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움과 환희로 관객들을 물들일 화제의 애니메이션 <엄마의 땅: 그리샤와 숲의 주인>이 제작진의 피, 땀, 눈물이 녹아있는 역대급 제작 기록과 눈을 사로잡는 대자연 스틸을 공개한 <엄마의 땅: 그리샤와 숲의 주인>은

설원의 소녀 ‘그리샤’가 아픈 엄마를 구하기 위해 전설의 ‘붉은 곰’을 찾아 떠나는 미라클 어드벤처로 <흥부와 놀부>(1967), <콩쥐 팥쥐>(1977) 이후 명맥이 끊겼던 한국 장편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부활과 새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상징적인 작품이다.

근 반세기 만에 시작된 도전은 결코 쉽지 않았다. <엄마의 땅: 그리샤와 숲의 주인>은 한 장면을 촬영하는데 평균 8시간이 소요됐기에 하루에 한 컷, 많아야 세 컷을 촬영할 수 있었으며 총 850컷으로 이루어진 작품을 완성까지 약 3년 3개월이 걸렸다.

주인공 ‘그리샤’와 가족들, 툰드라를 침범한 외지인 ‘블라디미르’와 ‘바자크’, 영화의 마스코트인 순록 ‘세르데토’와 숲의 주인인 ‘붉은 곰’까지 22개의 인형을 한 땀 한 땀 움직여가며 생명력을 불어넣은 제작진의 피땀 어린 28,440시간은 하나로 응축돼 69분의 환상적인 동화로 탄생했다.

영화에 사용된 세트는 ‘그리샤’ 가족의 집 내부와 외부, 일렁이는 땅, 전차 내부, 참호, 얼어붙은 강, 낭떠러지, 붉은 곰의 동굴과 동굴 통로, 북쪽 숲까지 총 10개로, 혹한의 설원부터 신비한 비밀 동굴까지 다채로운 모습으로 변신하며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각본과 연출을 맡은 박재범 감독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은 시간을 재료로 캐릭터에 영혼을 불어넣는 연금술”과 같다고 말하며 위험부담이 컸던 작품이지만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사랑하는 많은 이의 노력과 도움 덕분에 빛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전했다.

<엄마의 땅: 그리샤와 숲의 주인>은 2010년 방영 당시 엄청난 화제를 몰고 왔으며 1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명작으로 회자되는 SBS 다큐멘터리 [최후의 툰드라]로부터 시작됐다.

2019년 장편 시나리오 집필을 고민하던 박재범 감독은 강렬한 인상을 받았던 [최후의 툰드라] 속 이미지를 떠올렸고, 여기에 어린 시절 어머니가 편찮으셨던 기억이 맞물리며 아픈 엄마를 위해 모험을 떠나는 툰드라 소녀 ‘그리샤’가 태어났다.

툰드라 유목민의 생활상과 전통문화, 태초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아름다운 자연을 온전히 스크린에 담고 싶었던 박재범 감독은 [최후의 툰드라]를 연출한 장경수 CP를 찾아가 자문을 구하고, 국내외 관련 서적과 다큐멘터리를 탐독하며 자신만의 툰드라를 설계해갔다.

무엇보다 자연을 재연함에 있어서는 최대한 3D 이펙트를 사용하지 않고 직접 촬영하자는 철칙을 앞세워 작은 소품 하나까지 수작업으로 완성했다.

놀라운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는 스틸에는 툰드라 지대를 대표하는 설산, 촉촉한 이끼 융단이 깔린 동굴, 밤하늘에 걸린 오로라까지 마치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의 한 장면 같이 생생한 자연경관 모두가 제작진의 손에서 탄생했다.

매서운 추위가 그대로 전해지는 극지방의 눈은 스티로폼으로 만들었는데 실감 나는 눈보라를 표현하기 위해 풍향과 풍속, 사람의 이동 방향, 밤과 낮 등 무수한 경우의 수를 헤아려 촬영했다.

영화의 중요한 메타포이자 가장 큰 과제였던 오색의 오로라는 시장을 뒤져 구해온 온갖 종류의 천들을 다양한 조명과 앵글에서 고속 촬영하고, 그 소스들을 합성해 완성했다.

침엽수가 빽빽한 북쪽의 숲은 편백숲에서 주워온 나뭇가지를 활용해 리얼함을 더했고, 당장이라도 뜨거운 숨결이 내뿜을 듯 생명감이 느껴지는 순록의 디테일은 본편에 대한 기대감을 상승시킨다.

한국에서 장편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 재등장하기까지 45년이나 걸린 것에서 알 수 있듯 <엄마의 땅: 그리샤와 숲의 주인>은 시작부터 완성까지 도전의 연속이었다. 2023년 1월 개봉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