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 컷= 그대 어이가리
스틸 컷= 그대 어이가리

전 세계 영화제에서 51관왕을 기록한 영화 <그대 어이가리>가 이창열 감독과 선동혁, 정아미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그대 어이가리>는 30년 넘게 함께한 아내 ‘연희’가 불치의 병에 걸리며 일상이 무너진 남편 ‘동혁’의 애절한 러브스토리. 전 세계 관객들을 울린 애절한 스토리와 혼신을 다한 열연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 이창열 감독

사진= 이창열 감독
사진= 이창열 감독

 

Q1. <그대 어이가리>를 연출하게 된 계기

A. 어느 날 문득 ‘어떤 이유로든 내가 만약에 죽음을 맞이한다면 그러면 어떻게 될 건가, 끝인가?’ 이런 생각이 들면서 공포감이 들었다.

삶을 살았는데 내가 어떤 이유로든 이 세상에 없어진다면, 그때는 정말 나라는 존재는 없는 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되면서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고민에 많이 빠졌다. ‘살아있는 동안에 어떻게 살다가 죽으면 잘 산 건가’ 그런 생각을 정말 심오하게 했던 것 같다.

정말 짧은 인생이지만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삶을 살아야겠다, 사랑하고 또 행복을 마음껏 누리면서 삶을 살아가야 하지 않겠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그대 어이가리>의 시나리오를 처음 기획했다.

 

Q2. 치매와 국악을 소재로 선택한 이유

A.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주제를 관객들에게 어떻게 잘 전달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많이 하게 됐다. 그런데 ‘일반적인 장치 가지고는 사실은 과연 그걸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을 또 많이 했던 것 같다. 정말 우연일지 모르겠는데 선동혁 배우가 창을 너무 잘하는 거였다.

그래서 선동혁 배우의 창과 우리가 늘 고민하고 사는 삶과 죽음을 잘 버무린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접목을 시켰다. 그리고 ‘노인분들이 겪어야 하는 일상적인 질병들,

이제 또 마주해야 할 상황들 이런 것들을 뭐가 있을까?’라고 고민해 봤을 때 개인적으로 가장 잔인하고 힘든 질병 중 하나가 치매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이 영화 안에 치매와 창을 잘 녹여낸다면 정말 좋은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Q3. 극을 가장 관통한다고 생각하는 곡

A. 다 좋은 곡들이라 만약에 꼭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우리 영화의 주제이기도 한 <그대 어이가리>라는 만가(輓歌)와 <꿈이로다>라는 곡이다.

다른 곡들은 거의 OST 같은 느낌으로 나오는데 <꿈이로다>는 실제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있다.. 그래서 매우 많은 감정이 이입되고, 또 현장에서도 그 곡을 노래할 때 전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눈물을 많이 흘렸다.

그때 ‘이런 노래가 우리 영화에 이렇게 나와주는 것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감정적으로 도움이 되겠구나’ 이런 생각을 그때부터 지금까지 했던 것 같다.

 

Q4. 국제영화제 51관왕의 영예를 안은 소감

A. 너무 감사하다. 너무 감사한데 많은 영화제의 상을 받았지만 이게 감독인 내가 잘해서라고 생각을 솔직히 많이 안해 본 것 같다. 물론 내가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을 했지만, 이 영화가 많은 상을 받고 이슈가 됐던 부분들은 우리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혼연일치된 마음이 똘똘 뭉쳐서 만들어낸 결과라고 생각한다.

 

Q5. 해외 관객들을 자극한 영화의 매력

A. 피렌체 한국영화제 때인데 깜짝 놀랐다. 굉장히 많이 우시길래 ‘어떻게, 정서를 다 공감하고 우는 건가?’ 처음에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돌이켜보면 죽음은 동서양 모두 안고 살아가는 문제다.

그리고 또 질병을 안고 살아간다. 그 안에서 자기 아내가 될 수도 있고, 부모님이 될 수도, 또 내가 될 수도 있고 이런 소재다 보니까 거기서 보이는,

어떤 대사로 전달이 안 되더라도 영화 안에서 보여주는 비언어적인 감정과 표현들이 해외 관객들로 하여금 공감을 많이 자아냈던 거 같다.

비록 나라는 다르지만, 어떤 사랑의 공감대, 그리고 정서 이런 것들이 잘 맞아서 그런 울림을 주지 않았겠느냐는 생각이 든다.

 

- 배우 선동혁

사진= 선동혁
사진= 선동혁

 

Q1. <그대 어이가리>에 참여하게 된 계기

A. 대학로에서 연극을 하고 있었는데 이창열 감독이 내가 연극 마지막에 남도 우도 상여소리를 하는 모습을 보고 연락이 왔다.

주인공이 국악을 전공하는 사람이라는 시나리오 이야기를 들었는데 40여 년 연기 생활을 하면서 한 번도 해보지 못했지만, 언젠가 꼭 하고 싶은 역할이었다. 하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흔쾌하게 감독에게 하겠다고 했다.

 

Q2. ‘동혁’을 연기하며 제일 신경 쓴 점

A. 일찍이 판소리를 배워 항상 부르고 연구했지만, 전문적인 명창은 아니다. 그래서 판소리와 연기 사이 수위를 조절하는 것이 참 어려웠다. 감독님과 고민한 결과, ‘노래는 호흡이다. 호흡은 감정이다.

상황에 맞는 감성의 최대치에서 나오는 호흡을 통해 만들어지는 근본적인 소리를 내야겠다. 그렇다면 테크닉적으로 훌륭하진 못해도 감정을 자연스럽게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란 결론을 내렸다. 이 마음으로 찍었는데 생각 이상으로 나온 것 같아 다행이다.

극 중 염을 하면서 ‘꿈이 꿈이로다’라고 흥타령은 부르는데 국악인들이 부르는 타령이 아닌, 정말 내 감정의 호흡으로 부르니까 감정이 더 잘 전달된 것 같다.

 

Q3. 국악 연기를 준비한 과정

A. 과거에 명창 신영희 선생님께 판소리를 삼 년간 배웠고, 지금은 작고하신 인간문화재 진도 씻김굿 보유자 박병천 선생님한테도 진도 씻김굿을 배웠다.

외할아버지와 어머니 역시 소리를 하셔서 항상 어렸을 때부터 우리 소리에 대한 마음이 나에게 있었다. 연극 역시 마당놀이부터 시작, 소리를 하는 공연을 많이 한 만큼 끌어낼 수 있는 것들이 많았던 것 같다.

하지만 힘들었던 점은 사실 소리는 크게 불러야 하는데 일반 도회지, 아파트에서 소리를 낼 수 없었다는 것이다. 상여 소리도 상여가 나가면서 소리를 질러야 하는데 낼 수가 없어 아내와 함께 고속도로 갓길에 차를 세워 놓고 내가 앞소리를 하면, 아내가 후렴 소리를 받으며 연습했다.

 

Q4.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A. 내 어머니 역시 치매로 몇십 년 고생하시다 크랭크인 20여 일 전에 돌아가셨다. 어머니를 요양원에 모시는 과정에서 모셨다, 나오기를 반복하며 3개월을 싸웠다.

극 중 아내 ‘연희’를 요양원에 맡기는 장면, 그 후 딸과 식사하며 가슴 아파하는 장면들 모두 내가 어머니와 겪었던 모습들이라 가슴에 너무 와닿았다.

극 중 그 감정들을 마주할 용기가 없어 뛰쳐나가 다리 밑에서 타령하며 절규하는 장면도 마찬가지다. 정말 처절하게 부를 수밖에 없었다.

 

Q5. 아내 ‘연희’의 부탁을 실행하는 엔딩에 대하여

A. 호숫가에서 아내와 남편이 산 자와 죽은 자로 헤어지는 장면으로 영화의 주제, 죽음에 대한 선택과 산 자의 고뇌들이 담긴 씬이다.

깨끗하고 예쁜 모습으로 생을 마감하고 싶은 아내, 그 아내를 떠나보내며 좋은 곳에서 다시 환생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씻김굿에 나오는 제보살이란 노래를 부르는 남편.

그리고 영혼을 달래듯 민살풀이 춤을 추면서 아내를 좋은 곳으로 보내고자 하는 마음 모두 여러 철학적인 말을 갖다 붙일 수 있겠지만 내 생각에는 그것이 진정한 부부의 사랑이 아닌가 싶다.

부부는 무촌이라 할 만큼 가까운 사이인데 떠나보내는 자와 남는 자의 혼연일체 된 아픔들이 극명하게 표현되어 가슴을 울리는 장면이었다.

 

Q6. 해외 유수 영화제 작품상 및 첫 남우주연상 수상 소감

A. 해외 영화제에서 50여 개의 수상을 한다는 것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과연 왜 그들이 이 작품에 상을 줬을까?’ 고민해봤을 때 세 가지를 떠올렸다.

첫째는 수묵화처럼 여백이 많고 담백한 영화를 만들고자 했던 이창열 감독의 뚝심이다. 둘째는 지금 현대 사회에서 노령화가 점점 심해지고 있고, 더욱이 치매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큰 이슈고 딜레마다.

이 소재가 전 세계 사람들에게 동병상련의 느낌을 안겨주지 않았을까 싶다. 마지막은 극에도 나오는 우리나라만의 장례 문화, 상여소리라고 생각한다.

이것들 역시 K-컬처의 한 가닥이라고 생각한다. 그들 역시 이 음악을 들으며 우리가 갖는 정서를 공감할 수 있었을 것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고 생각한다.

 

Q7. 이창열 감독과 함께한 소감

A. 전쟁에 비유하면 지장, 용장, 맹장 등 많은 장군이 있는데 이창열 감독은 ‘덕장’인 것 같다. 촬영 당시 코로나 2.5단계로 심각하고 예민한 상황이었는데 이창열 감독은 단 한 번도 싫은 소리를 하거나 목소리를 높인 적이 없다.

배우들에게 맡기고, 편안한 상황에서 연기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려고 노력했다. 정말 훌륭한 마에스트로처럼 지휘를 잘해 본인의 뚝심대로 끝까지 잘 밀고 나갔다. 그만큼 그의 진정성과 태도가 작품에 녹아 해외에서도 더 인정받은 것 같다.

 

Q8. 정아미 배우와 함께한 소감

A. 연극계 후배로 연극도 본 적 있는데 내공이 어마어마하다. 서로 연기적인 케미가 아주 잘 맞았다. 그동안 많은 배우들이 치매 연기를 했는데 정아미 배우처럼 치열하게, 현실적으로 해낸 사람이 없다고 본다.

사실 연기를 하면서 직접 경험하지 못한 부분들이 많았을 텐데, 내 어머니를 통해 겪은 경험과 감정들을 공유했고 이를 잘 녹여주었다. 그래서 더욱 둘의 앙상블이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Q9. <그대 어이가리>는 어떤 영화인가

A. ‘어떻게 사느냐, 어떻게 죽느냐’란 철학적인 고찰도 할 수 있겠지만 이보다 사랑에 대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부부간, 자식과 부모간. 자연스럽게 사랑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삶과 죽음의 문제보다 ‘사랑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영화’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부부가, 자식과 부모가 같이 손잡고 와 눈물 흘리며 사랑을 느끼고 갔으면 한다. 손수건을 두 장 정도 챙겨 가서 영화를 볼 것!

 

- 배우 정아미

사진= 정아미
사진= 정아미

 

Q1. <그대 어이가리>에 참여하게 된 계기

A. 이창열 감독에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마음이 많이 아프고 먹먹했다. 그러면서 평소보다 난이도가 높은 연기를 긴 호흡을 갖고 할 수 있다는 것이 이끌렸다. 또한 장편 작품으로 처음 주연하는 작품이라 꼭 참여하고 싶었다.

 

Q2. ‘연희’를 연기하며 제일 신경 쓴 점

A. 연기가 현실적이었다는 반응을 보고 감사했다. 현실적이라는 것은 실제 존재하고 또 일어날 법한 현상을 표현하는 것이니까. 그것은 곧 내가, 그리고 이 작품이 추구하고 싶었던 다큐 적인 연기, 요소였다.

‘연희’를 연기하면서 이전 작품에서 볼 수 있었던 것과는 다르게 해보고 싶었다. 실제로 존재할 것 같은 느낌으로 연기해야 관객들로 하여금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 노력했다. 또 어떻게 하면 매력적으로 보일까도 연구하게 되었다.

 

Q3. ‘동혁’에게 상태가 더 나빠지기 전에 마지막을 부탁하는 장면에 대하여

A. 혹시나 너무 신파적으로 정형화되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래서 ‘어떤 모습으로 보여야지’ 미리 감정을 다잡고 연기에 임하기보다 오히려 감정을 빼고 싶었다.

내가 아주 담담하게 했을 때 관객이 나의 감정을 이어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의도대로 잘 표현된 것 같으면서도 아쉽다. 그런 부탁을 하는 마음이 어떨지…

 

Q4. 해외 유수 영화제 작품상 및 첫 여우주연상 수상 소감

A. 감사하게도 처음으로 여우주연상을 주셨다.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 언어는 다르지만,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가슴으로 느꼈을 것이다. 관객들의 반응을 찍은 영상을 보았는데 울음바다였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연신 닦아내고, 마스크로 눈물을 눌러보려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영화가 끝나고 관객들과 인사를 나누고 포옹을 나누며 서로 말은 통하지 않으나 위로했다고 느꼈다.

 

Q5. 이창열 감독과 함께한 소감

A. 이창열 감독은 내 인생에 천군만마와 같은 존재가 되었다. 장편 주연으로 모든 것이 처음이었는데 끝까지 나를 믿어주며 기다려주었다. 약 3개월 동안 주 2회씩 모여 시나리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눈 만큼 나중에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Q6. 선동혁 배우와 함께한 소감

A. 연극계 대선배로 같이 부부로 호흡을 맞춘다고 해 영광이면서도 긴장을 많이 했다. 카리스마 넘치지만 보기와 달리 장난끼도 가득하고 여린 모습이 있다.

같이 연기하는 동안 내 연기에 조언을 해주길 바랐는데 원래 연기 철학이 ‘남의 연기에는 간섭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후배와 주변을 따듯하게 챙겨줬을 뿐 아니라 연기 호흡을 맞춰주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 항상 감사했다.

 

Q7. <그대 어이가리>는 어떤 영화인가

A. ‘웰빙’과 ‘웰 다잉’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웰메이드’ 영화라고 생각한다. 가족들이 함께 꼭 보았으면 하는 영화다. 

포스터= 그대 어이가리
포스터= 그대 어이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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