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인스타그램)= 이정재
사진출처(인스타그램)= 이정재

9월 12일 제74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드라마 '오징어 게임'으로 이정재 배우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모든 뉴스에서 대서특필되는 큰 역사적 사건이다. 수상 트로피를 든 배우의 모습에서 와인대회가 겹쳐 보인다.

시련 속에서 맛이 깊어지는 특징이 닮아있다. 모든 과일은 비가 많이 오는 풍족한 환경에서는 물러지고 당도가 떨어진다.

특히 와인으로 만들어지기 위한 포도는 비가 거의 오지 않는 기후에서 물을 찾아 뿌리를 땅속 깊은 곳으로 뻗어 달디단 열매를 맺고 여러 토질의 맛과 높은 당도를 가져야 훌륭한 와인이 된다.

이정재 배우의 에미상 수상으로 대표되는 한국 콘텐츠의 약진은 그만큼 우리의 역사와 사회가 험난했고 그 가운데 고민하는 창작자와 그들이 자아내는 문화를 사랑하는 국민이 함께 만든 문화적 토양이 축적되어 보편적인 공감대를 얻은 증거라고 볼 수 있어,

배우 개인의 영광을 넘어 굴곡과 역경의 역사 속에서 꽃 핀 한국의 문화가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국가적인 경사로 볼 수 있다. 풍족하면 문화가 영글지 않는다는 예는 주변에서도 쉬이 접한다.

한국 내에서도 평온한 지역에서는 문화가 발달하지 않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기후가 좋고 태풍과 홍수가 비껴가는 지역은 사람들이 평온하고 살기 좋은 곳이라는 명예와 문화 불모지라는 불명예를 동시에 지닌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를 호령하던 일본의 영화는 그 모습을 더는 찾아볼 수 없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1960년대 말 전공투로 대표되는 사회적인 격동이 실패로 결론난 후, 사회적 분위기가 안온한 물질주의로 빠진 것 때문은 아닌가 사료된다.

일본 내부에서는 오징어 게임이 배틀로얄, 카이지, 신이 말하는 대로 등 일본 대표 서바이벌 콘텐츠의 아류라 폄하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바꿔 말하면 뛰어난 킬러 콘텐츠라도 사회에 대해 고민하는 풍토가 사라진 곳에서는 세계인이 공감할 만한 문화로까지 자라지 못한다는 예로 보인다.

한국은 여러 경제적인 지표로 일본을 뛰어넘은 풍요로운 국가가 되었지만 많은 국민이 사회에 관심이 많고 고민하는 만큼 훌륭한 문화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생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는 남녀 갈등도 있고 노령화 문제도 급진적이고 계층 갈등도 심하고 정치적으로 양분되어 있고 해결될 기미도 안 보이는 과거사 청산이나 남북평화 문제 등 피가 거꾸로 치솟아 오르는 이슈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창작자는 골라 쓸 한국 고유의 테마가 많고 국민들은 그들이 만든 결과물을 사랑하고 소비하고 공감하며 더 나은 사회에 대해 토론한다. 이런 풍토에서 자라난 한국 문화 콘텐츠의 에미상 수상은 이번이 마지막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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