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엔터테인먼트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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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뮤지컬 '어차피 혼자' 프레스콜이 열렸다. 송혜선 프로듀서, 민찬홍 작곡가를 비롯해 배우 조정은, 윤공주, 양희준, 황건하 등이 참석했다.

'한 평 남짓한 작은 방에서 사망. 얼어붙은 눈물 자국이 묻은 가족사진을 두 손에 꼭 쥐고 있는 시신 발견.' 구청 복지과에서 무연고 사망자를 담당하는 주무관 독고정순. 그가 쓴 사망 고지서에는 굳이 알지 않아도 되는 내용이 적혀있다.

사망 장소와 일시만 짧게 쓰라는 상사의 타박에 독고정순은 "이들이 살면서 그리워했던 모든 것을 한두 줄로 요약할 수 있을까"라고 되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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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족’ ‘1인가구’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매일을 버티며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안길 따뜻한 작품이 탄생했다. 지난 6일 개막한 뮤지컬 ‘어차피 혼자’ 이야기다.

'어차피 혼자'는 2013년 CJ문화재단의 '크리에이티브마인즈' 사업을 통해 낭독 공연으로 처음 관객과 만났다. 이후 제작사 PL엔터테인먼트와 송혜선 프로듀서가 제작에 참여하면서 9년이 지난 올해 9월 대극장 뮤지컬로 초연 개막했다.

송 프로듀서는 2019년 한국적이고 참신한 소재로 화제가 됐던 창작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의 제작자다.

그는 "'어차피 혼자'의 2013년 낭독 공연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고 그 후로 잊히지 않았다"며 "항상 우리 이야기, 우리 정서를 담은 공연을 추구해왔는데 '어차피 혼자' 역시 지금 우리의 삶을 담은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작품은 무연고 사망자들에게 가족을 찾아주는 일에 집착하는 구청 직원 독고정순과 구청의 신입 직원 서산, 그리고 이들이 사는 오래된 '산장 아파트'의 주민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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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낭독 공연에도 함께했던 배우 조정은이 윤공주와 함께 독고정순 역을 맡았다. 윤공주는 "다소 어둡고 피하고 싶은 이야기일 수 있지만 이를 통해 관객에게 결국 삶은 혼자가 아니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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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건하는 "화려함보다는 극의 의도와 전하려는 말이 중요한 만큼 서산의 역할에 깊이 들어가고자 했다. 어떤 상처와 과거가 있었는지 그 서사에 집중했다. 서산은 정순을 만나고, 남을 위하는 사람을 처음 보면서 성장하게 된다.

'어차피 혼자'이지만 때론 '함께'인 것"며 "이 작품이 말하는 건 사회에서 누군가 해야 할 말이라고 생각하고 너무 무겁지 않게 관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양희준은 "무거운 소재를 통해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결국 관심과 사랑"이라며 "사람에게 상처받아 혼자였던 서산이 다시 사람을 통해 회복하고 성장하는 이야기를 통해 결국 혼자서는 살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정은은 “리딩 작업 당시 받았던 대본과 지금의 대본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극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여러 요소들이 추가됐다”면서 “처음엔 바뀐 대본이 낯설었고, 이걸 어떻게 소화해야할지 고민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던 것 같다.

작품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진심을 관객들에게 잘 전달하는 게 저의 과제인 것 같다”고 책임감을 내비쳤다. 작품에는 뮤지컬 ‘빨래’ 신화의 두 주역 추민주 작·연출과 민찬홍 작곡가가 함께 한다.

‘빨래’는 초연 이후 17년간 총 5000회의 공연, 약 80만의 관객들에게 감동을 전한 스테디셀러 창작 뮤지컬이다. 고된 서울 살이의 애환 속에서 찾은 작은 희망만으로도 다시 일어설 원동력을 얻는 소시민들의 현실적인 이야기를 따뜻하게 그려냈던 두 창작자가 이번 작품으로는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지도 관심이다.

민 작곡가는 “무게감이 있는 주제지만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따라가면서 그 안에서 메시지를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들기 위한 고민을 많이 했다. 이 과정에서 음악도 담백하고 어쿠스틱하고 클래식한 색깔이 많이 들어갔고,

특히 첫 번째 넘버가 서정적이라는 점이 다른 작품과의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뿐만 아니라 때로는 친근한 음악, 경쾌한 음악 등 다채롭운 음악적 재료들을 배치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현실적인 이야기를 담는 만큼, 화려함보다는 담백한 음악 스타일로 표현했다. 민 작곡가는 "첫 넘버 자체가 굉장히 서정적으로 시작하는데, 다른 작품과의 차이점"이라며 "무게가 있는 주제이지만,

스며들듯 이야기를 흥미롭게 따라가다 보면 그 속에 메시지가 자연스레 다가오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담백하고 어쿠스틱하며 클래식한 색깔도 담았다. 음악적 재료를 많이 사용하며 여러 시도를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2013년엔 지금보다 짧은 형태였다. 그때부터 고독사라는 사회 문제가 조금씩 대두됐고 추민주 연출이 먼저 관심을 보였다. 뮤지컬로 다루기 쉽진 않지만 한번쯤 얘기할만하다고 생각했다.

소외당하고 외로운 분들을 조명하며 따듯하게 위로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작업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작품에는 지역구의 발전과 복지를 위해 애쓰는 것으로 유명해진 정치인 ‘서남식 구청장’ 역에 이갑선·최영우,

재개발이 논의 중인 산장아파트 주민들의 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명물 ‘보험왕’ 역에 이세령·허순미, 이슈가 있는 곳에 언제나 나타나는 ‘육기자’ 역에 이경수·이형훈, 산장 아파트의 ‘관리인’ 역에 장격수,

‘독고정순 엄마’ 역에 김지혜, 남구청장의 오른팔 ‘염계장’ 역에 심우성이 출연한다. 구청직원으로는 강동우·노현창·김혜미·김채은 이 이름을 올렸다. 공연은 11월 20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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