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씨네소파)= 권아람 감독, 윤김명우
사진제공(씨네소파)= 권아람 감독, 윤김명우

한국 최초로 레즈비언의 공간과 커뮤니티를 세밀하게 조명한 SINCE 1970~NOW 퀴어풀스토리 <홈그라운드>가 지난 11/20(월) 오후 4시 30분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언론시사회를 성황리 개최했다.

영화의 개봉 버전을 첫 관람한 윤김명우는 “영화를 보면서 울었다. 그동안 60 평생 살면서 겪은 인생의 희로애락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여러 가지 우여곡절이 있었다.

이를 다 이겨내고 지금까지 건강하게, 이 자리에서 여러분을 만날 수 있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가슴 벅찬 감동을 말하고, “그렇지만 이 영화는 내 인생의 일부분일 뿐이다. 70세 넘어서 2탄이 나올지도 모르겠다.”는 재치 넘치는 언변으로 장내 웃음꽃을 피웠다.

사진제공(씨네소파)= 권아람 감독
사진제공(씨네소파)= 권아람 감독

이에 권아람 감독은 “2탄을 준비해야 될 것 같다.”고 응수하며, “시대를 막론하고 전용 업소에 가서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했던 역사를 알게 되며 그 이유가 무엇일까, 거기에서 무엇을 발견했을까, 이런 것들이 나의 관심사가 되었다.

‘레스보스’에서 술 한 잔 나누며 이야기하는 것이 되게 소소하고 일상적인 순간일 수 있지만, 힘을 내서 내일을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작은 힘이 되지 않을까 느끼게 되었다.”라고 전작 <퀴어의 방>에 이어 방 바깥의 공간에 주목한 이유를 밝혔다.

다음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큰 어려움을 겪은 ‘레스보스’와 그 촬영 과정에 대한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윤김명우는 “2019년 12월에 이태원에서 ‘레스보스’를 재 오픈했다. 몇 달 있다가 코로나19가 시작됐다.

사진제공(씨네소파)= 윤김명우
사진제공(씨네소파)= 윤김명우

영화에 등장하진 않지만 코로나19 이후에 이태원 참사가 있었다. ‘니가 먼저 살고 봐야지’ 라고 이야기들 했지만, 나한테는 여기가 특별한 공간이고 내가 책임을 질 수밖에 없는 공간이다. 끝까지 버텨내고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은 내가 다른 일거리를 찾아서 이곳을 지키는 것이었다.

내 건강이 허락될 때까지 책임감 있게 지키고 싶다.”고 어려운 상황에도 가게 운영을 지속해온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권아람 감독은 “처음 기획은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조금 더 떠들썩한 영화가 되기를 바랐다.

하지만 코로나19 시기가 오히려 소수자들에게 공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절실한 부분인지를 깨닫게 해준 부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 이야기를 영화 속에 중요하게 다루게 되었다.”고 코로나19 팬데믹이 가져온 변화에 대해 설명했다.

사진제공(씨네소파)= 권아람 감독, 윤김명우
사진제공(씨네소파)= 권아람 감독, 윤김명우

이어서 1970년대부터 오늘날까지 굴곡의 레즈비언 역사를 꿋꿋하게 함께 걸어온 60대 레즈비언 윤김명우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윤김명우는 “2000년대 초반에 ‘레스보스’ 3대 사장이 됐다.

장사만 하고 돈만 보는 게 아니라 후배들의 모범이 되자 결심했다.”고 커밍아웃한 이유를 밝히며, “그 때만 해도 성소수자 사례를 찾는 게 쉽지 않았다. 신문, 잡지 등 언론 매체를 비롯해 여성, 복지와 관련된 수많은 대학교에서 논문 자료를 얻기 위해 찾아왔다.

지금도 여전히 도움을 요청하는 연락이 많은데 웬만해서는 마다하지 않는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세상에 얼굴을 비추면서 살아온 인생을 말해주는 메시지밖에 없다. 젊은 친구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씨네소파)= 권아람 감독, 윤김명우
사진제공(씨네소파)= 권아람 감독, 윤김명우

또한 윤김명우는 “70년대 한국은 레즈비언에게 불모지 같은 세상이었다. 정립된 이론이 없었고, 내가 여자를 좋아하는 바지씨이면 그 사람을 먹여 살리는 가장이 되어야 했다. 그 정도의 생각 밖에 없었고 우리는 ‘동성애자’가 아니라 ‘동성연애자’ 였다.

변태적인 성향의 연애를 하는 사람, 정신병자, 세상 사람들은 우리를 그렇게 보았다.”고 지난 세월을 회고했다. 이어서 “지금은 ‘동성연애자’가 ‘동성애자’가 되었고, 바지씨와 치마씨가 부치, 팸이라는 세계 공통의 학술적 용어로 바뀌었다.

언어가 하나씩 생기는 것이 문화의 큰 변천사를 보여준다. 앞으로도 이렇게 발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재는 퀴어 커플이 사실혼 관계로 동거를 하면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전혀 없다. 우리가 터뜨려야 한다. 밀알이 썩어야 싹이 나듯, 누군가의 희생이 있어야 한다.

사진제공(씨네소파)= 권아람 감독, 윤김명우
사진제공(씨네소파)= 권아람 감독, 윤김명우

나는 그런 목적으로 지금 여기에 머물고 있다. 젊은 사람들이 머리로 싸움하고, 나는 그냥 육탄전으로 나가는 거다. 내가 건강할 때까지 이렇게 여기서 머무르겠다.”고 뜨거운 진심을 말했다. 마지막으로 권아람 감독은 “한 영화제 관객분이 해준 말이 생각난다.

이 영화를 보기 위해서 찾아온 극장이 또 하나의 퀴어 공간으로 다가온다는 말씀이었다. 극장에서 영화를 본다는 것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은 시기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함께 모여서 같이 시공간을 경험하면서 영화를 볼 때에 느낄 수 있는 감각이 있는 것 같다.

<홈그라운드>를 상영하는 전국의 극장들이 또 어딘가의 누군가에게 연결의 감각으로 다가갈 수 있는 공간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여전히 자기 자리를 찾기 위해서 애쓰고 있는 분들이 <홈그라운드>를 봤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말했다.

사진제공(씨네소파)= 권아람 감독, 윤김명우
사진제공(씨네소파)= 권아람 감독, 윤김명우

또한 “얼굴을 드러내고 인터뷰를 한다는 게 결코 가볍지 않은 일임을 안다”며 인터뷰에 응해 주신 분들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윤김명우는 “우리의 삶도 보통의 사람과 똑같다. 우리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그냥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동등한 사람이다. 근데 또 어떤 사람들은 우리를 특별하게 보니까... 이왕 그럴 거면 VIP 대접이나 해줬으면 좋겠다!”고 다시금 장내 웃음을 터트리며 뜻깊은 시간을 마무리했다.

영화 <홈그라운드>는 한국 최초의 레즈비언 바(Bar) ‘레스보스’의 아이콘 ‘명우형‘이 들려주는 70년대부터 오늘날까지 퀴어풀스토리. ‘레스보스’의 사장, 퀴퍼 대부, 성소수자 인권활동가, 드랙킹 연극배우 등 수많은 수식어를 지닌 60대 레즈비언 윤김명우의 압도적 존재감으로 나날이 화제성을 더하고 있는 다큐멘터리다. 상영시간 84분. 12월 6일 개봉.

사진제공(씨네소파)= 권아람 감독, 윤김명우
사진제공(씨네소파)= 권아람 감독, 윤김명우
사진제공(씨네소파)= 권아람 감독, 윤김명우
사진제공(씨네소파)= 권아람 감독, 윤김명우
사진제공(씨네소파)= 권아람 감독
사진제공(씨네소파)= 권아람 감독
사진제공(씨네소파)= 권아람 감독
사진제공(씨네소파)= 권아람 감독
사진제공(씨네소파)= 윤김명우
사진제공(씨네소파)= 윤김명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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