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은 어린이날 100주년이 되는 해다.

소파 방정환 선생은 미래의 희망인 어린이들과 그들의 인격을 귀히 여기기 위해 어린이날을 제정했다. 연극 <나와 몬스터 그리고 가방>은 ADHD(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증상)를 가진 윤주와 친구 창이의 이야기를 담은 아동극으로, 어린이날의 취지에 걸 맞는 ‘릴렉스 퍼포먼스’라는 관객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릴렉스 퍼포먼스’는 영국에서 처음 시작된 개념으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나 지적장애가 있는 사람을 포함해서 더욱 편안한 환경에서 관람을 원하는 모든 사람을 위한 공연이다.

공연이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 5월 초, <나와 몬스터 그리고 가방> 출연진 배우 최종희, 김민주, 홍성표와 이영숙 연출가, 타무라 료 음악감독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였다.(이하 최종희-최/김민주-김/홍성표-홍/이영숙-이/타무라 료-타)

사진제공(극단 올리브와 찐콩)= 아동극 ‘나와 몬스터 그리고 가방’출연진 인터뷰
사진제공(극단 올리브와 찐콩)= 아동극 ‘나와 몬스터 그리고 가방’출연진 인터뷰

 

- 공연계에 ‘시체 관극 문화’가 퍼지고 있는 와중에 ‘릴렉스 퍼포먼스’라는 개념이 신선하다. ‘릴렉스 퍼포먼스’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최- ‘릴렉스 퍼포먼스’는 거리극의 관극 문화와 비슷한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거리극도 잠깐 구경하다가 재밌으면 계속 보고 바쁘면 언제든 지나갈 수 있고 화장실도 자유롭게 갈 수 있지 않나. 거리극도 ‘릴렉스 퍼포먼스’도 자유롭게 볼 수 있는 편안함을 제공하는 거라 생각한다. 시체 관극 문화보단 ‘릴렉스 퍼포먼스’를 더 좋아한다.

타- 어떤 나라든 그 나라에 존재하는 공연 문화가 있다. 가만히 앉아서 관극을 하는 문화는 유럽에 먼저 존재했기 때문에 동양이 서양 문화를 받아들인 경우다. 한국이나 일본 같은 경우는 예전부터 ‘마당극’이 있었기 때문에 좀 더 자유로운 소통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의 기본 정신을 바탕과 통하는 부분이 있지 않나 라고 생각한다.

이- 창작자와 관람자를 너무 구분 짓다 보니 어떤 명확한 규범이 있다고 보는 인식이 많아진 거 같다. 그 규범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매너가 없다’라고 생각해버리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다 보니 몸이 불편한 분들의 예술을 즐길 권리가 굉장히 제약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릴렉스 퍼포먼스’ 문화는 누가 누구를 관대하게 받아준다는 개념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수용하고 이해하는 문화다. 아동 관객 같은 경우는 예민하고 감각적이고 적극적이고 다이나믹한 반응을 보인다. 그런 점에서 굉장히 능동적인 관객이다. 다양한 반응을 수용할 수 있는 그런 관극 문화의 하나로도 연결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사진제공(극단 올리브와 찐콩)= 아동극 ‘나와 몬스터 그리고 가방’출연진 인터뷰
사진제공(극단 올리브와 찐콩)= 아동극 ‘나와 몬스터 그리고 가방’출연진 인터뷰

 

- 관객들의 반응은 어떤지.

이- 어린이 관객의 특성상 공연의 흐름이 흐트러지면 바로 산만해지기 때문에 저희 팀 같은 경우는 뒤에서 얼마나 몰입을 하고 있는가를 보게 된다. 특히 아이들은 정신적인 의식과 몸의 반응이 같이 가는데, 지루하고 힘들다 싶으면 몸에서도 드러난다.

그래서 뒤에서 보고 있으면 우리 작품 안에서 어느 부분이 좀 루즈한지 이런 것들을 바로 파악할 수가 있다. 아이들이 굉장히 몰입감 있게 잘 본 거 같고 극의 내용도 잘 따라간 것 같다.

 

- (배우들에게) 배역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김- 처음에 연습할 때는 창이라는 주요 인물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다. 극 중에서 선생님, 창이, 진행자 등의 다역을 소화하고 있는데, 옆에서 윤주와 몬스터의 이야기를 많이 도와주려고 했다. 내가 맡은 역할들을 분명하게 나눠서 고민을 했고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최- 윤주가 ADHD 환자이다 보니, 초반엔 아동 ADHD에 대해 많이 검색을 했었다. 그런데 대부분의 자료들이 글이다 보니 표현하고 관찰하는 데에서 막막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제가 한번 초등학교 수업에 나갔는데 아이들을 보면서 많이 놀랐다.

어떤 아이들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두 배로 과하게 행동을 하기도 하고, 기분 변화에 즉각적으로 표현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 아이들을 보면서 표현이나 행동에 대해 참고를 많이 했다.

윤주를 연기하다 깨달은 점이 있는데, 나서서 도움을 주기 보단 기다려주는 것이 아이들에게 더 중요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창이와 몬스터에게 기다림을 받고 하나씩 치유되는 단계를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ADHD라는 단어가 알려지다 보니 조금만 주의 산만해도 함부로 별명처럼 불리는 것이 안타깝다. 주의 산만에 명확한 기준이라는 게 없는 거 같다.

홍- 몬스터는 ADHD 아동인 윤주를 대변하는데, 각자의 장면에서 어떻게 하면 극대화를 시킬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을 안고 잘 표현해내려고 노력했다.

사진제공(극단 올리브와 찐콩)= 아동극 ‘나와 몬스터 그리고 가방’출연진 인터뷰
사진제공(극단 올리브와 찐콩)= 아동극 ‘나와 몬스터 그리고 가방’출연진 인터뷰

 

- (음악 감독에게) 오픈 무대에서 연주를 하시는데 어려움은 없었는지?

타- 사람들이 눈앞에 보이는 점이 좀 어려웠다. 그런데 사람보다 가까운 곳에 악기가 있으니 안심이 됐다. 음악 공연 같은 경우는 소리에만 집중을 하면 되는데 연극은 눈앞에 상황을 신경 써야 하니 약간 부담스럽긴 했다.

또 공연의 한 오브제로서 존재하기 때문에 관객이 볼 때 방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점도 신경이 쓰였다. 소리에만 집중하다 보면 몸은 신경을 끄게 되는데, 보여 지는 오브제이니 너무 편하게 있거나 인상을 찌푸린다거나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 공연을 본 관객이 어떤 마음을 가지고 돌아갔으면 좋겠는지?

최- ADHD 아동을 꼭 이해하기 보다는, 주변에 이런 친구도 있으니까 그냥 그런 친구를 조금만 기다리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김- 친구들이 나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인식했으면 좋겠다. 창이처럼 이해 해주는 노력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쨌든 창의도 몬스터가 있지 않나. 누구나 몬스터가 있고 다 다른 면을 가지고 있다. 내 안의 몬스터라는 존재를 한 번쯤 그냥 생각해 보는 정도면 괜찮을 것 같다.

사진제공(극단 올리브와 찐콩)= 아동극 ‘나와 몬스터 그리고 가방’출연진 인터뷰
사진제공(극단 올리브와 찐콩)= 아동극 ‘나와 몬스터 그리고 가방’출연진 인터뷰

 

- (연출가에게) 누구나 편하게 볼 수 있는 공연이 되도록 노력하셨다는데.

이- 무조건 다 같이 보면 좋다, 다 같이 모여서 조금씩 이해하자 라는 것만 가지고는 해결될 수 없다고 생각이 든다. 통합 학급을 예로 들자면, 장애 아동과 비 장애 아동이 함께 교실에서 공부를 한다는 것은 이상적으로만 보면 아름답다.

하지만 현실은 위험하기도 하고 혹은 오해도 많고 갈등도 많다. 극장도 마찬가지다. 기획자나 극장 관계자들이 사전에 ‘릴렉스 퍼포먼스’ 회 차를 지정해놓고 그것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비 장애 관객들에게도 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공연은 장애를 가지고 있는 관객을 포함하여 누구든 수용하는 공연’이다, 라는 이해를 사전에 구하면 비 장애 관객들이 ‘아 이번 회 차는 ’릴렉스 퍼포먼스‘ 구나’ 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말이다.

공연에만 집중하고 싶은 관객들은 그 회 차를 피해서 예매하면 된다. 그런 방식으로 갈등을 줄일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에 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진제공(극단 올리브와 찐콩)= 아동극 ‘나와 몬스터 그리고 가방’출연진 인터뷰
사진제공(극단 올리브와 찐콩)= 아동극 ‘나와 몬스터 그리고 가방’출연진 인터뷰

 

- 공연이 어떻게 마무리 되었으면 좋겠는지?

이- 올해가 어린이날 100주년이 되는 해다. 하나의 공연을 만들기 위해서 정말 많은 시간과 제작비와 노력을 투자하는데 실제로 관객을 만날 수 있는 여건은 많지 않다. 아동극은 사실 어른인 부모가 선택해서 아이들을 데려가는 구조다.

주체는 아동인데 선택은 어른이 하는 그런 시장인 거다. 그래서 아동극을 만들 때 아이들보다는 교육 관계자나 부모들의 구미에 맞는 공연을 만들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지곤 한다. 어린이들에게 공연 관람은 많이 성장할 수 있는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외국의 극작가가 ‘공연을 보는 것은 물 없이 하는 샤워’라고 말한 적이 있다. 아이들은 공연을 봄으로써 다양한 세계를 만날 수 있다. 공연 안에서 만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보고 듣고 이해하면, 현실에서 어려움을 맞닥뜨리게 되었을 때 힘이 될 수 있는 정신적인 샤워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들에게 좋은 공연을 많이 주었으면 좋겠다.

 

- 정신적 샤워라는 말이 되게 와 닿는다.

이- 예술은 ‘영혼의 샤워’라고도 한다.

연극을 포함한 예술을 보고 느낀 경험이 있어야지 예술이 인간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하고 생각할 줄도 알고, 즐길 줄도 안다. 그러려면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습이 되어야 한다.

영국의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셰익스피어를 계속 암기하고 읽고 공부하면서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은 그런 체험이 부족하고 미디어 속의 너무 많은 폭력적인 문화를 겪으면서 극단적인 쪽으로 발달한다. 그럴수록 아이들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이런 예술 감상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동극  <나와 몬스터 그리고 가방>은 6월 1일부터 3일까지 종로 '아이들극장'에서를 만날 수 있다.

사진제공(극단 올리브와 찐콩)= 아동극 ‘나와 몬스터 그리고 가방’출연진 인터뷰
사진제공(극단 올리브와 찐콩)= 아동극 ‘나와 몬스터 그리고 가방’출연진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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