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 컷= 두 교황(The Two Popes)
스틸 컷= 두 교황(The Two Popes)

두 교황이 있다. 한 교황은 엄격하고 보수적인 규율을 통해 과거의 종교 형태와 권위를 그대로 고수하려는 교황, 또 다른 교황은 시대 상황에 따라 새로운 방식으로 신도들에게 가깝게 접근하는 종교의 혁신과 개방성을 추구하는 교황.

엄격하고 보수적인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가톨릭의 전통적이고 절대적인 교리에 따라, 이혼한 여자에게는 성체를 주지 않고 복장과 규율을 매우 엄격히 하며, 라틴어로 대화하고 클래식만 들어 비틀즈 노래가 뭔지도 모른다. 성직자의 성범죄보다는 교회의 성장과 안위에 중심을 두어 신도들과 민심이 떠나가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혁신과 개방성을 추구하는 프란치스코 교황(베르골리오 추기경)은 보수적인 가톨릭교회와 지나치게 엄격한 교황의 태도로 교인들과 세상에서 멀어져가며 무너져가는 가톨릭교회를 걱정한다. 가난하고 어려움에 빠진 사람들을 위로하고 경제적 불평등과 독재정권을 반대한다. 신도들에게 친근하고 가까이 다가가 살피려고 노력한다. 쉬운 말을 쓰며 대중이 좋아하는 문화를 진심으로 함께 즐긴다.

요한바오로2세 교황의 서거 이 후, 콩클라베(교황 선거)를 통해 4명의 후보자(독일후보-전통적 신앙 추구, 이탈리아 후보-진보적 자세 추구, 남미후보-가난과 폭력 하에서 자유를 추구하고 실천적인 태도 추구, 아프리카 아시아-타종교와의 관계 해결 추구) 중 독일후보인 베네딕토 16세가 당선된다.

남미후보였던 베르골리오 추기경은 추기경의 자리를 스스로 사임하기 위해 베네딕토16세의 화려한 여름별장에 방문하게 된다.

화려하기 그지없는 여름별장에서, 또 바티칸 대성당의 미켈란젤로 천장화 아래에서 나누는 베네딕토 16세 교황과 베르골리오 추기경의 대화를 통해, 오늘날 세상에 던져지는 보수와 진보의 관점에서 첨예하게 대립되는 다양한 사안들이,

때로는 가벼운 농담처럼, 때로는 별장 정원에 내리쬐는 한 낮의 햇살처럼, 둘이 나눠먹는 거리의 피자 한 조각이나 독일 대 아르헨티나의 축구경기 관람처럼, 일상 속에 너무나 가깝게 자리를 틀고 있는 무거운 현실의 문제들을 다뤄낸다.

서로 인정할 수 없는 대립들이 두 교황 사이의 대화와 인간관계 속에서는 시간의 흐름, 사람과 사람 사이에 그게 뭐 그리 대단하냐는 듯, 베네딕토16세는 베르골리오 추기경에게 다음 교황의 자리를 선뜻 부탁한다.

스틸 컷= 두 교황(The Two Popes)
스틸 컷= 두 교황(The Two Popes)

두 교황의 사이에는, 세상 속에서 늘 보아오던 대립과 반목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존중과 애정, 걱정과 배려가 존재한다.

베르골리오 추기경은 소아성범죄자 성직자를 파면하지 않는 베네딕토 교황을 질타하면서도, 건강의 문제와 신경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베네딕토16세의 마음의 평화를 신께 부탁한다.(이 장면에서 나는 큰 눈물을 흘렸다. 종교란 미움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것을.)

교황의 자리는 프란치스코교황에게 콘클라베를 통해 이양되었고 새로운 교황은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의 가난하고 힘없는 자들을 만나러 다닌 실제 영상으로 영화는 끝을 맺는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느끼고 볼거리는 두 교황간의 관계와 대화다.

 

두 시간의 러닝타임 동안, 아무리 봐도 물과 기름처럼 서로 달라도 너무 다른 두 교황의 캐릭터가 만들어 내는 만남과 대화가 ‘영화 초반부터 둘이 싸울까 미워할까 걱정부터 하는 관객 자신이 한심스러울 정도로’ 감동의 순간으로 바꾸어 놓는다.

둘이 논하는 세상의 문제가 영화 속에서 시원하게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교황은 전지구의 어렵고 어두운 곳을 바라보러 다니고 물러난 교황의 생일에 가서 함께 축구경기를 본다.

종교의 힘만으로는 세상문제를 처음부터 끝까지 해결하기는 어렵지만, 가장 근원적인 ‘인간에 대한 사랑’이 해결의 열쇠가 되지 않을까? 라는 결론으로 마무리 한다.

둘의 허물없는 만남과 솔직한 대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배어나오는 ‘사랑의 모습’이 인류의 거대한 문제를 아주 쉽게 해결해주는 열쇠가 아닐까하는 힌트를 던진다.

오늘날 우리가 보는 이념과 종교, 주장과 이익으로 나뉜 여러 집단들의 갈등과 대립, 정치대립 등 모든 ‘미움’을 이 영화를 봄으로서 조금 가라앉히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렇게 말한다. ‘무관심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고통에 익숙해져 왔습니다.

"나하고는 상관없어." 이 세상의 누구도 책임감을 느끼지 않습니다. "난 관계없는 일이야. 다른 사람의 일이겠지. 나는 분명히 아니야." 하지만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면, 그것은 바로 우리 모두의 잘못입니다.'

포스터= 두 교황(The Two Popes)
포스터= 두 교황(The Two Pop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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