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EMK뮤지컬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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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뮤지컬 '베토벤'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공연 하이라이트 시연과 기자 간담회, 포토 타임을 가진 이날은 안무감독 문성우, 대본 수퍼바이저 이단비, 음악감독 김문정, 박은태, 카이, 조정은, 옥주현, 윤공주, 이해준, 김진욱 등이 참석했다.

‘베토벤’은 코리올란 서곡, 교향곡 3번 Op.55(영웅 교향곡), 교향곡 5번 Op.67(운명 교향곡)을 비롯해 피아노 소나타 8번 Op.13(비창),

피아노 소나타 14번 Op.27-2(월광) 등 음악으로 전 세계인의 마음을 치유하고 온 세상을 구원했지만, 단 한 순간도 평범한 행복이 허락되지 않았던 위대한 음악가 베토벤의 고독한 삶과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작품은 한 통의 편지에서 시작한다. 평생을 독신으로 살아온 베토벤이 사망한 후 그의 유품에서 ‘불멸의 연인’에게 쓴 편지가 발견됐다. 1812년 7월 프라하에서 작성한 ‘부치지 못한 편지’. 그 시기 안토니 브렌타노가 프라하에 방문, 두 사람의 만남이 이뤄졌을 거라는 상상력에서 뮤지컬을 출발했다.

이단비 대본 수퍼바이저는 “베토벤의 일생을 담은 서사보다 감정의 수직과 상승이 가장 분명하게 나타나는 시기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며 “1810~1812년은 베토벤에게 청력 상실이라는 절망과 불멸의 연인을 만난 환희가 극적으로 교차하던 시기였다”고 말했다.

뮤지컬 ‘베토벤’은 위대한 천재 음악가 베토벤을 ‘인간’ 베토벤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해 새롭게 다가온다. 누구도 베토벤이 남긴 불멸의 음악과 고차원적 음악 세계를 부정할 수 없지만,

또 다른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 그 역시 오래도록 이어진 콤플렉스와 인간을 향한 불신으로 괴로운 생애를 보냈던 인물이라는 사실 또한 살펴볼 만하다는 의미다. 뮤지컬 ‘베토벤’ 속 루드비히 반 베토벤은 외롭고 상처 입은 영혼을 지닌 인물로 등장한다.

우연한 기회에 안토니 브렌타노와 운명처럼 만나 이뤄질 수 없는 사랑에 힘겨워하면서도, 단 하나뿐인 희망이 된 안토니 덕분에 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결국 이로 인해 모든 제약과 경계를 뛰어넘으면서 완벽한 음악을 탄생시키게 됐다는 서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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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베토벤’은 1810년부터 1812년에 걸친 기간에 집중했다. 음악적으로 이미 인정받고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던 루드비히가 청력상실의 위기를 맞이하며 불안감에 휩싸였던 때다. 이단비 대본 수퍼바이저는 “작품 구성은 한 통의 편지에서 출발했다.

베토벤이 남긴 유품 가운데 신원 불명의 미발송 편지가 발견됐고, 수신자는 불멸의 연인이라고만 적혀 있었다. 작가의 상상력이 기반을 이루지만 역사적 사료를 찾지 않을 수 없었다.

최대한 사실에 근거해 완성한 스토리 라인이다”라고 설명하면서 “(베토벤의) 일생을 담을 수도 있었겠지만,

뮤지컬이라는 장르 특성상 가장 극적인 순간에 집중해서 그 안에서 파생될 수 있는 감정들을 공유하다 보니 감정의 수직과 상승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날 수 있는 이 시기를 고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청력상실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도 위대한 음악을 남길 수 있었던 배경에는 ‘사랑’이 있었으리라는 추측도 더해졌다.

작품에는 혼령 캐릭터도 등장한다. 혼령들은 루드비히 주위를 맴돌면서 그가 음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재촉하고 삶의 의미를 일깨우는 역할을 한다.

그는 이런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선보일 수 있도록 하는 데 고민이 많았다면서 “혼령을 베토벤 내면이나 감정을 표현하는 도구로 사용하지 않았고, 상하관계도 아니다. 엄밀히 따지면 신이다.

베토벤이 악성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베토벤이 신이 되고 혼령들이 뮤즈가 되는 과정을 음악에 맞춰 봤다”고 했다. 그로테스크한 움직임에도 음악적 특성을 살리려는 의도가 담겼다.

사진=EMK뮤지컬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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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베토벤’ 2막에는 오케스트라 피트의 깜짝 이벤트도 등장한다. 이 작품에서 오케스트라는 감춰지기보다 드러나는 방향을 택한다.

베토벤이 오케스트라 피트 가까이에 내려와 직접 지휘하는데, 실제 연주자들이 작품 속 연주자들처럼 하얀 가발을 쓰고 연주해 상대적으로 묵직한 분위기의 극에 재미를 더한다.

김문정 음악감독은 “연출적 의도가 담긴 것이 맞다”라면서 “베토벤의 음악가적 직업성을 드러내고자 했다. 그래서 연주자들도 (똑같이) 가발과 정장을 하고 귀족들 앞에서 했던 장면을 시연하는 색다른 장면이 됐다.

많은 박수를 보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또 베토벤 역 배우들이 평소에도 작품에 깊이 몰입한 나머지 모두 캐릭터와 완벽하게 맞춰가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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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드비히(베토벤) 역을 맡은 카이와 박은태는 각기 다른 소감을 전해 눈길을 끌었다. 베토벤의 기악곡을 성악곡으로 바꿔 부르는 데 어려움이 따르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먼저 카이는 “저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세상이 가장 잘 보인다’는 철칙을 갖고 있다.

베토벤의 음악이 그 자체로 완벽에 가까워 그가 만들어 놓은 그 상태 그대로를 가만히 지켜보는 심정으로 노래해본다. 내 감정이 대사와 어우러져서 전체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내가 베토벤의 음악을 조금 더 들어봤다고 해서 그것이 연기에 대단한 베이스가 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다만 어릴 때부터 클래식 음악 듣기를 좋아했고, 지금도 그것을 취미로 가진 사람으로서, 베토벤 음악이 음악사에서 얼마나 완벽한지를 조금이나마 알기 때문에 그 무게감이 더 느껴지지 않나 싶다”라고도 했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줄곧 성악을 전공하면서 클래식과 가까운 삶을 살아온 그에게 그만큼 베토벤이라는 존재 자체가 얼마나 크게 다가오는지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모차르트에 이어 베토벤 역을 맡아 ‘음악가 전문 배우’라는 수식이 더해진 박은태는 오히려 그와 같은 음악적 가치와 힘을 알기 때문에 달리 접근하려 노력했다고 했다.

“원곡이나 음악의 힘이 너무 강해 자칫 잘못해 우리가 하는 작품이 잘 전달되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했다. 이 작품은 베토벤의 음악을 전달하는 것뿐 아니라 뮤지컬로서 드라마 역시 잘 전달해야 하는 것을 목적으로 둔다.

그래서 음악에 짓눌리지 않고 최대한 인물로서 다가가려 노력했다. 베토벤 역을 맡은 배우마다 표현이 달라 셋 다 다른 느낌의 베토벤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던 그는 “(그런 의미에서) 세 번 보시면 어떻겠느냐”며 유쾌하게 관람을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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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 역을 맡은 세 여배우도 각기 다른 소감을 전했다.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은 조정은은 많은 고민이 있었다는 말로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배우로서 아직 해결되지 않은 부분들이 군데군데 남아있다.

앞으로 공연이 끝날 때까지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숙제가 있다. 실제지만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이야기에 접근하기 어려웠다. 과연 ‘무엇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질 만큼 서로를 강렬하게 끌었을까’에 대한 궁금증이 컸고,

관객들에게 ‘어떻게 공감을 갖게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면서 여러 시도를 하면서 스스로 내린 결론은 작품 속에 등장하는 사랑이 남녀의 사랑에 국한된 게 아니라 ‘사랑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와 ‘사랑은 불멸하다’는 점에 포커스를 맞춘 것이라 생각한다. 원작자의 메시지도 마찬가지라고 본다”라는 솔직하면서도 진지한 답변을 덧붙였다.

장면 시연에서 ‘매직 문’을 열창했던 옥주현은 ‘시크릿’이라는 단어에 집중했다. “그림 전시회를 보러 가면 이미 세상을 떠난 유명 화가들도 (활동)시기에 따라 각기 다른 특징과 색채, 구도가 드러난다.

보면서 ‘그런 영감을 줬던 사람이 어느 정도의 강렬함을 줬길래 이런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을까’라는 호기심을 갖고 집에 돌아와 찾아본다.

뮤지컬 ‘베토벤’이 편지로부터 출발했다는 점에 재미를 느꼈다. 그래서 관련 자료를 많이 찾아봤는데, 신기하게도 베토벤을 설명하는 자료가 대부분 ‘불멸의 연인’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작품에도 장면 곳곳에 구전을 통해 들을 수 있던 이야기까지 빼곡히 담겼다”고 했다. 그만큼 아직 전해지지 않은 인물의 이야기에 더 집중해보고 싶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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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윤공주는 제작진을 전적으로 신뢰한다는 말로 작품에 임하는 설렘을 표현했다. 그는 “창작 초연이라 만들어가는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래서 재미있는 지점이 있다”고 했다. 풀어내야 할 숙제가 있다는 점도 인정했다.

그러면서 “관객과의 공감이 가장 중요한데, 이를 위해 어떻게 노력해야 할까 계속 고민한다”는 말과 더불어 “토니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믿고 따라가려 한다. 단순히 즐기는 마음은 아니다. 관객 반응에 호불호가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점점 더 호로 바뀔 수 있도록 각자의 위치에서 궁금증과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공연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오늘보다 내일, 마지막 공연이 더 기대된다”며 다시금 의지를 다지는 윤공주의 모습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 뮤지컬 '베토벤'은 오는 3월까지 예술의전당 공연을 마치고, 세계 시장에 본격 진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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