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신시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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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뮤지컬 '시카고' 오리지널 내한 공연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벨마 켈리 역 로건 플로이드, 록시 하트 역 케이티 프리덴, 빌리 플린 역 제프 브룩스, 마마 모튼 역 일리나 일리 커빈이 참석해 주요 장면의 시연과 질의 응답 시간을 가졌다.

교도소 독방에 수감된 여성 6명이 의자에 다소곳이 앉아 각자의 범행을 속삭이듯 노래하기 시작한다. 그들은 풍선껌을 터뜨리는 소리가 거슬린다는 이유로 남편을 살해한 경험부터 의처증에 빠진 남편을 죽인 이야기까지 충격적인 이력을 늘어놓는다.

"죽어도 싸다"는 말로 죽은 이를 조롱하는 이들에게서는 어떤 죄책감도 찾을 수 없다. 여동생과 바람을 피운 남편을 죽인 가수 벨마와 불륜남을 살해하고 수감된 코러스 걸 록시가 주인공이다.

두 사람은 돈만 있으면 승리를 보장해주는 변호사 빌리를 고용해 무죄를 선고받고 스타로 거듭날 계획을 세운다.

"세상은 하나의 쇼 비즈니스"라는 지론을 가진 빌리의 전략은 살인사건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쫓는 대중과 언론을 이용하는 것이다. 작품은 사람들의 구미에 맞는 이야기를 지어내는 록시가 삽시간에 스타로 거듭나는 상황을 비추면서 진실을 신경 쓰지 않는 대중을 비웃는다.

[사진제공=신시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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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의 관심이 가져다주는 달콤한 자극을 맛본 벨마와 록시의 경쟁은 점차 심해진다. 두 사람은 관객마저 유혹하려는 듯 무대에 설치된 사다리에 올라 시선을 잡아끌고, 관객에게 직접 말을 걸며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드러내기도 한다.

지켜보는 모든 이를 빠져들게 하는 관능적인 춤은 두 사람의 가장 큰 무기다. 리듬에 맞춰 허리를 튕기는 동작부터 남성 백댄서에게 몸을 맡기고 눕는 동작까지 토니상을 8번 수상한 브로드웨이의 전설적인 안무가 밥 파시의 섬세한 연출이 드러난다.

미국 브로드웨이 간판 뮤지컬 ‘시카고’가 25주년을 맞아 한국을 방문하였다. ‘시카고’를 관람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한 번쯤 들어본 유명한 넘버 ‘올 댓 재즈(All That Jazz)’와 ‘셀 블록 탱고(Cell Block Tango)’를 매혹적인 원어로 들을 수 있는 기회다.

1920년대 미국에는 향락을 즐기는 사람들로 길거리가 넘쳤다. 무질서한 분위기 속에서 부패와 폭력은 일상이었고 착취와 간통은 오락이었다.

이를 배경으로 한 ‘시카고’는 유명해질 수만 있다면 살인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다면 살인자도 마다하지 않는 자들의 적나라한 광기를 매혹적인 재즈로 표현한다.

튜바, 트럼펫 등으로 구성된 재즈 밴드가 무대 정중앙에 위치해 극 중 인물들과 상호작용하는 모습은 ‘시카고’만이 보여줄 수 있는 독특한 관람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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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쿡카운티 교도소의 스타 살인마 ‘벨마 켈리(로건 플로이드 분)’는 신성으로 떠오르는 살인마 ‘록시 하트(케이티 프리덴 분)’와 손잡고 언론의 관심을 끌고자 한다.

돈을 밝히는 유능한 변호사 ‘빌리 플린(제프 브룩스)’는 록시 하트를 법정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자신의 몸값을 올리려 한다. 뮤지컬 ‘시카고’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선정적인 뉴스 보도에 치중했던 당대 미국 저널리즘과 만연한 물질만능주의를 풍자한다.

벨마 켈리 역의 로건 플로이드는 “지난주 토요일 첫 공연을 마쳤다. 정말 즐거웠다. 서울에서 공연하게 돼 영광이다. 한국 배우들에 이어서 공연할 수 있는 것 역시 영광이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로건은 “‘시카고’는 전통적인 미국 뮤지컬이다.

그래서 한국 관객들이 사랑해주시는 것 아닌가 싶다. 화려한 무대는 아니지만 순수한 디테일로 만들어진 뮤지컬이다”라며 “25주년 공연에 함께 하는 건 정말 특별한 경험이다. 전통적인 미국 뮤지컬이고, 지금까지 계속 돼 오고 있다. 그런 공연에 함께하게 돼 정말 영광이다”라고 말했다.

록시 하트 역의 케이티 프리덴은 “한국 관객들의 큰 에너지를 느꼈다. 또 한국의 ‘시카고’ 배우들을 만났는데 굉장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시대를 초월한 음악이 한국 관객들의 영혼에 와 닿아 사랑을 받는 것 같다”며 “춤에 있어서도 구체적인 부분을 살리며 ‘시카고’의 매력을 전달하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사진제공=신시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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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플린 역의 제프 브룩스는 “미국에서 한국으로 와서 시차 적응을 하고 새로운 것들에 적응해야했는데, 관객들의 환호 덕분에 금새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카고’는 역사를 갖고 있고, 많은 배우 스태프들이 함께 해온 작품이기 때문에 더욱 특별한 유산이다”며 25주년 기념 공연에 대한 기대를 당부했다.

빌리 플린의 복화술 연기는 '시카고'를 기억하는 팬들에게 강한 인상으로 남아있다. 그러나 브룩스는 기존과 다른 자신만의 스타일로 장면을 해석했다. 그는 "복화술을 더 살릴지 말지 고민을 많이 했다. 근데 결국 안 하는 쪽으로 선택했다. 록시를 조종하는 모습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커빈은 영화에서 마마 모튼 역을 맡은 퀸 라티파를 비롯해 다수 배우들이 했던 연기를 참고했다고 밝히며 "터프하고 재치 있고 유머러스하면서도 슬픈 면을 가져가 보고자 했다"고 전해 기대감을 높였다.

'시카고'가 전 세계 관객들에게 오랜 시간 사랑받는 이유는 뭘까. 플로이드는 "소박한 무대지만 순수하다. 구체적인 디렉션으로 이뤄진 공연"이라며 디테일을 꼽았다. 프리덴은 시대를 초월하는 음악을 언급했다. "한국 관객들의 영혼에도 와닿는 아름다운 음악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전했다.

벨마와 록시를 연기한 배우 로건 플로이드와 케이티 프리든은 무대 경험이 많지 않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노래 실력을 바탕으로 무대를 장악하는 힘을 보여준다. 두 사람 모두 '시카고'에 출연하는 것은 이번 시즌이 처음이다.

스타가 된 자신의 미래를 상상하며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천진난만한 록시를 연기한 프리든의 다채로운 표정 연기가 돋보인다.

빌리가 록시를 꼭두각시처럼 조종하며 언론과 인터뷰하는 장면에서 선보이는 노래인 '동시에 총에 손을 뻗었지(We both reached for the gun)'에서는 익살스러운 모습으로 관객의 마음을 빼앗는다. 공연은 8월 6일까지 계속된다. 14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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