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극 '3일간의 비'

사진=연극 '3일간의 비' 공연 장면 / 레드앤블루 제공
사진=연극 '3일간의 비' 공연 장면 / 레드앤블루 제공

서울 중구 동국대학교 이해랑예술극장에서 연극  '3일간의 비'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오만석 연출, 김주헌, 박정복, 김바다, 류현경, 정인지, 안희연, 이동하, 김찬호, 유현석이 참석했다.

'3일간의 비'는 1995년과 1960년대의 두 시대적 배경을 바탕으로, 유명 건축가인 아버지의 유산을 정리하던 중 발견된 일기장을 통해 과거 부모세대의 진실을 들여다보게 되는 이야기다.

극작가 리차드 그린버그의 작품이며, 국내에서는 지난 2017년 초연에 이어 두 번째 시즌을 맞았다. 자유로운 방랑자 워커와 그의 아버지 네드 역은 김주헌, 박정복, 김바다가 맡는다.

모범적인 가정주부 낸과 그녀의 어머니 라이나 역은 류현경, 정인지, 안희연이 연기한다. 쾌활한 성품의 핍과 그의 아버지 테오 역에는 이동하, 김찬호, 유현석이 나선다.

1막에서는 워커와 낸, 핍의 이야기가 2막에서는 그들의 부모세대인 네드와 라이나, 테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1막은 미스터리, 2막은 멜로로 볼 수도 있을 정도로 각자 다른 매력을 갖췄다. 

1막에서 끌어올린 궁금증을 2막에서 하나씩 풀어낸다. 그 연결 고리를 발견하는 순간 극적 쾌감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극이 끝나면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 운명의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보고 싶어진다.

'3일간의 비'라는 키워드 속에 담긴 그날의 기억을 꺼내보는 일기장 같은 작품이다.

그 단편적 시간에 담긴 기쁨, 슬픔, 사랑, 우정, 후회, 죄책감 등 복잡한 감정들이 무대 위 내리는 비처럼 한꺼번에 쏟아진다. 그리고 비에 젖 듯 감상에 젖어 짙은 여운을 간직하게 된다.

사진=연극 '3일간의 비' 공연 장면 / 레드앤블루 제공
사진=연극 '3일간의 비' 공연 장면 / 레드앤블루 제공

무대 위에 실제 물을 뿌리는 장치, 극 중간 중간 흘러나오는 감미로운 음악도 탁월한 선택으로 보인다. 극이 지닌 아련한 감성을 한껏 고취시킨다. 

배우들은 네드와 워커, 라이나와 낸, 테오와 핍을 1인 2역으로 소화한다. 한 배우가 어떻게 두 역할을 소화하는지 지켜보는 재미가 큰 작품이다. 이번 시즌은 워커/네드 역에 김주헌, 박정복, 김바다, 낸/라이나 역 류현경, 정인지, 안희연(하니), 핍/테오 역 이동하, 김찬호, 유현석이 캐스팅됐다.

안희연은 첫 연극에 선보이는 소감으로 "너무 행복하다"며 미소 지었다. 이어 "연기에 대한 공부를 못해봤다. 한 5년 정도 연기를 했는데 현장에서 부족함을 너무 많이 느꼈다. 채우고 싶다는 욕구가 항상 있었는데 '3일간의 비'를 통해서 선배님들에게 많이 배우고 있다"고 전했다.

안희연은 흡연 연기부터 키스신까지 파격적인 연기를 보인다. 작품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저는 아직 선택을 할 수 있는 연차가 아니어서"라며 웃었다. 이어 "감사하게도 제안을 해주셔서 제가 이 연극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아이돌 출신 배우들에 대해서는 "많은 동기부여가 된다. 같은 입장에 있으니까 저와 비슷한 입장이라 응원하게 되더라"며 "희망과 꿈을 꿀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1인 2역에 대해서는 "저는 너무 빨리 어른이 되었어야 하는 사람이었고, 라이나 같은 경우에는 어른이 되고 싶었지만 시대적인 것 때문에 어른이 될 수 없던 사람이다. 그 기준으로 인물이 구분 되더라"라고 설명을 더했다.

사진=연극 '3일간의 비' 공연 장면 / 레드앤블루 제공
사진=연극 '3일간의 비' 공연 장면 / 레드앤블루 제공

1995년의 평범한 가정주부 낸과 그의 어머니 라이나를 연기하는 류현경은 “극 중 ‘공주와 완두콩이라는 책을 발견했습니다. 워커가 왜 그랬을까요?’라는 대사가 있는데 ‘공주와 완두콩’이라는 책을 읽어보시면 소름이 돋을 지경”이라고 밝혔다.

류현경의 말에 오만석 연출은 “주의 깊게 듣지 않으면 그냥 넘어갈 부분들의 대사에 이 작품과 매우 밀접하게 관계된 설정이나 비하인드 스토리들을 담았다”고 부연했다.

“작품 속에서 일기장 안의 글들을 누군가는 알아봐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썼듯이 (대사나 우스갯소리 등에) 장치들이 숨어 있어요. 하지만 (그 발견이) 사실 쉽지는 않습니다. 상당히 깊이 생각하고 찾아보지 않으면 못느낄만한 것들이죠.”

사진=연극 '3일간의 비' 공연 장면 / 레드앤블루 제공
사진=연극 '3일간의 비' 공연 장면 / 레드앤블루 제공

그리곤 “극 중에 오이디푸스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가 이 작품과도 상통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운명, 신탁을 피하고 내 삶을 살 것인가 아니면 맞서서 내 운명을 찾아서 살 것인가,

그 선택을 통해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혹은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고 온전히 내 삶을 여기에서 살 수 있을까 등의 질문들이 오이디푸스 이야기를 통해 설명된다”고 말을 보탰다.

“사실 호불호가 상당히 갈릴만한 작품이긴 합니다. 쉬운 스토리도 아니고 대사도 너무 많아 집중하지 않으면 흘러가버려 집중력의 한계를 느끼실 수도 있죠. 그렇지만 ‘다양성’ 면에서 ‘3일간의 비’ 같은 작품도 사랑받으며 선보일 기회가 좀 많이 주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1995년의 자유로운 방랑자 워커와 그의 아버지 네드를 연기하는 박정복은 “배우들 모두가 1인 2역을 하는 것이 흥미로웠다.

대본이 가진 힘이 있기 때문에 그 표현을 잘 하면 (두 캐릭터 간의 차이가) 반드시 보일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접근했다”며 “같은 나잇대 사람이지만 1960년과 1995년이라는 시대성에 포커스를 두면서 적응했다”고 전했다.

사진=연극 '3일간의 비' 공연 장면 / 레드앤블루 제공
사진=연극 '3일간의 비' 공연 장면 / 레드앤블루 제공

쾌활한 핍과 아버지 테오를 오가는 이동하는 가장 인상깊은 대사에 대해 “워커에게 지금까지 쌓여 왔던 것을 터뜨린 후 핍의 ‘싫든 좋든 넌 내 가장 오래된 친구야. 나도 너 사랑해’

그리고 테오일 때 네드와 싸운 후 ‘넌 내가 있는 게 더 낫잖아’가 둘의 관계를 굉장히 잘 보여주는 것 같아서 가장 인상깊게 마음에 남는다”고 털어놓았다.

연출 오만석은 연극에서 마이크를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 " 이해랑예술극장의 장점이 높이가 높은 극장이라는 거다. 비주얼적으로 크게 표현할 수 있다.

그게 단점으로도 작용해서 소극장임에도 무대가 크고 높기 때문에 소리 전달이 어려운 극장 중 하나다"라고 답했다. 이어 "이번 시즌에는 비를 내리자고 사전에 의견이 나왔다. 그래서 비를 맞으면서 전달을 하게 됐다. 부득이하게 마이크를 사용해서 표현해 보자고 결정됐다"고 설명을 더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풀어야 하는 기술적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배우들은 좋은 기량,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9명의 배우들의 나이를 고려하지 않고 연습실에서 부딪히면서 열어놓고 서로 생각한다. 그렇게 개성을 살리려고 했다"며 배우들의 열연에 고마움을 표했다.

김주헌은 연출 오만석이 연극을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라고 밝혔다. 종횡무진 방송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그는 "과정부터 차이가 있다. 연습을 매일 하는 게 가장 좋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끝으로 연출 오만석은 "호불호가 갈릴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말도 상당히 많고 집중하지 않으면 흘러가거나, 사람에 따라서는 한계를 느낄 수 도 있다. 다양성의 면에서 '3일간의 비' 같은 작품도 선보일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전했다.

'3일간의 비'는 그린버그 특유의 은유적이고 함축적인 언어를 통해 인물 간의 섬세한 감정을 풀어나가는 서정적 작품이다. 최근 몇 년간 발표된 미국 연극 중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도 받는다. 동국대학교 이해랑예술극장에서 10월1일까지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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