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은 회복의 한 해였다. 코로나19로 붕괴한 극장가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를 기점으로 완만하지만 분명한 극복의 시간을 가졌다. 그런 의미에서 2023년은 한국영화, 나아가 전 세계 영화시장에 있어서 보다 냉정한 심판대가 될 것이다.

코로나19는 엔데믹 국면에 접어들었고, OTT 플랫폼 구독자 증가세는 차츰 둔화되고 있다. 최근 3년간 관객의 걸음을 붙잡던 마수들이 거둬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우려는 계속된다.

그사이 달라진 문법에 산업은 어떻게 적응하고 있는지 의문스럽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대답을 가늠케 할 세 가지 질문을 준비했다. 2023년의 극장은 어떤 모양새로 자리 잡을지 투자, 배급, 제작, 인력 등의 키워드로 들여다봤다.

사진출처= 영진위
사진출처= 영진위

 

Q1. <아바타: 물의 길>, 극장가에 변화의 파도를 일으킬까

<아바타>가 극장에 3D영화 상영시설을 갖추게 했듯, <아바타: 물의 길>도 극장의 풍경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을 찾으려면 티켓값 상승과 급부상한 OTT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티켓값이 오르고 OTT가 발달했기 때문에 관객은 이제 극장에서 볼 영화와 집에서 볼 영화를 나누고 있다”(황재현 CJ CGV 커뮤니케이션팀 팀장) 코로나19 사태를 통과하면서 관객은 극장용 영화와 방구석 영화를 구분하고 있다.

이와 맞물려 관객들은 집에선 느낄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영화와 돌비애트모스, 4D 등 특별관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황 팀장은 “(개봉 첫 주 기준) <아바타: 물의 길>의 4DX관 좌석판매율이 90%에 가깝고, IMAX관은 80%에 가깝다”라면서 “좌석 판매율 80~90%란, 새벽 조조영화나 심야 영화를 빼면 거의 매진이란 뜻”이라고 설명했다.

극장들은 관객의 이런 변화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신영 롯데컬처웍스 커뮤니케이션팀 팀장 역시 “관객의 관람 목적 변화에 따라 특별관에 대한 투자가 지속적으로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특별관 설치에는 큰돈이 든다. 극장이 택할 수 있는 전략은 결국 ‘특별관 거점화’다. ‘용아맥’이란 별명으로 불리는 CGV의 ‘IMAX 용산 아이파크몰’처럼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지역에 ‘특별관 랜드마크’를 만드는 것이다.

대구광역시의 유일한 IMAX관이었던 CGV대구가 2021년 문을 닫은 뒤, 2022년 연말 다시 문을 연 것이 가까운 예다. 전 시네마서비스 배급이사이자 책 <영화 배급과 흥행>을 펴낸 이하영 하하필름스 대표는 “극장들이 2D 일반관 수는 줄이면서 특별관을 늘릴 것”이라고 전망한다.

실제로 CGV피카디리1958와 CGV구로의 일반 상영관 일부는 스크린과 좌석을 들어내고 실내 클라이밍짐으로 변신했다. 그렇다면 <아바타: 물의 길> 흥행 이후에도 3D영화 시설도 늘까. 확신하기 어렵다.

“<아바타>로 깜짝 붐이 있었지만 이후 3D영화가 많이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 ”(이하영 대표)이다. 3D영화가 대세가 되지 못하는 걸 13년 전에 확인한 극장으로선 3D영화 상영에 적극 투자할 이유를 느끼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Q2. 마블·크리스토퍼 놀란이 선점한 여름 극장가, 한국영화는

명절과 더불어 대목으로 불려온 여름 시장이 2023년 한국 영화계에 제 몫을 다할 수 있을까. 2022년 여름 시장은 기대작들이 일주일 간격으로 개봉하며 관심을 끌어 모았지만, 결과적으로 여유로운 경쟁이 어려웠다는 평을 받았다.

올해 여름에는 배급사들의 눈치 싸움이 한층 고도화될 전망이다. 일찌감치 7, 8월 개봉을 선포한 해외 대작들이 즐비해있기 때문이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오펜하이머>(배급 유니버설 픽쳐스)가 대표적이다. 놀란 감독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정점을 찍었던 2020년 8월 <테넷>을 내놓으며 승부수를 던진 바 있고, 국내에서 200만 관객을 만나며 선방했다.

어려운 시기에도 팬덤의 지지를 바탕으로 선전해온 마블의 신작도 여름을 지나치지 않는다. 2023년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볼륨 3>를 차례로 공개할 예정인 마블은 배우 박서준의 참여로 화제가 된 <더 마블스>(배급 월트디즈니 컴퍼니코리아)를 7월 출격 대기 중이다.

지난해 <탑건: 매버릭>으로 저력을 과시한 톰 크루즈가 한국 재방문을 약속하게 한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도 여름을 바라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여름 시장을 노리겠다고 선뜻 나서는 한국영화가 보이지 않는다.

유력한 후보로는 당초 2022년 개봉을 점쳤던 강제규 감독의 <1947 보스톤>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이 있다. 크랭크업 소식을 알린 류승완 감독의 <밀수>(배급 NEW), 김성훈 감독의 <피랍>(배급 쇼박스),

김한민 감독의 <노량: 죽음의 바다>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정도가 뒤를 잇는다. 1부가 저조한 성적표를 받으면서 <외계+인> 2부(배급 CJ ENM)를 여름에 선보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연 초인 만큼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지만 올여름 한국영화가 살아남으려면 해외 대작에 대한 정면 돌파보다는 해외 대작으로 인한 관객 몰이의 파급 효과를 기대하는 배급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Q3. 신규 영화 투자 위축과 투자배급사 비용 감축

CJ ENM(대표 구창근)이 새해가 되자마자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기생충>의 오스카 레이스를 진두지휘했던 고경범 전 해외영화사업부장이 새 영화사업부장으로 선임됐다. 이번 정기인사에서 가장 큰 변화는 영화사업본부가 영화사업부로 축소됐다는 사실이다.

세 팀 체제로 운영됐던 투자팀(이선영 팀장)은 한개팀으로 통합됐다. 기획제작팀(임지영 팀장) 또한 세 팀 체제로 운영됐다가, 한 개팀은 CJ 스튜디오스(대표 윤제균) 산하로 들어갔고, 나머지 두 개팀은 하나로 통합됐다.

국내 배급과 해외 배급 또한 배급팀으로 통합됐다. “투자팀과 기획제작팀 합쳐 총 6개팀으로 운영되던 기획, 제작 부서를 각각 하나씩 통합하면서 조직이 전체적으로 콤팩트해졌다”는 게 CJ ENM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번 정기인사는 임원10명을 정리했고, CJ 계열사 올리브영 대표였던 73년생 구창근 신임 대표가 선임됐던 지난해 10월 정기인사 이후 또 다시 단행된 큰 조직 개편이다.

“인력을 50% 감축하는 게 목표”(제작자 A씨)라는 말이 그룹 안팎에서 나돌 만큼 지난 연말 CJ 내부 분위기는 칼바람이 거셌다. “(기획, 제작 관련) 업무가 겹치는 팀만 무려 6개고, 대표가 공석이라 팀장들의 권한이 많아지면서 조직이 그간 방만하게 운영됐다”(CJ ENM 관계자)는 평가가 영화계에서 나돌았는데, 이번 정기인사는 그러한 목소리가 어느 정도 반영된 것 같다는 의견이 많다.

“경쟁사인 쇼박스의 인력이 30명대인 걸 감안하면 100여명의 규모인 CJ ENM은 조직이 크긴 하다. 지금처럼 경제 상황이 예측하기 어렵고, 더군다나 콘텐츠 산업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큰 조직은 외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힘들다”(제작자 C씨)다는 진단도 내부에서 나왔을 거라고 예측된다.

무엇보다 “이번 정기인사에서 단행된 변화는 아니지만 CJ엔터테인먼트가 CJ스튜디오스 산하의 사업부로 위상이 내려간 게 큰 변화”라는 얘기도 있다. “CJ ENM이 스튜디오스의 제작사와 감독들을 관리하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ENM과 스튜디오스의 제작사와 감독이 동등한 위치에 놓이면서 제작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CJ ENM의 이번 정기 인사와 조직개편의 방향이 마케팅과 유통을 조직화하기 위한 목적인지, 아니면 크리에이터 중심으로 재편되는 건지 좀 더 지켜봐야 명확해질 것 같다. CJ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건 코로나 19 이후 신규 영화 투자가 위축되고, 그로 인해 각 영화 투자배급사들이 비용을 점점 감축하는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다.

코로나 19 장기화로 인해 많은 영화가 제때 개봉하지 못한 채 대기하는 상황에서 예전처럼 신규 영화 라인업에 대한 투자가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탓이 크다. OTT 플랫폼 중심으로 산업 질서가 재편되면서 영화 투자배급사들은 기존의 영화뿐만 아니라 드라마, 시리즈도 기획하고 제작해야 하는 복잡한 상황에 처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의 세계 경제위기로 인해 금리가 인상되면서 창투사를 포함한 투자자들 사이에서 영화가 예전만큼 큰 수익을 보장하는 상품도 아니게 됐다. 투자 배급사가 몸집을 가볍게 유지하면서 산업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움직임이 당분간 계속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작성자(영진위 소속): 김성훈, 배동미, 남선우-

포스터= 개봉 대기중인 블록버스터
포스터= 개봉 대기중인 블록버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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