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운동에 전태일 열사가 있다면 학생운동에는 김상진 열사
- 민주열사 김상진을 다룬 다큐멘터리 전국 순회상영

 

인간의 삶의 무게와 깊이, 열정은 어디까지일까?

 

나라에 대한 사랑과 자주독립, 민주주의에 대한 깊은 애정은 인류라면 누구든지 가지고 있을 것이다. 우리 근현대사의 구비 구비마다에는 셀 수도 없고 언급하기도 어려울 만큼 수많은 애국 열사들이 있었다.

그 중 1970년대, 노동운동에 전태일 열사가 있었고 학생운동에는 김상진 열사가 존재했다. 1975년 박정희 유신정권에 항거하여 할복 자결한 김상진 열사(당시 26세 서울대 농대 재학)는 조국의 민주주의를 열망하며 시대의 불꽃이 되어, 불우한 우리 정치역사에 저항의 큰 도화선이 되었다.

이 후 그의 정신은 곧바로 광주로 가서 광주일고 고등학생의 저항으로 이어지고 이후 수 천 수만의 학생들이 그의 양심선언문에 영향을 받아 1979년 부산 마산으로 가서 부마민주항쟁으로까지 이어지게 된다. 

이 후 해마다 4월이 되면 그에 대한 추모식이 열린다. 그의 민주주의 정신을 기리고자 3년 반 만의 노고 끝에 다큐멘터리가 제작되었고 서울대를 시작으로 전주, 광주, 부산 등에 이어 할복 당일인 4월 11일에 맞춰 (사)김상진기념사업회, 인재근의원실, 서울대민주동문회의 주최로 진행된 국회에서 상영회가 열렸다.

상영회 무대에 선 안병권 총감독은 "나라의 민주주의와 미래세대가 살 세상을 걱정했던 김상진 열사를 다시금 기억하고 그의 세상에 대한 무게와 열정, 정신을 이어받자."고 전했다. 또 앞으로 영화제 상영과 공동체 상영회 등을 계속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양심 선언문]

 

더 이상 우리는 어떻게 참을 수 있으며 더 이상 우리는 그들에게서 무엇을 바랄 수 있겠는가? 어두움이 짙게 덮인 저 사회의 음울한 공기를 헤치고 죽음의 전령사가 서서히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을 우리는 직시하고 있다.

 

무엇을 망설이고 무엇을 생각할 여유가 있단 말인가!

 

대학은 휴강의 노예가 되고, 교수들은 정부의 대변자가 되어가고 어미닭을 잃은 병아리마냥 우리들은 반응 없는 울부짖음만 토하고 있다.

 

우리의 주장이 결코 그릇됨이 아닐진대 우리의 주장이 결코 비양심이 아닐진대, 우리는 어떻게 더 이상 자존을 짓밟혀 불명예스런 삶을 계속할 것인가. 우리를 대변한 동지들은 차가운 시멘트 바닥 위에 신음하고 있고, 무고한 백성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가고 있다.

 

민주주의란 나무는 피를 먹고 살아간다고 한다.

 

들으라! 동지여! 우리의 숭고한 피를 흩뿌려 이 땅에 영원한 민주주의의 푸른 잎사귀가 번성하도록 할 용기를 그대들은 주저하고 있는가!

 

들으라! 우리는 유신헌법의 잔인한 폭력성을, 합법을 가장한 유신헌법의 모든 부조리와 악을 고발한다. 우리는 유신헌법의 비민주적 허위성을 고발한다. 우리는 유신헌법의 자기중심적 이기성을 고발한다.

 

학우여!

아는가! 민주주의는 지식의 산물이 아니라 투쟁의 결과라는 것을. 금일 우리는 어제를 통탄하기 전에, 내일을 체념하기 전에, 치밀한 이성과 굳은 신념으로 이 처참한 일당독재의 아성을 향해 불 퇴진의 결의로 진격하자. 민족사의 새날은 밝아오고 있다.

 

그 누가 이 날의 공포와 혼란에 노략질 당하길 바라겠는가. 우리 대한 학도는 민족과 역사 앞에 분연히 선언한다. 이 정권, 끝날 때까지 회개치 못하고 이 민족을 끝까지 못살게 군다면 자유와 평등과 정의를 뜨겁게 외치는 이 땅의 모든 시민의 준열한 피의 심판을 면치 못하리라.

 

역사는 이러한 사태를 원치 않으나 우리는 하나가 무너지고 또 무너지더라도 무릎 꿇고 사느니 차라리 서서 죽을 것임을 재천명한다.

 

탄압과 기만의 검은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보라.

 

우리는 이제 자유와 평등의 민주사회를 향한 결단의 깃발을 내걸어 일체의 정치적 자유를 질식시키는 공포의 병영국가가 도래했음을 민족과 역사 앞에 고발코자 한다.

 

이것이 민족과 역사를 위하는 길이고 이것이 우리의 사랑스런 조국의 민주주의를 쟁취하는 길이며 이것이 영원한 사회정의를 구현하는 길이라면 이 보잘 것 없는 생명 바치기에 아까움이 없노라.

 

저 지하에선 내 영혼에 눈이 뜨여 만족스런 웃음 속에 여러분의 진격을 지켜보리라. 그 위대한 승리가 도래하는 날! 나! 소리없는 뜨거운 갈채를 만천하에 울리게 보낼 것이다.

1975. 4. 11

서울농대 축산과 4년

김 상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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