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아 기자의 시네마 초대석]

현재 김포국제청소년영화제(Gimpo International Youth Film Festival) 운영 위원장과 기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각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시네필(Cinephile)들의 리뷰를 소개하고 있다.

스틸 컷= 그래도 나는 노래하리
스틸 컷= 그래도 나는 노래하리

 

올해로 14회째를 맞고 있는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그래도 나는 노래하리> 영화가 100여명의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와 내국인이 함께 참석한 가운데 지난 9월 25일부터 26일까지 고양시 아람누리 새라새극장과 메가박스 백석점 2관에서 이틀에 걸쳐 상영된다.

 

이번 영화는 토론토에 사는 아프가니스탄계 캐나다인 작가이자 감독인 파질라 아미리(Fazila AMIRI)가 메가폰을 잡았다. 그의 첫 장편 연출작인 <그래도 나는 노래하리>는 핫독스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와 셰필드다큐멘터리영화제 등에서 상영됐다.

 

영화를 상영하기 전 감독과의 대화 자리에서 파질라 아미리(Fazila AMIRI)는 “이번 DMZ 영화제의 열정이 영화를 제작하던 당시를 떠오르게 했으며 아프가니스탄에서 아직도 고난을 받는 예술인과 사상가들에게 영광을 돌린다.

 

” 또한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주인공들의 진실한 메시지를 이 자리에서 함께 공유하고 싶다.”라며 출연자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파질라 아미리(Fazila AMIRI)  감독과의 대화 모습ⓒ김포마을유튜브 
  파질라 아미리(Fazila AMIRI)  감독과의 대화 모습ⓒ김포마을유튜브 

 

  ‘아프간 스타’ 음악 경연 대회를 중심으로 격동의 아프가니스탄 사회적 상황 재조명해

이 영화는 아프가니스탄의 아메리칸 아이돌이라 불리는 ‘아프간 스타’ 음악 경연 프로그램에 세 명의 여성들이 참가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격동의 아프가니스탄 사회적 상황을 재조명해주고 있다.

무엇보다 유명 팝스타이자 ‘아프간 스타’의 심사위원인 아리아나 사이에드(Aryana Sayeed)가 두 여가수 지망생인 자흐라 엘함(Zahra Elham)과 사디가 마다드가르(Sadiga Madadgar)의 수상을 위해 열정적인 삶의 멘토로 다가선다.

 

  ‘아프간 스타’ 여성 가수들의 노래 수상 과정에 신뢰와 지지를 통한 감동적인 연대 그려내

아프간 여성의 권리에 목소리를 높여온 그녀는 여성 예술가로, 원리주의자들로부터 살해 위협에 시달리지만, 그 어느 한순간도 당당함을 잃지 않는다.

 

‘아프간 스타’에 도전한 두 젊은 여성들은 노래 경연을 거치며 서로의 우정을 쌓고, 자신들의 재능을 무대 위에서 하나씩 증명해 나간다. 하지만 그사이 공세 수위를 높이던 탈레반이 정권을 재탈환하면서, 세 여성의 노력은 송두리째 수포가 될 위기에 처하고 만다.

 

점점 극한으로 치닫는 상황 속에서도 파질라 아미리(Fazila AMIRI)  감독은 서로에 대한 신뢰와 지지를 잃지 않는 여성들의 숭고하고 감동적인 연대의 아름다움을 스크린에서 거침없이 보여준다.

 

그리고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극단주의적 신념과 이데올로기로도 지울 수 없는 비장한 여성들의 목소리를 담담하게 들려준다.

 

 영화 스틸컷ⓒ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영화 스틸컷ⓒ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세 명의 주인공, 두 가수 지망생들에게 삶의 멘토가 되어준 아리아나 사이에드(Aryana Sayeed)와 서로에게 응원자이자 격려자로 협력하며 동행하는 자흐라 엘함(Zahra Elham)과 사디가 마다드가르(Sadiga Madadgar)의 노래는 숨소리마저 절절하다.

 

지금도 전 세계 곳곳에서 울부짖고 있는 아프간 여성들의 눈물과 절규를 그대로 담고 있다. 세 여가수가 부르는 감미로운 멜로디 이면에는 비뚤어진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신념과 이데올로기로부터 독립적으로 자기 삶을 살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여전사와도 같은 저항 정신이 녹아 있어 가슴이 저릿저릿하다. 

 

엔딩 크레딧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아프간 여성들의 피맺힌 호소가 곳곳에 진을 친다. “우리의 적은 누구인가?” “나는 법률가, 공학자, 기술자다. 아프간의 여성은 자선이 아닌 일자리를 원한다.” 그녀들이 부르짖는 생존의 박동이 전쟁터 북소리가 되어 영혼의 울림으로 지구촌 방방곡곡에 퍼지고 있다.

 

삶은 부수적이거나 우연한 것이 아닌 기본적인 권리라고 목 놓아 노래하며 말이다. 밖에서 쏟아지는 총탄 소리의 긴박함 앞에 아프간의 여가수는 고통을 절박하게 드러낸다. 이 마지막 장면에서 필자는 순간 움찔했다.

 

 영화 포스터ⓒ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영화 포스터ⓒ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민요의 여왕 전영란 국악인과 한국적 재즈밴드 프렐류드 피아니스트 고희안의 Docs on stage 모습ⓒ김포마을유튜브
민요의 여왕 전영란 국악인과 한국적 재즈밴드 프렐류드 피아니스트 고희안의 Docs on stage 모습ⓒ김포마을유튜브

관람석에 있는 아프간 아동들을 한 명 한 명 돌아보게 됐다. 지금은 괜찮은지, 혹시나 통증과 두려움을 호소하지는 않는지, 갓난쟁이를 안고 있는 부모의 상처를 건드리지는 않는지 천천히 그들 행동 하나하나를 살펴본다.

100여명의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들은 드높고 맑은 주말의 가을 하늘을 제치고 칭얼거리는 젖먹이를 달래가며 전국각지에서 먼 길 힘든 줄 모르고 새라새극장의 어두컴컴한 관람석을 지키고 있다. 삶의 아름다움 못지않게 중요한 생존의 이유가 아프간의 가족들을 스크린 앞으로 당당히 모이게 했다.

아무쪼록 모두가 그 자리에 있는 이유,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이미 생명으로 충분하다. 다양한 실리와 명분, 상호 경계를 넘어 그저 생명으로 존중하며 포용하고 함께 공존하길 간절히 소망한다.

상영회 이후 펼쳐진 민요와 재즈의 하모니를 이룬 전영랑 국악인과 고희안 피아니스트의 연주는 인생이라는 깊고 넓은 바다를 굴곡진 파도로 넘나들며 흘러가는 우리네 삶이라는 여정에 위로와 쉼, 살아가는 생기와 한숨을 불어넣는다.

중간 중간 불어넣는 “얼쑤!” “지화자” “좋다!” 즉흥 추임새로 삶의 혼돈 속 일상의 방향을 다시금 회복한다. 당연했던 이제의 시간이 한없이 겸허해지며 거룩해지는 순간을 선사 받는다.

이번 행사는 경기도가 주최하고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와 김포국제청소년영화제가 주관했다. 이 밖에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정부합동지원단, 김포시학교운영위원협의회, 김포시외국인주민지원센터가 협력해 참여했다.

 

 

*글쓴이 : 이현주

2015년 <발맘발맘 수다고양> 동네 라디오를 시작으로, 2016년 <고양e팟캐스트> 마을미디어 제작단을 개설하고 운영하다 지치면 느릿느릿 쉬어가는 마을미디어 활동가다. 2018년 복잡한 내면의 실타래를 <분홍 낙원> 시집을 쓰며 풀어갔고 2021년 기후위기와 마을 안 공감, 소통, 마을공동체, 주민자치를 고민하며 <일상에서 들려오는 마음의 속삭임> 전자책 발행과 <마음의 속삭임 TV> 유튜브 채널에 시민들과의 다양한 마을 안 에피소드를 모아가고 있다. 올해 6월에는 고양, 김포, 파주 경기서부마을미디어네트워크를 준비하며 경기서부권역 마을미디어 활동가들의 어제, 오늘, 내일을 여럿이 모여 응원하며 숙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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