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빅슬립’ 기자 간담회 현장
사진= ‘빅슬립’ 기자 간담회 현장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배우상(김영성), 한국영화감독조합상 - 메가박스상, 오로라미디어상을 수상, 무려 3관왕에 등극하며 일찌감치 화제를 모은 <빅슬립>이 지난 6일(월)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언론 시사회 및 기자 간담회를 성황리 개최했다.

당일 현장에는 영화를 연출한 김태훈 감독을 비롯해 배우 김영성, 최준우, 이랑서, 김한울이 함께 했다.

김태훈 감독은 “영화의 제작부터 후반작업까지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렸고 때문에 고립감을 느꼈다”고 고백하며, “부국제 수상과 관객들을 만나는 시간이 방에서 탈출한 것 같은 느낌을 가지게 만든다”는 소감을 전했다.

또한 “예술 강사로 학교 밖 청소년들을 10년 동안 가르쳤다”는 그는 당시 “맨 뒷자리에서 잠만 자는 친구가 있었는데, 술에 취한 아버지를 피해 밤길을 헤매느라 잠을 자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당시의 기억을 꺼내며 “시간이 한참 지났지만 오래 마음에 남아서, 영화를 빌려 그 친구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하고 싶었다”고 특별한 영화의 시작에 대해 언급했다.

또한, 김태훈 감독은 “영화 완성의 반은 캐스팅”이라는 소신과 함께 “배우들을 찾기 위해 진심을 다했다고 자부한다”고 캐스팅에 대한 남다른 자신감을 내비췄다.

이에 대해 김영성은 “<빅슬립>은 김태훈 감독의 집요하고 따뜻한 시선이 담긴 작품”임을 강조, “캐릭터의 디테일 하나하나 함께 작업하는 과정이 즐거웠다”고 소감을 전했다.

사진= 김태훈 감독
사진= 김태훈 감독

특히 세상에 무관심한 듯 보이는 츤데레 기영을 연기하기 위해 미용실을 방문, “미용을 처음 한다는 기분으로 잘라 달라”는 주문과 함께 한 올, 한 올 어우러지지 않도록 세심하게 공(?)들인 결과물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내 좌중을 폭소케 했다.

이어 최준우는 길호가 “흔하게 떠올릴 수 있는 가출 청소년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하며 “감독님과의 많은 대화를 통해 대사 하나하나 ‘만약 내가 길호 였다면’이라는 생각으로 고심하며 연기했다”고 캐릭터와 연기에 대한 진심어린 마음을 내비쳤다.

또한 첫 시나리오를 읽었을 당시 경험에 대한 질문에 이랑서는 “시나리오 속 모든 인물들이 궁금하고 애틋했다. 감독님이 인물 한 명, 한 명을 그저 영화 속 캐릭터가 아닌, 이 세상 어디에 있을 것 같은 인물을 만들고 싶었다고 하셨는데 그에 굉장히 공감하고,

감동했다”는 소감을 남기기도. 여기에 첫 영화 연기에 도전한 김한울 역시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도 있지만, 일단 재미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사진= 김영성
사진= 김영성

영화 속 인물들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모두가 영화를 찾아주시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어 김태훈 감독은 “‘빅슬립’이라는 제목은 소설가 레이먼드 챈들러 작품의 제목에서 따왔다.

‘빅슬립’이라는 단어 안에는 죽음이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영화 속의 현실이 혹은 이 사회가 그들을 죽음으로 몰고 있지 않나 라는 의미를 담아보고 싶었다”고 언급하며, “이 영화가 세상을 구할 수 없다. 하지만 등장인물들이 서로에게 친구가 되어주길 바랐다.

그렇다면 그 관계가, 변하지 않는 세상을 다시 살아갈 힘이 되어주지 않을까”라는 진심 어린 메시지를 전했다. 영화 <빅슬립>은 우연한 계기로 함께 머물게 된 기영(김영성)과 길호(최준우)가 서로를 구원하고 치유하는 단잠 무비. 상영시간 113분. 11월 22일 개봉.

사진= 김한올
사진= 김한올

 

<기자간담회 Q&A>

Q.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3관왕을 차지했다. 또한 김영성 배우님은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에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린다.

[김태훈 감독] 빅슬립을 찍는 순간 매 순간들이 행복하진 않았다. 영화 제작을 시작할 때 코로나가 터졌고, 힘든 과정 속에서 제작비 또한 많지 않았기 때문에 힘들 과정을 거쳤다. 후반 작업 과정도 길었다 보니 고립됐다는 느낌을 굉장히 많이 받았다. 혼자만의 시간을 오랫동안 보냈어야 했기 때문에 부산국제영화제 상영과 수상 그리고 이렇게 관객분들을 만날 수 있는 이 시간이 나한테는 마치 자기만의 방에서 탈출한 듯한 느낌을 가지게 만든다. 이 자리를 빌어서 모든 분들께 정말 감사 인사드리고 싶다.

[김영성 배우] 부산국제영화제팀에게 감사드린다. 영화를 봐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고 너무 기뻤던 한 해였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나. 너무 감사드리고 벅찼다.

 

Q. 김태훈 감독님이 예술 강사로 일했을 당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라 들었다. 연출 계기와 이야기를 통해 강조하고 싶었던 메시지에 대해 말씀 부탁드린다.

[김태훈 감독] <빅슬립>을 만들기 전에 학교 밖 청소년들을 10년 정도 가르쳤다. 현장에서 사실 장편 영화를 찍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수업 초창기 수업시간에 교실 뒷좌석에서 잠만 자는 친구가 있었는데 한 날은 잠을 자던 친구를 불러내 ‘왜 이렇게 잠만 자냐. 내 수업이 재미가 없냐'라고 물었는데 그 친구가 했던 말이 교실 ‘어젯밤에 술에 취한 아버지가 무서워서 밤길을 헤매다 잠을 자지 못했다'라며 나한테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그 당시에 그 친구를 깨울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저의 어설픈 수업보다는 그 친구가 그 시간만이라도 좀 깊고 따뜻한 잠을 잘 수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했고, 그 이후에 시간이 한참이나 지났지만 그 친구가 마음속에 너무 오랫동안 남아 있어 <빅슬립>이라는 이야기를 구상하게 되었다. 영화를 통해 그 친구에게 좀 더 따뜻한 어떤 위로를 전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Q. 주연부터 조, 단역까지 한 명도 허투루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이 와 닿는다. 캐릭터 설정부터 캐스팅 과정까지 설명 부탁드린다.

[김태훈 감독] 영화의 완성에 있어서 반은 캐스팅이라고 생각한다. 촬영할 때만큼이나 우리 배우들을 찾기 위해서 진짜 진심의 노력을 다했다고 자부한다. 공개 오디션을 통해 대부분의 배우들을 캐스팅했고, 거의 3천 명 가까이 되는 배우님들이 지원해 주셨다. 그렇게 뽑게 된 분들이 우리 배우들이다. 배우들 한 분 한 분 캐스팅할 때마다 얼마나 히열에 차고 기뻤는지, 말씀드릴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 이후부터는 배우들과 함께 이 캐릭터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리허설을 하면서 캐릭터를 만들어 나갔다.

사진= 이랑서
사진= 이랑서

 

Q. 배우 분들께 질문 드린다. <빅슬립>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당시의 소감과 배역에 대한 첫인상에 대해 말씀 부탁드린다.

[김영성 배우] 일단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굉장히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캐릭터에 대해 같이 만들어가며 계속 아버지를 생각했다. 그래서 재미가 있었다. (머리 한 올, 한 올 신경을 썼는 점에 대해) 혜화역 4번 출구 쪽에 있는 미용실에서 머리를 잘랐는데, 감독님이 그 디자이너 분에게 미용을 처음 배워본 입장에서 자른다고 생각하고 해 달라 했다. 시골에 있는 어떤 이발소 같은 데서 자른 것처럼 어디는 짧기도 하게, 이상하게 잘랐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그래서 자르는 시간도 오랜 시간 소요되었다.

[최준우 배우] 저는 길호라는 캐릭터를 처음 받았을 때 그냥 말 그대로 흔히 알 수 있는 그런 가출 청소년의 캐릭터가 아니어서 어떻게 만들어가야 하는 고민이 깊었다. 감독님이랑 이제 영성 배우님께서 말씀 하셨듯 분석하는 과정에 있어서 감독님께서 굉장히 많은 도움을 주셨고, 연습하는 과정에서도 같이 대화도 많이 나눴다. 그러면서 서서히 길호에 대해 알게 되고 개인적으로는 대사를 읽을 때마다 길호라는 캐릭터가 만약에 나였으면, 이 상황에서 어떤 상황과 속마음과 감정을 인식하고 생각하고 있을까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며 만들어갔다.

[이랑서 배우] 나 역시도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이 이야기 속에 감독님이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뭘까 궁금해지는 시나리오였던 것 같다. 그래서 계속 여쭤보게 됐다. 초원이라는 역할도 비슷하게 보통 다른 어떤 인물들을 이제 대본을 보면 인물에 대해 쉽게 파악하기 마련인데 ‘이건 어떤 거지?’라는 궁금증이 생기고 알고 싶어졌다. 알고 봤더니 감독님께서 인물 한 명 한 명 그냥 영화 속 인물이 아닌 정말 이 세상 어디에 있을 것 같은 인물들로 만드시려고 했다고 하는 말씀을 듣고 그게 이해가 됐다.

[김한울 배우]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영화를 처음 찍어본 거기도 했고, 원래는 그냥 혼자서 연습만 했는데 이 시나리오를 읽고 ‘내가 진짜 촬영을 하는구나'라는 생각에 설레기도 했다. 영범을 연기할 때 시나리오에 써 있는 대사를 바탕으로 원래 나의 말투로 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또 주변의 친구들에게 5천 원씩 주고 인터뷰를 하면서 도움을 많이 받기도 했다 (웃음)

사진= 최준우
사진= 최준우

 

Q. 마지막 장면에 대해 여쭙고 싶다.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들이 시원하게 풀리는 느낌은 아니다. 결말을 이렇게 설정한 이유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린다.

[김태훈 감독] 이 영화가 세상을 구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하며 이야기를 썼다. 때문에 영화의 결말에서도 캐릭터들이 가진 모든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다만 등장인물들이 서로에게 친구가 되어주길 바랐다. 그렇다면 그 관계가 변하지 않는 세상을 다시 살아갈 힘이 되어주지 않을까 생각했다.

 

Q. 제목을 <빅슬립>으로 한 이유에 대해 말씀 부탁 드린다.

[김태훈 감독] ‘빅슬립’은 소설가 레이먼드 챈들러의 작품 제목이다. ‘빅슬립’이라는 단어 자체에는 죽음이라는 의미가 내포되어있다. 이 두 사람의 잠이 깊은 잠 뿐만 아니라, 이 사회가 혹은 이 영화 속 현실이 그들을 죽음으로 몰고 있지는 않나 하는 이러한 의미도 내포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짓게 되었다. 그 모순성이 영화를 확장시킬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Q. 감독님 영화의 특성상 빛을 활용한 장면들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이를 위해서 어떤 장치나 효과들을 사용하셨는지 말씀 부탁드린다.

[김태훈 감독] 예술강사로 일하던 시기에 이태원 언덕배기에서 테이블 하나 펼쳐놓고 한밤 중에 지나가는 아이들을 붙잡고 수업했던 경험이 담겼다. 아이들이 카메라 앞에서 렌턴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면 카메라 뒤에서 내가 서서 카메라의 장노출을 이용해 아이들이 그림을 그리는 동안 형상화하는 수업이었다. 그 작업을 통해 내가 어둠 속에 있는 아이들을 만나러 왔다는 느낌과 동시에, 그 아이들이 나를 비추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게 마치 또 영사기에서 나오는 빛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반대로 내가 아이들을 어둠이 아니라 빛으로 표현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빅슬립>은 이런 아이디어로 완성한 작품이다.

사진= ‘빅슬립’ 기자 간담회 현장
사진= ‘빅슬립’ 기자 간담회 현장

 

Q. 촬영 현장이 돈독했다고 전해 들었다. 촬영 때, 감독님의 리더십에 대해 혹은 특별히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린다.

[김영성 배우] 감독님이 중심을 굉장히 잘 잡아주었다. 촬영 회차가 많지 않아서 어수선할 때도 있었는데, 진짜 뚝심 있게 자기 그림을 확고하게 밀어붙인 것 같아 좋았다. 촬영 한 달 전에 연습실 잡아서 연습한 과정부터 시작해 촬영까지 왔기 때문에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 얼굴을 보고 끄덕이게 되는 느낌이 통할 때가 있었다. 사인이 배우들과 감독님과 다 맞았던 것 같아 좋았던 현장이었다.

[최준우 배우] 영성 배우님의 말씀에 공감한다. 촬영 현장에 있을 때 회차가 많지 않았는데, 배우 한 분 한 분 멘탈적으로나 캐릭터를 이해함에 있어 중심을 잘 잡아주셨고 내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중심을 잡는 과정에 있어 많은 기여를 해주셨다. 실제 연습을 할 때도 소통을 계속해 주셨다. 감독님께 감사드린다는 생각을 하며 연기했다.

[이랑서 배우] 저도 굉장히 공감한다. 촬영 전에 만나서 이야기도 하고 연습을 했다. 감독님과의 작업을 자꾸 내가 뭘 가지고 오고 싶었던 현장이었다. 대사에 대해서도 하나하나 이 단어를 이걸로 혹시 바꿔보면 어떨지 의견을 드리기도 했다. 이러한 부분에서도 다 열어두고 계시니 오히려 책임감을 가지게 되고 신뢰를 해주시니 더 열심히 하는 현장이었다.

[김한울 배우] 촬영 당시 나이가 중학교 3학년이었다. 내가 나오는 장면이 아닌데도 중학생한테 이 장면에 대해 의견을 물어봤던 게, 지금 생각하면 쉽지 않았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나도 살면서 나보다 어리고 아직 성숙하지 않아도 배우려고 하는 자세가 되게 중요하구나라는 걸 많이 깨달았다.

 

Q. 캐릭터들의 사연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기영 캐릭터가 특히 그러한데,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했던 서사 같은 게 있으시면 말씀 부탁드린다.

[김태훈 감독] 분명히 디테일한 서사가 존재하긴 해야 했지만 이야기를 쓰면서도 끝까지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모든 것을 알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던 것. 우리가 살면서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 때 모든 걸 다 알고 있기 때문에 손을 내밀지 않는다라고 생각을 했고, 오히려 그게 더 이 영화가 다른 영화와 다를 수 있는 지점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빅슬립>에 나오는 인물들이 평범한 사람들이라 생각을 하고, 관객 분들이 더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이해해 줄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래서 이 배우들이 그리고 인물들이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듯이 이 사람이 이 사람의 이야기가 되고, 저 사람이 저 사람의 이야기가 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만들었다.

 

Q. 영화를 만드실 때 참고한 작품이 있다면 말씀 부탁 드린다.

[김태훈 감독] 스토리적으로 참고한 영화는 없다. 대신에 켄 로치 감독을 좋아하는데, 그의 영화를 보면 우리 일상생활에서 볼 수 있을 법한 평범한 사람들을 깊이 있게 관찰하고, 그 사람들의 세상은 어둡지만 그 사람들의 인간애를 자연스럽게 포착해서 관객 분들에게 전해주는 그 시선과 태도가 늘 감동으로 다가왔었다. 그래서 켄 로치 감독의 그런 시선들이 나에게 굉장히 영향을 많이 줬다 생각한다.

 

Q. 영화 속에서 상징적으로 나오는 화분, 폐기물도 인상적으로 표현되었다. 상징적으로 어떤 식으로 사용하고 싶었는지 말씀 부탁 드린다.

[김태훈 감독] 다큐멘터리가 아니기 때문에 세상을 그대로 담을 수 없다 생각했고, 그렇다면 이 세계를 어떻게 그려내야 될까 굉장히 많은 고민을 했다. 폭력적인었던 길호의 아버지나, 기영의 아버지들이 만든 세상을 그려보면 어떨까라고 생각을 했고, 그 아버지들이 만든 세상의 끝에 폐기물이 있을 것 같다고 묘사했다. 그리고 그 반대편에 이들을 붙잡고 있는 것이 무엇일까, 살아가게 만드는 힘은 무엇일까라고 했을 때 이야기 속에 부재하고 있는 어머니가 아닐까? 그것을 그냥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에둘러서 묘사하는 게 훨씬 더 뭔가 마음속에 남을 것 같다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 어머니가 굉장히 좋아하시는 화분에서 어머니를 생각해 의미를 부여했다.

 

Q. 기영 아버지의 관계, 기형과 길호도 아버지와 관계 같다는 느낌도 든다. 부자 관계에 대해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는지 말씀 부탁드린다.

[김태훈 감독] 기영이라는 인물이 아버지가 되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최초에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이 사람은 정말 노력하는 사람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이 이야기를 김영성 배우와도 굉장히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렇다면 이 인물은 자기처럼, 그러니까 폭력적인 아버지가 되기 싫다는 그 마음이 어떻게 보면 이 사람에게 돌파해야 되는 문제이고, 장애물이고, 운명에 맞서는 느낌처럼 나갈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들었던 것 같다. 그렇게 생각을 하니까 기영이라는 인물이 굉장히 복잡하고 입체적으로 저에게 다가왔다. 그래서 길호라는 인물을 봤을 때 왠지 모르게 아버지가 되고 싶었던 마음을 느끼지 않았을까? 그래서 아버지처럼 하려고 했지만 사실 그것도 답이 아니었다. 개인적으로 기영이라는 인물이 아버지가 되려 했지만 그것에 실패하고 친구가 되지 않았던 것일까 생각한다.

 

Q. 관객들에게 어떤 영화로 다가가고 싶은지, 어떤 관객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지 말씀 부탁 드린다.

[김태훈 감독] 나의 가족들, 친구들 그리고 이웃들 모두 볼 수 있는 영화라 생각한다. 촬영 들어가기 전에 다 같이 리허설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배우님들에게 이야기했다. 이 영화가 좋은 영화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 영화를 다 보고 난 사람들이 자신의 가족들, 그리고 오랜 친구들, 잊었던 이웃들을 떠올릴 수 있을 거라고. 많은 분들이 찾아봐주셨음 하는 마음이다.

[김영성 배우] 15세관람가니까 15세부터 시작해서, 거동이 불편하지 않은 선생님들, 할머니 할아버지들, 다 오셔서 극장에서 보시면 좋겠다. 김태훈 감독이 얼마나 집요하게 노력했는지, 따뜻하게 사람을 바라보는 태도를 이 영화를 통해 많이 배웠다. 감사한 감독이고 형이고 어른이었다 말하고 싶다. 김태훈 감독이 만든 <빅슬립>, 그 태도를 느끼시려면 많은 사람들이 봐줬으면 좋겠다.

[최준우 배우] 촬영 당시 중학교 2학년, 현재는 고등학교 2학년이다. 촬영 당시 현장에서부터 지금까지 감독님과 함께 했던 모든 일들을 포함해서 여기까지 따뜻함을 느낄 수 있게 해 준 참된 사람이라 생각한다. 정말 고마운 감독님이라 생각이 든다. 11월 22일에 개봉하는 <빅슬립>, 오는 가을과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실 수 있는, 인간적인 부분을 많이 느낄 수 있는 영화라 생각하니 많은 분들이 찾아보시길 바란다.

[이랑서 배우] 저도 같은 마음이다. 하나 덧붙이자면 저는 <빅슬립>을 N차 관람하며 되게 볼 때마다 새롭게 와닿았다. 발견하는 걸 좋아하시는 관객 분들은 정말 좋아하시지 않을까 생각한다. 꼭 보시기를 추천 드리고 기영과 길호가 서로 만나면서 변화해 가는 과정을 보시게 될 텐데, 그 과정을 느끼고 나면 관객분들도 자기만의 어떤 <빅슬립>의 의미를 품고 나가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한울 배우] 이 영화가 따뜻한 것도 있지만 저는 일단 재미있다 생각한다. 김영성 배우님을 보며 느꼈던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한 마음이 <빅슬립>에 잘 묻어 나온 것 같다. 영화 속 인물들이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모두가 보면 좋을 것 같단 생각을 했다.

 

Q. 마지막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린다.

[김태훈 감독] 제가 눈물이 많다. 이 자리에 와주시는 것만으로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이런 일들이 펼쳐지는 것 자체가 굉장히 소중한 일이라 생각한다. 너무 감사드리고 절대 잊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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