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채지애 해녀, 고희영 감독
사진= 채지애 해녀, 고희영 감독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제20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제33회 유바리국제판타스틱영화제 공식 초청작인 <물꽃의 전설>이 지난 22일 고희영 감독과 출연진 채지애 해녀가 함께한 언론/배급 시사회 및 기자 간담회를 마쳤다.

이날 고희영 감독과 채지애 해녀가 참석해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 먼저 고희영 감독은 기획 의도를 묻는 질문에 “’물꽃’이야기를 현순직 해녀로부터 처음 들었다.

대체 그 물꽃이 무엇인지 궁금해 생물 도감을 뒤져 보고, 해양 연구소도 찾아간 끝에 청정 바다에만 피는‘밤수지맨드라미’라는 멸종 위기의 산호초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이후 현순직 해녀님이 물꽃을 그리워할 때마다 나 역시 마음이 동화되더라. 그래서 물꽃을 중심으로 제작에 나서게 되었다.”라고 답했다. 채지애 해녀에게도 질문이 이어졌다. 그는 어떠한 각오로 제주에 내려가 해녀를 하게 되었는지 묻는 질문에 “일과 양육을 함께 병행할 수 있는 일을 찾다 보니 그랬다.

사진= 고희영 감독
사진= 고희영 감독

당시 둘째 아이 출산을 앞둔 상태에서 친정으로 몸조리를 하러 갔는데, 해녀인 친정 엄마가 경제적 어려움 없이, 상대적으로 시간을 여유로이 운용하며 지내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해녀 일을 하면 아이를 돌보면서 돈도 벌 수 있겠구나 싶어 택했다.”라고 답했다.

또한 영화를 보게 된 소감에 대해 “아무래도 제 모습 보다는 바다와 삼춘의 모습이 더 눈에 들어왔다. 특히 현순직 해녀님의 마지막 물질 장면을 볼 때엔 눈물이 터져 나왔다. 내가 아이를 데리고 바다를 다닐 때면 현순직 해녀님과 다른 고령의 해녀님들이 같이 아이를 봐 주시곤 했는데 그런 기억들이 새삼 다시 떠올랐다.

삼춘과 멋진 물벗이 되어 한 편의 영화에까지 출연했으니 무척 영광이다. 평생 잊지 못 할 것 같다.” 라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고희영 감독은 채지애 해녀와 어떻게 연이 닿았는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SNS를 통해 채지애 해녀로부터 연락이 왔다.

제가 쓴 책인 [물숨]을 읽었다며 첫 메시지를 보내더니, 이후 날마다 삼달리 앞바다 사진을 보내며 제주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감독님 오늘 삼달리 앞바다는 파도가 되게 세요.’, ‘오늘은 눈이 펑펑 내렸는데, 그래도 바다에 나왔어요.’ 그렇게 두터워진 연으로 채지애 해녀는 나의 또 다른 책 [엄마는 해녀입니다] 모델도 되었다. 그때의 연이 지금까지 이어진 셈이다.”라며 회상했다. 촬영과 음악에 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고희영 감독은 “세계 유수 매체에 소개된 김형선 사진작가님께서 촬영에 임해 주셨다.

사진= 채지애 해녀
사진= 채지애 해녀

매번 완벽히 세팅이 마쳐진 곳에서 촬영을 하던 분이 날 것 그대로 정신없이 돌아가는 다큐멘터리 제작 현장에 남겨지니 중간에 못 하겠다고 하시더라. 하지만 작가님을 설득했고, 덕분에 바다를 애인 보듯 하는 현순직 해녀님의 눈빛을 고스란히 담아 남다른 바다 풍경을 건질 수 있었다.

음악은 ‘산골 소년의 사랑이야기’로 유명한 예민 뮤지션님이 맡아 주셨다. 예민 뮤지션님도 제주 바다의 소리를 그대로 구현하고자 많이 애쓰셨다. 이 두 분이 없었더라면 이 영화는 탄생하지 못 했을 것이다.”라 밝히며 무한한 감사를 표했다.

마지막으로 이번 영화를 통해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남겼다. 채지애 해녀는 “요즘 같이 어려운 시기에 마음을 따스하게 만들어 주는 영화다. 아름다운 제주 바다 풍경과 요즘 사라져 가는 것들 또한 포착해 담았으니 많은 분들이 봐 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고희영 감독은 이에 공감하며 “사라져 가는 해녀, 청정 바다, 제주어를 온전히 영화에 녹였다. 이 세 가지는 모두 우리가 충분히 지킬 수 있었음에도 지키지 못 한 것들이다. 이에 대한 안타까움이 영화 저변에 깔려 있다. 오래오래 사람들의 마음에 남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라며 솔직한 심정을 고백했다.

영화 <물꽃의 전설>은 87년 경력 최고령 상군 현순직 해녀와 막내 채지애 해녀가 제주 바닷속 비밀의 화원에 핀 ‘물꽃’을 다시 보기 위해 바다로 나서는 휴먼 다큐멘터리. 상영시간 92분. 8월 30일 개봉.

사진= 채지애 해녀, 고희영 감독
사진= 채지애 해녀, 고희영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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