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다시, 동물원' 오드아이앤씨 제공
뮤지컬 '다시, 동물원' 오드아이앤씨 제공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동 동덕여자대학교 공연 예술센터 코튼홀에서 뮤지컬 ‘다시, 동물원’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현장에는 전순열 연출가, 빅스 혁, 최승열, 임강성, 강두, 송유택, 동물원 멤버 박기영이 참석했다.

‘다시, 동물원’은 2015년 초연 후 2018년 초까지 총 3시즌 공연된 뮤지컬 ‘그 여름, 동물원’을 5년 만에 재연하는 작품이다. ‘다시, 동물원’은 1988년 데뷔한 전설의 밴드 동물원의 결성 당시 이야기로 동물원 멤버들과 동물원의 초기 멤버였던 고(故) 김광석의 실화를 뮤지컬로 옮겼다.

극에는 총 18곡이 담겼다. '혜화동', '거리에서',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시청 앞 지하철역에서', '잊혀지는 것', '변해가네', '널 사랑하겠어' 등 동물원의 곡을 중심으로 '서른 즈음에' 등 김광석의 명곡도 연주된다.

뮤지컬 '다시, 동물원' 오드아이앤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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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을 통해 곁에 없는 고(故) 김광석씨나 지금도 함께하고 있는 동물원 멤버들, 과거의 우리와 화해하고 치유 받는 경험을 했어요."

한국 포크의 전설로 불리는 동물원의 멤버 박기영이 뮤지컬 '다시, 동물원'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그는 이 작품에 음악감독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는 지난 28일 서울 종로구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 코튼홀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한 아티스트의 음악으로 뮤지컬이 올라간다는 건 만만한 일이 아니다. 고마운 일"이라고 말했다.

"관객들이 이 무대를 보고 미처 화해하지 못했거나 해결되지 못했던 과거를 떠올리며 조금이라도 해소하는 경험을 했으면 해요. 젊은 친구들에겐 레트로적인 감성을 불러일으킬 수 있죠."

박 음악감독은 "노래들이 가요로 발표됐을 땐 각각 독립된 이야기를 가진 콘텐츠였지만, 뮤지컬에선 이 드라마를 살리기 위해 해야 하는 역할이 있다.

동물원이 초창기 결성되고 친구들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 드라마를 충분히 살리기 위해 음악 편곡에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불리고 있는 동물원의 노래에서 현재의 관객들에게도 유효한 동시대적 가치를 찾으려고 고민했다. 당시 젊은이들이 가진 고민과 갈등, 태도가 우리와 맞닿아 있다고 생각했고 그런 드라마를 강조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밴드 이야기를 다룬 만큼 배우들이 직접 악기 연주도 선보인다.

김광석을 상징하는 '그 친구' 역으로 JTBC '히든싱어' 김광석 편의 준우승자이자 초연부터 함께한 최승열이 돌아오고, 송유택과 그룹 '빅스'의 혁(한상혁)이 새롭게 합류했다. 임호, 임강성, 강두, 김바다, 장민수, 김이담, 성유빈 등이 출연한다.

뮤지컬 '다시, 동물원' 오드아이앤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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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의 막내인 빅스 혁은 "그 시대를 아는 분들도 있겠지만 저처럼 생소하게 느끼는 분들도 있을 것"이라며 "먼 이야기 같으면서도 가까운 역사인 음악의 황금기라 할 수 있는 그 시대를 조금이라도 느끼고 알아갈 수 있도록 책임감을 갖고 작품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날 전순열 연출가는 ‘다시, 동물원’의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를 떠올리며 2가지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전 연출가는 “‘다시, 동물원’은 쥬크박스 형태의 뮤지컬인데, 동물원의 노래가 드라마의 장면을 위해 작곡된 곡이 아니다보니 기존 곡들과 뮤지컬 장면을 잘 연결시키려 고심이 깊었다”고 말했다.

시대적 배경도 언급됐다.

전 연출가는 “밴드 동물원이 활동한 시기는 1980년대다.

동물원의 명곡들이 과거의 향수를 자극하는 콘텐츠로 많이 활용됐는데, 이 부분을 지양하고 싶었다”면서 “과거의 추억여행에 머물지 않고, 동물원의 노래가 2023년에도 유효할 수 있다는 동시대적 가치관을 심어주고 싶었다”고 했다.

뮤지컬 '다시, 동물원' 오드아이앤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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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의 멤버 박기영은 이름 동물원에 대한 비하인드를 밝히기도 했다. 뮤지컬에서는 멤버들이 다 함께 팀명에 대해 심도있게 의논을 나누는 장면이 나오지만, 사실은 얼떨결에 정해졌다는 것이다.

박기영은 “1집 제작자가 산울림 김창완 선배였다.

어느 날 다같이 술을 마셨는데, 다음 날 눈뜨고나니 우리 이름이 동물원이 돼 있었다. 정확히 우리가 왜 동물원이 됐는지 기억하지 못 한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김광석의 모창으로도 유명했던 최승열은 ‘다시, 동물원’에서 ‘그 친구’ 역으로 김광석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다. 그는 뮤지컬 출연 소감에 대해 “저는 동물원 노래를 듣고 자란 세대였다.

그래서 이번 뮤지컬 출연이 정말 영광스러운데 가장 ‘별빛 가득한 밤에’ 등이었다”며 “가삿말이 서정적이고, 지금 들어도 제 나이의 감성에 푸릇푸릇한 정서를 살려준다. 지금도 동물원의 노래를 즐겨듣는다”고 말했다.

뮤지컬 '다시, 동물원' 오드아이앤씨 제공
뮤지컬 '다시, 동물원' 오드아이앤씨 제공

‘다시, 동물원’의 개막 소식이 알려졌을 당시 시대를 관통하는 싱어송라이터였던 김광석이 조명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다시, 동물원’은 김광석이 아닌 동물원에 초점을 맞춘 작품. 박기영은 “저는 작품에 일절 집필하지 않았다.

음악을 작업하는데에만 집중했다”며 “개인적으로 이 작품 보면서 김광석씨는 옆에 없지만, 제 옆의 지금 멤버들과 화해하는, 이 무대를 통해 치유되는 경험을 하고 있다.

다른 동물원 멤버들도 그런 개인적을 경험을 했으리라 믿는다. 더 고마울 수 없는 작품이다”고 남다른 소회를 전했다.

박 음악감독은 원곡에 없는 중창을 삽입하는 등 곡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뮤지컬에 맞게 편곡했다. 하모니카 소리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며 이전 시즌의 음악과도 차별화를 시도했다.

그는 "김광석 하면 하모니카를 빼놓을 수 없다"며 "로비로 나가면 환청처럼 하모니카 소리가 귓전을 맴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뮤지컬 '다시, 동물원' 오드아이앤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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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감독은 "'동물원' 같은 경우 우울한 원곡을 극적으로 편곡했다"며 "작품에서는 멤버들이 노래를 통해 '동물 우리 밖의 세상을 꿈꾸고 싶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원곡과 비교하면 '이게 같은 음악이야' 싶을 정도로 변화가 많다"고 작품의 특징을 강조했다.

임호, 임강성, 강두는 밴드와 함께 과거로 여행을 떠나는 창기를 연기한다. JTBC 예능 프로그램 '히든싱어' 김광석 편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최승열과 배우 송유택, 그룹 '빅스'의 혁은 '그 친구'를 연기한다.

최승열은 "모창 실력은 예전보다는 많이 떨어졌지만, 작품의 정서를 안고 가려 노력했다"며 "어린 시절의 김광석 선배님을 연기하면서 발랄하고 말썽꾸러기 같은 모습을 살렸다"고 했다.

뮤지컬 '다시, 동물원' 오드아이앤씨 제공
뮤지컬 '다시, 동물원' 오드아이앤씨 제공

1995년생인 혁은 "대본을 보는데 마이마이, 펜팔 같은 소품은 낯설게 느껴졌다"며 "저보다 어린 관객들에게는 생소하게 느껴지겠지만 그 시대를 느낄 수 있고 알아갈 수 있도록 책임감을 느끼고 작품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배우들은 완성도 높은 라이브 연주로 재미를 한껏 북돋았다.

'별이 빛나는 밤에'라고 적힌 간판 등 80년대 정취를 자아내는 소품이 재미를 더한다. 다만 프레스콜 현장에서는 일부 중창이 다소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한편 ‘다시 동물원’은 지난 24일 개막해 오는 9월 17일까지 서울 혜화동 동덕여자대학교 공연예술센터 코튼홀에서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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