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연극 ‘미저리’ 프레스콜이 열렸다. 이날 배우 김상중, 서지석, 길해연, 이일화, 고인배, 김재만이 참석했다.

 

"미저리가 왜 죽어! 어떻게 미저리를 죽일 수 있어!"

창밖엔 비가 세차게 내리고 번개가 요란하게 친다. 음습한 분위기 속, 소설 '미저리의 아이'를 읽고 분노로 얼굴이 일그러진 애니 윌크스가 나타난다. 그녀는 사고로 다쳐 거동할 수 없는 베스트셀러 작가 폴 셸던을 향해 광기로 절규한다.

제공= ㈜크리에이티브리더스그룹에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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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이 뭔지, 아픔이 뭔지 네가 당해봐.

혹여 누가 나타나 당신을 구해줄 거라고 꿈도 꾸지마."

멀어지는 자동차 소리에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바닥으로 떨어진 폴, 바깥을 향해 처절하게 기어가지만, 굳게 닫혀있는 문앞에서 그는 좌절한다.

제공= ㈜크리에이티브리더스그룹에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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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 연극 '미저리'가 지난 24일 막을 올렸다. 미국 대표 작가 스티븐 킹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영화로도 잘 알려져 있는 작품이다. 폴의 열성 팬이자 전직 간호사 애니의 광적인 집착을 스릴러로 그려낸다.

눈보라를 만나 교통사고를 당한 폴을 애니가 구출해 자기 집으로 데려오며 사건이 벌어진다. 초연부터 폴 역으로 출연 중인 배우 김상중은 프레스콜에서 "공연할 때마다 진화되고 있다.

이전보다 이야기를 더 압축해 러닝타임을 줄였고 음향, 조명도 새롭게 바뀌었다"며 "연극이지만 영화스럽게 볼 수 있다. 영화만큼의 몰입감과 서스펜스한 집중도가 이전보다 훨씬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이 작품으로 돌아오게 된 이유로 무대만의 생생함을 꼽았다. 그는 "연극은 할 때마다 달라진다. 최고의 공연을 하면 더 잘하고 싶어서, 만족하지 못한 공연을 하면 다음에 또 해보고 싶어서 하게 된다.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계속하게 된다"고 밝혔다. 또 "결혼은 판단력이 흐려져서 한다고 하고, 재혼은 기억력이 나빠서 한다고 하더라. 저도 기억력이 안 좋았나 보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혼자 계속 고통스러워하는 이런 베드신은 처음 해봤죠. 그냥 누워있는 게 아니라, 객석에 모습을 잘 보여줘야 해서 목에 힘을 주다 보면 무리가 와요.

제공= ㈜크리에이티브리더스그룹에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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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나쁜 녀석들'을 끝내고 목 디스크 수술을 했는데, 이 공연을 한 후엔 상태가 안 좋아지죠. 그래서 '다음엔 안 해야지' 하면서도 또 잊고 세 번째 공연까지 하게 됐어요."

길해연은 “연출님과 연습실에서 얘기를 나누다가 애니 윌크스가 80세가 돼서도 얼마나 새로울까 이런 말씀을 드렸다. 배우가 역할로 같이 나이가 들어가는 것. (의미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애니의 나이가 정해져 있지 않다. 세 번째 공연하는데 확실히 3년 전과 다르더라. 내가 더 나이가 들었을 때, 변화하는 길해연이라는 배우와 애니가 만났을 때 어떤 새로운 일이 만들어지고 어떤 일이 벌어질까 궁금하다.

김상중 씨가 기억상실증에 걸려 또 만나고 싶다. 할머니가 된 애니가 이런 집착을 할 때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섬뜩하다"라며 초연부터 세 번째 공연까지 참여한 이유를 밝혔다.김상중은 서지석에 대해 "23년 만에 연극에 도전한다는 자체가 훌륭하고 아름답다.

나나 길해연 배우, 고인배 선배 같은 경우에는 세 번을 해서 어느 정도 하면 감이 있는데 이일화, 서지석 배우는 연습 기간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캐릭터를 창조하느라 고민도 많이 했고 열심히 했다"라며 추켜세웠다.

이어 "누군가가 했던 역할을 해야 하지 않나. 서지석의 폴, 이일화의 애니를 만나는 고통의 시간을 잘 견뎌냈다. 서지석의 또 다른 폴 셸던, 이일화의 또 다른 애니 윌크스를 만나볼 수 있을 거다.

제공= ㈜크리에이티브리더스그룹에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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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분에게 너무 감사하다. 열심히 노력한 점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라며 서지석, 이일화에 대한 기대를 당부했다. 그 중 이일화는 길해연과 함께 폴 셸던의 광팬인 애니 윌크스를 연기한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덕선 엄마, 청순한 이미지를 벗고 집착과 광기 어린 캐릭터를 담아낸다. 길해연과는 또 다른 스타일의 광기 어린 집착녀를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미저리'에 처음 합류한 이일화는 프레스콜에서 “덕선 엄마의 이미지를 생각해주셔서 감사하다. 아무 이미지도 안 떠오르면 섭섭했을 거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일화는 "내가 봐도 덕선 엄마, 소녀 같은 이미지가 있는 것 같긴 하다. 해연 선배처럼 털털하고 멋있는 성격이면 좋을 텐데 배우가 왜 이렇게 내성적일까 생각했다. 내성적인 성격을 탈피하고 싶었다"며 출연한 이유를 전했다.

그러면서 "지난 시즌에 김성령 언니가 애니 역을 맡아 공연을 보러 갔는데 나도 욕심이 나더라. '언니, 나도 하고 싶다' 했는데 인연이 됐다.

작년에 몸이 아파 이걸 할 수 있을까 했는데 도전해보고 싶은 역이어서 하게 됐다"라고 밝혔다.이일화는 "나에게도 다른 면이 있다. 사랑 때문에 집착하는 모순된 사랑 표현을 아주 멋있고 미쳐가면서 연기해보고 싶다.

제공= ㈜크리에이티브리더스그룹에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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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무대를 올렸는데 많이 실수를 했다. 매회 공부하는 자세로 완성된 작품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보안관 버스터는 고인배와 김재만이 함께한다. 고인배는 “시즌3까지 참여했다. 너무 짧게 나와 긴장이 많이 된다. 처음부터 극의 흐름을 잡고 가는 게 아니라 양념과 반전의 역할의 키를 갖고 있어 초연 때는 많이 긴장됐다.

두 번 거치면서 시즌3까지 오니 편안함도 있고 이 무대가 고향에 있는 외갓집에 온 것처럼 정겹게 느껴진다. 해연, 상중 씨와 함께하면서 호흡은 워낙 잘 맞았다"며 작품에 애정을 내비쳤다. 

제공= ㈜크리에이티브리더스그룹에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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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버스터의 대사가 사건에 대한 설명 위주여서 2차 공연까지는 내 감정을 집어 넣기 힘든 부분이 있었다. 시즌3에서는 나름대로 설명이지만 내 감정을 갖고 새로운 버스터의 모습을 보여줄 것 같아 기대가 크다"라고 자신했다.

또 "연극의 3요소는 희곡, 배우, 관객이다. '미저리'는 탄탄한 희곡, 열정적인 배우진, 적극적인 관객들, 또 섬세한 연출이 한몫을 하기 때문에 선택했다"며 초연부터 참여하고 있는 이유를 언급했다.

새로 합류한 김재만은 “버스터란 돼지다. 연습 때 이일화 선배님과 길해연 선배님이 음식을 많이 가져와서 살이 쪘다. 34에서 36이 돼 의상이 안 맞아 공연 이틀 전에 의상을 다시 제작했다"라며 에피소드를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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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TV 드라마에서 볼 수 있었던 서지석이 연극 무대에 서는 건 처음이다. 그는 "연극 미저리에 도전하게 된 가장 큰 원동력은 김상중 선배였다"며 "황인뢰 연출에게도 조금의 고민도 없이 적극적으로 이 작품을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걸출한 배우들의 호연과 더불어 이 작품의 회전 무대를 활용한 미장센과 음산한 분위기의 음악과 음향효과는 극의 긴장도를 한껏 끌어올린다.

스타 드라마PD 출신인 황인뢰 연출은 "이번이 세 번째 공연이어서 좀 더 진보된 작품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했다"면서 "한국의 연극 중에 서스펜스를 강조하는 연극이 흔하지 않은데, 관객들이 긴박감을 느끼며 볼 수 있도록 세밀한 곳까지 애를 많이 썼다"고 했다. 연극 '미저리'는 내년 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한다.

제공= ㈜크리에이티브리더스그룹에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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