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신시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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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서울시 서초구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연극 '레드'의 프레스콜이 개최됐다. 이 자리에는 박명성 프로듀서, 김태훈 연출을 비롯해 배우 유동근, 정보석, 강승호, 연준석이 참석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레드'는 추상표현주의를 대표하는 작가 '마크 로스코'와 가상의 인물인 조수 '켄'의 대화로 구성된 2인극으로, 화가 로스코의 생애를 훑기보다는 그의 중년 시절에 있었던 한 사건에 모티브를 둔다.

1958년, 뉴욕 씨그램 빌딩에 자리한 '포시즌스 레스토랑'에 걸릴 벽화를 의뢰받은 마크 로스코가 40여 점의 연작을 완성했다가 갑자기 계약을 파기한 사건에서 '그는 도대체 왜 그랬을까?'라는 질문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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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연극계에 입문하여 올해로 40년 차를 맞은 박명성 프로듀서는 "'레드'는 소극장 연극이지만, 작품이 가지고 있는 파워풀한 힘이 대단하다.

여섯번째 시즌인데 좋은 배우들이 '레드'와 함께 해서 이 작품의 퀄리티를 떨어뜨리지 않고, 유지해왔다는 게 장점이다"라고 말했다. 국내 초연 당시 조연출로 참여한 이후 두 번째 시즌부터 지금까지 '레드'의 연출을 맡고 있는,

김태훈은 "작품 자체가 가진 텍스트가 강렬함이 있다  하시면서도 이 작품의 매력에 끌리실 만큼 텍스트가 가진 힘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본질에 충실하려고 한다. 작품마다 특성이 있겠지만 '레드'를 할 때는 연극적으로, 극이 말하고자 하는 본질에 접근하려고 노력한다"고 밝혔다.

유동근, 정보석 배우가 마크 로스코를 강승호, 연준석 배우가 켄 역을 맡았다. 유동근은 '레드'로 30년 만에 무대로 복귀했다. 3주 정도 먼저 연습을 시작할 정도로 열정적으로 임했다는 그는 "첫 공연을 했는데도 아직 얼떨떨하다. 켄 배역을 맡은 두 배우와 같은 입장이다. 너무 오랜만에 무대에 섰다"고 밝혔다.

이어 "2019년 정보석 씨가 공연할 때 보고 정보석 씨가 너무 멋있었고, 호기심을 가졌다. 이 작품이 참 대사가 좋다고 생각했고, 존 로건 작가의 대본을 보는데 굉장히 강하게 끌어당겼다. '레드' 출연을 제안받고 고민하다가 용기를 얻고, 그럼 한 번 해보겠다고 했다.

로스코가 가지고 있는 철학과 사상, 대본 자체가 연극이 아니라 하나의 고전 미술사 같은 느낌이었다. '레드'가 가지고 있는 산맥이 뭘지 하나하나 찾아가는 과정을 가졌고 오늘날 이 시간까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제공=신시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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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30년 만에 무대에 서게 됐는데 첫 아이의 탄생 같은 느낌이다. 그만큼 제가 의미 있게 선택한 작품이다.

뒤에서 일하는 스태프들을 보면 그림자처럼 움직였던 제 옛날 생각이 많이 나더라"라며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몰라도 연극 배우들이 더 많이 무대에 설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80년대 민중극단에서 연기를 시작해 엘칸토 소극장에서 성장 발판을 다졌다. 이후 방송국 공채 탤런트로 방송에 진출해 수많은 드라마로 이름을 알렸고, 그동안 무대에 서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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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근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열린 '레드' 프레스콜에서 "아직도 얼떨떨하다. 너무 오랜만에 무대에 서는 만큼 사실 모든 게 첫 경험"이라고 말했다.

오랜만의 무대에 그는 다른 배우들보다 3주 먼저 연습을 시작하기도 했다. "제가 연극할 당시 명동에 포스터 붙이러 다녔던 기억이 나요. 포스터를 붙이다가 걸리면 구류(유치장에 수감되는 처분)도 살았죠.

극단 생활을 했지만 늘 무대에서 청소하고 심부름하기 바빴어요. 이번에 공연하며 뒤에서 일하는 스태프들을 보면서 옛날 생각이 많이 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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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로스코로 2015년과 2019년에 출연했던 정보석도 다시 한번 나선다. 그는 "이 작품은 짝사랑으로 끝나야지, 사랑을 이루려고 할 때 큰 고통이 따른다"고 했다.

"이번이 세 번째인데 매번 하겠다고 한 그날부터 후회하기 시작해요. 헤어져 있으면 하고 싶은데, 하겠다고 말하는 순간 골머리가 아프죠.(웃음) 좋은 건 하나 있어요. 배우로서 내가 얼마나 부족한지 깨우치게 하고 자극하는 작품이죠."

세 번째로 만나는 정보석의 마크 로스코는 어떨까. 그는 "치밀하고 치열한, 빈틈없는 마크 로스코로 접근하고 있는 중"이라며 "조금의 허점도 용서되지 않는, 자기 삶에 철저한 예술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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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작품을 했을 땐 너무 힘들었어요. 이 사람이 갖고 있는 예술적 고민을 따라갈 수가 없었죠. 그땐 공연장에 오는 내내 매일 교통사고가 나기를 바라기도 했어요. 괴로워서 공연장에 올 수가 없었죠.

연기 자체가 달라지진 않았지만, 이젠 마크 로스코가 이런 고민을 했겠구나 하는 마음을 느껴요. 그래서 조금은 극장에 오는 힘이 생겼죠."

유동근의 연기는 이날 처음 봤다고 했다. 서로가 역할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연습이 겹치지 않게 진행됐기 때문이다. 정보석은 "묘하게 빠져들었다. 역시 명불허전"이라고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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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석은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예술을 소재로 인생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는 살면서 내 진리가 영원할 거라는 착각에 빠지곤 해요. 과거를 통해 새로운 걸 만들어냈다면 나 역시 과거가 될 거라는 각오가 서야 하는데, 이를 망각한다는 걸 보여주죠."

켄 역은 강승호와 연준석이 맡는다. 강승호는 "연습 기간이 길어서 다른 작품보다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첫 공연 때 긴장되더라. 관객들과 소통하는 지점이 많아 좋은 자극을 받고 있다"고 했다. 

켄 역할을 맡은 연준석은 "첫 공연 때 긴장을 많이 했고, 무대에 오르고 나서도 긴장이 해소가 안 됐다. 아직도 긴장하고 있고, 좀 더 나은 모습으로 무대에 서려고 한다. 편하지는 않지만 잘하려고 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어 유동근, 정보석과 호흡에 대해서는 "워낙 선배님이시고, 어른이셔서 처음 뵙기 전에 긴장을 많이 했는데 두 분이 다른 스타일로 따뜻하셔서 선배님 같으실 때도 있고, 동료로서 풀어주실 때도 있다.

생각보다 편안하고 따뜻한 분위기에서 연습했다"며 " 그런 분위기다 보니까 극 안의 내용에 대해 선생님들께서 생각하신 부분을 얘기해 주시면서 조금 더 깊게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레드'는 오는 12월 20일부터 2023년 2월 26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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