안학교 청소년의 삶과 성장에 대한 연구를 하였다. 사회정의교육을 통한 청소년의 행위주체성 신장에 관심이 많다. 2019년 <비판적 실천을 위한 교육학>공저로 참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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