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안나, 차이코프스키'. 사진ㅣ과수원뮤지컬컴퍼니
뮤지컬 '안나, 차이코프스키'. 사진ㅣ과수원뮤지컬컴퍼니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유니플렉스 1관에서 뮤지컬 ‘안나 차이코프스키’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이날 현장에는 배우 에녹, 박규원, 김소향, 최서연, 테이, 안재영, 정재환 등을 비롯해 허강녕 대표, 황두수 연출, 이진욱 음악감독이 참석했다. 

작품은 실제로 동성애자로 알려진 차이콥스키의 삶에 상상력을 더해 그와 비서 알료샤의 이뤄지지 못한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알료샤와 함께 만드는 음악을 통해 전쟁과 이념 갈등이 만연한 현실로부터 도피하고 싶어하던 차이콥스키. 전쟁터에서 들려온 알료샤의 사망 소식은 그에게 외면할 수 없는 현실로 다가온다.

슬픔에 빠져 더는 음악을 만들 수 없게 된 차이콥스키는 시인 안나의 도움으로 자신의 비극적 삶과 사랑을 음악으로 승화시킨다.

음악과 삶을 통해 위로를 전하는 뮤지컬 '안나, 차이코프스키'는 전설적인 작곡가 차이코프스키를 모티브로 차이코프스키의 서정적인 음악과 환상적인 작품 세계를 차용한 공연.

'루드윅' 제작사 과수원뮤지컬컴퍼니의 두 번째 클래식 작곡가 시리즈로, 피아노,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플루트, 클라리넷, 팀파니 등으로 구성 된 대학로 최초의 9인조 오케스트라를 만날 수 있다.

19세기 전쟁 등 혼란스러운 러시아를 배경으로 한 작품은 불안한 시대적 배경 속 환영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아픔을 어루만진다.

차이코프스키의 대표 오페라 '오네긴'의 가슴 아픈 서사를 차용한 차이코프스키의 이야기와, 차가운 러시아의 현실 속에서도 앞으로 나아가 자신의 작품 세계를 지키려는 예술가들의 진심이 잔잔한 울림을 전하며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건넨다.

뮤지컬 '안나, 차이코프스키'. 사진ㅣ과수원뮤지컬컴퍼니
뮤지컬 '안나, 차이코프스키'. 사진ㅣ과수원뮤지컬컴퍼니

특히 '안나, 차이코프스키'는 차이코프스키의 아름다운 선율이 돋보이는 '호두까기 인형' '잠자는 숲속의 미녀' 등 발레곡 넘버가 주목도를 높인다. 차이코프스키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오네긴'은 음악 뿐만 아니라 드라마까지 작품의 환상적인 분위기와 신비로움을 살린다.

클래식과 뮤지컬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시도, 웅장하면서도 따뜻한 음악과 이야기는 '안나, 차이코프스키'에서만 만날 수 있는 한 줄기 빛과 같은 선물이다.

공연의 서곡 종료 후 시작되는 첫 넘버 '푸쉬킨 동상 앞에서'를 포문으로 '들려주지 못한 노래' '겨울날의 환상' '인생산책' '비애' '어린 독수리' '작은 꽃' '상처입은 독수리' '후회' '그대여 떠나라' 등 하이라이트 시연 장면에서 전해진 넘버들은 캐릭터와 하나 된 배우들의 눈물 열연과 어우러져 차이코프스키의 음악 만큼 완성도 높은 공연을 확인 시켰다.

이번 작품에서 에녹·김경수·박규원은 낭만주의 시대 러시아 제국의 음악가 차이코프스키 역을, 김소향·최수진·최서연은 문학잡지 편집장이자 시인 안나 역을, 임병근·테이·안재영은 러시아 5인조의 일원이자 민족 음악의 대변자 세자르 역을, 김지온·정재환·김리현은 차이코프스키의 비서이자 제자 알료샤 역을 연기한다.

"가을같은 작품입니다. 뜨거운 여름이 지나고 가을 바람이 불 때의 느낌이죠. 각자 다른 신념을 갖고, 다른 절망을 안고 있는 사람들이 차가운 시대 속에서 서로 위로하며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입니다."(황두수 연출가)

"기분에 따라 빠져드는 인물이 달라지는 작품입니다. 황 연출이 이 작품에 대해 '평양냉면 같다'고 했어요. 처음 맛보면 밋밋한 것 같지만, 어마어마한 시간과 공을 들여 끓여냈어요. 자극적 요소를 배제하고 마음 속에 남는 작품을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테이)

황두수 연출가는 서울 대학로 유니플렉스에서 열린 '안나, 차이코프스키' 프레스콜에서 "창작 초연인만큼 배우들과 스태프가 치열하게 준비했다"며 작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황 연출은 "차이코프스키는 어머니에게 사랑을 부정당한 후 환상 속으로 도망치고, 음악을 탈출구로 삼았다"며 "누구에게나 차이코프스키처럼 결여가 있고, 그려내고 싶은 환상도 있다. 저도 무언가 결여를 채우기 위해 예술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부분이 차이코프스키와 오늘의 우리가 맞닿아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안나, 차이코프스키'는 베토벤의 이야기를 담은 '루드윅'에 이어 제작사 과수원뮤지컬컴퍼니가 두번째로 제작한 클래식 음악가 시리즈다.

허강녕 과수원뮤지컬컴퍼니 프로듀서는 베토벤에 이어 차이코프스키를 소재로 한 창작 뮤지컬을 내놓은 것과 관련, "이 작품은 3년 전부터 기획했다"며 "창작 뮤지컬을 개발하고 공연을 만들어 국내 뿐 아니라 해외로 진출하고, 우리 뮤지컬의 우수성을 알리는데 조금이라도 일조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허 프로듀서는 "우리가 만든 뮤지컬이 외국 관객들에게 다가갈 때 어떤 소재가 좋을까 고민을 했다"며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으로 작품을 만들면 관객과 공유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뮤지컬 '안나, 차이코프스키'. 사진ㅣ과수원뮤지컬컴퍼니
뮤지컬 '안나, 차이코프스키'. 사진ㅣ과수원뮤지컬컴퍼니

그는 "차이코프스키 음악을 사용하고, 그의 인생, 관계 맺고 있는 군상들을 통해 함께 공감할 내용 찾고자 했다"며 "창작진들이 그런 부분에 대해 많이 고민했고, 이진욱 음악감독이 정말 힘든 창작의 시간을 보내며 좋은 음악을 만들어줬다"고 했다.

이진욱 음악감독은 "대가의 음악을 만진다는 것 자체에 대해 심적 부담이 많았다"며 "명곡들을 뮤지컬화하며 굉장히 고민했고, 가창력이 대단한 배우들에게서 (능력을) 최대한 뽑아내보자는 생각으로 곡을 만들었다"고 했다.

차이코프스역을 맡은 에녹은 "극 구성상 차이코프스키의 이야기가 중심이지만 주변 인물들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안나 차이코스프키는 다른 인물들을 더 많이 받쳐주고, 관계설정을 하며 극의 완성도가 짙어진다. 그런 점을 녹여내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작은 꽃' 넘버로 놀라움을 선사하는 김소향은 "안나로 함께 하고 있는 최수진·최서연에 지지 않겠다는 경쟁심 하나로 열심히 하고 있다"며 웃더니 "사실 스케줄이 바쁘긴 하지만 욕심을 부리면서 창작극에 계속 참여를 하는 이유가 있다.

내가 20년이 넘은 배우인데, 20년 넘게 공연 하면서 '배우가 어떻게 해야 무대에서 받은, 관객들에게 받은 사랑을 보답할 수 있을까. 어떤 것이 가장 완벽하고 아름다운 보답이 될 수 있을까' 묻는다고 하면 대답은 '창작 작품을 하는 것'이다. 그게 내 신념이다. 그래서 1년에 한 편 씩은 꼭 창작 작품에 참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이어 "'안나, 차이코프스키' 같은 경우는 '작은 꽃'이라는 노래 한 곡 때문에 이 자리까지 오게 됐다. '내 향기 하나를 사람들에게 전해줄 수 있기를, 내 마음의 희망이 다른 사람에게 전해질 수 있기를'이라는 가사에 너무 감동해서 포기하고 싶은 순간, 너무 힘든 순간들이 있었음에도 김소향으로서, 배우로서 '이것 만큼은 관객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니까 잘해내겠다'는 생각 하나만 했다"고 덧붙였다.

쉽게 악역으로 표현되지만 단순한 악역은 아닌 세자르 역의 안재영은 "'이 인물이 정말 안나와 차이코프스키가 가는 길을 방해하는 악역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해 제작자, 연출자, 배우들이 많은 고민을 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원작자의 의도는 세자르가 그렇게 비춰지길 원하지 않았다. 실제 세자르라는 인물도 음악과 작곡을 한 사람이고, 원치 않는 세상에게 압력을 당해 그러한 인물이 될 수 밖에 없는 구도를 원했다. 관객들에게도 그렇게 다가가길 바란다"고 애정했다.

"난 세자르를 한번도 악역이라 생각하지 않았다"는 테이는 "차이코프스키가 비겁하고, 안나는 너무 어리다. 세자르가 어른이다. 예술가는 내면의 나와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라 순수한 면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한 사회적 관계와 위치에서 어른으로 바라보기 보다는 자기 자신 안으로 숨어 든다. 세자르는 그 사이에서 사회 생활을 이해하고 쓰임에 대해 고민하는 어른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무엇보다 작품 자체가 빌런을 만들기에는 3자의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는 작품이 된 것 같다.

연출님이 '평양냉면 같다'고 했는데, 누군가의 입맛에는 안 맞을 수 있지만 한 번 맛 들리면 훅 빠져들게 되는 것 같다. 평양냉면의 밋밋함을 만들어내기가 결코 쉽지 않다.

자극적인 요소들을 배제하고도 마음 속에 남는 것들이 많은데, 그 점을 심도 깊게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거들었다.창작뮤지컬 '안나, 차이코프스키'는 오는 10월 30일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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