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뮤지컬 '신이 나를 만들 때' 공연 장면 / 연극열전 제공
사진=뮤지컬 '신이 나를 만들 때' 공연 장면 / 연극열전 제공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예그린씨어터에서 창작뮤지컬 ‘신이 나를 만들 때’ 프레스콜이 열렸다. 표상아 연출을 비롯해 출연 배우진이 참석했다.

2022년 한국콘텐츠진흥원 스토리움 우수 스토리 매칭 제작 사업 선정작으로 지난해 9월 전막 낭독 쇼케이스를 거쳐 완성도를 높였다.

작품은 고생만 하다 요절한 불운의 아이콘 ‘악상’이 오기와 끈기로 디지털 천상계 ‘클라우드’에 우연히 들어가 불행과 불운으로 점철된 자신의 인생 환불을 요구한다는 참신한 설정을 그린다
작품에서 신이 인간을 창조하는 과정이 모두 디지털로 처리된다.

컴퓨터에 입력값을 넣거나 빼면 되고, 이를 처리하는 과정이나 오류가 생겼을 때 대처법 등도 마치 컴퓨터 사용법과 비슷하다는 설정이 무대를 재기발랄하게 만든다.

사진=뮤지컬 '신이 나를 만들 때' 공연 장면 / 연극열전 제공
사진=뮤지컬 '신이 나를 만들 때' 공연 장면 / 연극열전 제공

복권에 당첨된 인생 최고의 날에 삶을 마감한 불운의 아이콘. 서른 살에 요절한 한 남자가 신 앞에 갑자기 나타난다. 여길 어떻게 왔냐는 신의 물음에 그는 인생이 불공평하다며 다짜고짜 다시 태어나게 해달라고 환불을 요구한다.

30년 전 기록이 소환되고, 신의 실수로 수명을 짧게 한 사실이 드러난다. 신은 그의 수명을 대신 가진 이가 죽게 되면 인생을 환불해 주겠다고 하고, 약속했던 50년의 세월이 흐른다.

표상아 연출은 “사실 대학로 창작 뮤지컬에서 무대라는 한정적인 공간이 어떻게 운영되어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해야할 때가 왔다고 본다.

기존의 독특한 소재와 발상이 무대에 많이 구현되길 바란다. 그래야 다양한 관객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참여할 때마다 기쁜 마음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디지털 천상계 ‘클라우드’는 ‘신’이라는 비과학적 존재가 지극히 과학적인 디지털 시스템 속에서 인간의 재료를 배합하는 아이러니한 재미가 넘치는 공간이다.

표 연출은 “처음에는 대극장에 가야하지 않을까 싶었다. 작은 공간에서 운영하기에는 장치가 많았다.

신이 인간을 만드는 것은 아날로그적이면서 공간 용어들은 디지털 용어였다.

두 가지가 유기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무대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신이 나를 만들 때’는 록 사운드 기반의 대중적이고 세련된 음악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사진=뮤지컬 '신이 나를 만들 때' 공연 장면 / 연극열전 제공
사진=뮤지컬 '신이 나를 만들 때' 공연 장면 / 연극열전 제공

김희은 음악감독은 “팝스타일을 기반으로 다양한 장르를 이용하고 있다. 코미디 장르를 음악으로 구현하는 것에 고민이 많았다. 작곡가님이 밴드 기반의 음악을 구상해주셨다.

록, 보사노바, 스윙, 팝 장르를 이용해서 드라마에 맞도록 재미를 더하려고 했다”면서 “장점은 관객들이 쉽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전달력이 문제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잘 전달해서 즐길 수 있도록 편곡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인간과 인간 세계 창조 업무에 최선을 다했지만 불평만 쏟아내는 인간들에 지쳐버린 ‘신’ 역은 배우 황한나, 정다희가 맡는다. 신의 실수를 발견하고 당당히 환불을 요구하는 ‘악상’ 역에는 배우 임진섭, 장윤석, 류찬열이 캐스팅됐다.

사진=뮤지컬 '신이 나를 만들 때' 공연 장면 / 연극열전 제공
사진=뮤지컬 '신이 나를 만들 때' 공연 장면 / 연극열전 제공

모든 것을 가진 것처럼 보였지만 가지지 못한 한 가지 때문에 고통 받는 ‘호상’ 역으로는 배우 심수영, 정찬호가 출연한다. 겁 없이 오지를 누비며 삶과 죽음이 스치는 순간을 담아온 사진가 ‘영’ 역으로는 배우 박새힘, 전혜주가 번갈아 오른다.

황한나는 “처음에는 부담스러웠다. 창조의 신은 전능자의 모습이 아니라 공무원 같다. 사람을 만드는 신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했다.

관객들이 작품을 보고 ‘나도 잘못 만들어진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했다. 어떻게 하면 잘 풀어낼까 고민을 했다. 이 역할을 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영광이다”라고 밝혔다.

사진=뮤지컬 '신이 나를 만들 때' 공연 장면 / 연극열전 제공
사진=뮤지컬 '신이 나를 만들 때' 공연 장면 / 연극열전 제공

정다희는 “신을 믿는 사람이지만 본적은 없기 때문에 어려웠다. 어떻게 해야 신 역할을 과장되지 않고 부정적이지 않고 관객들에게 편하게 다가갈 수 있을까를 생각해봤다. 답은 그냥 하는 거였다. 나 답게 연기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장윤석은 “우리 작품에서는 ‘인생 환불’에 가능하지만, 현생에서는 그렇지 않다”면서 “공연전에 항상 생각한다. 관객들이 지친 일과를 마치고 우리와 함께 웃으면서 힘든 일을 잊고 행복하게 다음날 힘찬 하루를 시작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극 중 악상은 신이 자기에게 준 것은 오기, 똘끼, 객기, 독기뿐이라고 하소연하는데, 이에 영은 이에 '절대 포기하지 않는' 오기, '모두 예스(Yes)라고 말할 때 노(No)라고 하는' 똘끼, '전혀 쫄지 않는' 객기, '실패해도 일어나는' 독기가 아니냐고 위로한다.

마지막으로 표 연출은 “극은 전형적인 모험 서사의 결말이다. 현시대를 반영하고 위트있게 꼬아놓은 형태를 갖고 있고, 대단히 철학적인 답을 얻고 나가지 않는다”면서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호기심을 갖고 질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관객들 역시 같은 것을 깨닫고 가길 바란다“고 작품에 대한 기대를 당부했다.

공연은 오는 6월 11일까지 예그린씨어터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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