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장민경 감독, 황명애
사진= 장민경 감독, 황명애

사회적 참사로 가족을 떠나보낸 이들이 전하는 세상 끝의 사랑 이야기 <세월: 라이프 고즈 온>이 지난 3/12(화) 오후 4시 30분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언론시사회를 성황리 개최했다.

영화 상영 이후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장민경 감독은 “처음에는 개봉까지 생각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출연자분들이 용기 내어서 본인들의 이야기를 해주셨던 점이 있었고, 그 사이 배은심 선생님이 돌아가시고 또, 22년에는 이태원에서 참사가 일어났다.

이렇게 같은 아픔이 반복되는 상황 속에서 그 이후를 살아가는 법과 위안을 나눌 수 있는 <세월: 라이프 고즈 온>이 좀 더 많은 관객을 만나면 어떨까 생각하며 지금 개봉하게 되었다”고 촬영 후 몇 년이 지난 지금 개봉하게 된 계기를 전했다.

사진= 장민경 감독
사진= 장민경 감독

이어, 세월호 참사,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씨랜드 수련원 화재 참사 세 가지 참사를 엮어서 작품을 만든 이유에 대해 “참사가 반복되고, 또 그 안에서 비슷한 문제들이 반복된다는 것을 보이고 싶었다. 그리고 애도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하며 기획의도를 전했다.

“애도라는 보편적인 과정이 한국 사회적 참사의 상황에서는 특수한 상황에 놓이는 것 같다. 애도를 위해서는 죽음의 이유를 알고 받아들이는 시간이 필요한데, 한국에서 일어나는 사회적 참사는 대부분 그런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못한다.

이렇게 애도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무력하게 혼자 고립되지 않고 살아가는 법을 어떻게 찾아갈 수 있을지를 알아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진= 황명애
사진= 황명애

또,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황명애 대구 지하철 참사 희생자 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은 “자신의 생명이 소중한 만큼 세상의 모든 생명이 소중하고 존중받아야 한다는 그 마음 하나로 21년을 달려왔다. 시간이 많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과연 어떤 분들이 이런 일에 관심을 가져줄까 궁금했는데, 오늘 이렇게 시사회에 오신 분들을 보니 감사한 마음이다”라고 소회를 전했다.

이어 작품이 담고 있는 연대의 메시지에 관해서도 들을 수 있었다. 특히 故 배은심 여사를 등장시킨 이유에 관해 묻는 질문에 대해 장민경 감독은 “배은심 선생님께서 살아오셨던 삶 자체의 울림이 굉장히 크다.

참사 이후에 필요한 것은 희생자가 왜 거기 갔는지가 아니라 왜 그들이 돌아오지 못했는지를 함께 묻는 것이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곁이 되어주는 것이라는 점을 배은심 선생님의 이야기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고 답했다.

사진= 장민경 감독, 황명애
사진= 장민경 감독, 황명애

또, “때때로 우리가 서로 다른 참사가 연대하지 못한다고 의구심을 가지는 것은 오히려 제 3자적인 입장이 아닌가 한다. 유가족 당사자들은 서로 곁이 되려고 행동해 왔는데, 우리 사회가 그것을 충분히 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하며 <세월: 라이프 고즈 온>을 통해 포착한 유가족들 간의 연대와 위로의 모습에 관해 설명했다.

이어, 황명애 대구 지하철 참사 희생자 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은 “배은심 여사를 보면서 굉장히 존경하는 마음을 가졌는데 같이 오래 뵙지 못하고 돌아가셔서 굉장히 가슴이 아팠다”고 말하며, “우리가 참사가 일어나면 바로 달려가는 이유는 그 마음을 알기 때문이다.

특히 상실의 아픔도 있지만 수습 과정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매우 고통스럽다. 그런 어려움을 알고 있기 때문에 유가족들은 서로 연대해야 하고 또 할 수밖에 없다”고 전하며 곁을 내어주는 연대의 마음을 설명했다.

사진= 황명애
사진= 황명애

한편, 올해로 21주기를 맞이한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의 현실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었다. 황명애 대구 지하철 참사 희생자 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은 “사실 2003년도 사고를 당하고 나서 엄마로서 뭘 해야 할지를 몰랐다. 슬픔 때문에 울기만 했을 때 누군가 죽은 자식을 위해서 엄마로서 해야 할 부분이 있지 않겠냐 하더라”고 말하며 당시 가슴 아픈 상황을 전했다.

이어, “그날 이후로 희생된 이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원인을 규명하고 또 안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일조를 하면서 그렇게 21년 동안 투쟁해 왔다”고 말하며, “대구에는 추모 공간이 있지만 거기에는 이름이 없다.

대구시는 21년 동안 그 약속을 지켜주지 않고 있고, 시간이 오래 지나다 보니, 땅속에 자식을 묻었지만 이름 석 자도 적지 못하고 돌아가시는 유가족 분들이 생겨나고 있다.

사진= 장민경 감독
사진= 장민경 감독

이게 우리 유가족들의 현실이다. 추모 공간에 이름 석 자를 붙여놓지 못하고 우리의 목숨이 끝날까 봐 가장 두렵고 무섭다. 그날이 오지 않게 같이 도와주시면 좋겠다”고 전하며 시민들에게 다시 한번 관심을 가져주기를 권했다.

마지막으로 개봉을 앞두고 바라는 점을 이야기했다. 황명애 대구 지하철 참사 희생자 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은 “일상을 그대로를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하고 감독님의 까만 눈을 쳐다보고 있으면 내가 그냥 주절주절하고 있더라.

우리 영화를 통해서 이런 유가족들의 삶도 있다는 것을 알아주시고, 또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같이 동참해 주시면 좋겠다”라는 말과 함께 영화를 매개로 함께 공감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사진= 황명애
사진= 황명애

장민경 감독은 “개인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참사는 항상 발생하는 것 같다. 그런데 그런 순간에도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힘은 어떤 고립되지 않은 어떤 곁에 존재인 것 같다. 그 곁의 존재를 발견하는 것이 영화를 찍는 이유이고 과정이라 생각한다. 그런 마음이 관객들에게도 닿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세월: 라이프 고즈 온>은 세월호 참사,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씨랜드 수련원 화재 참사, 민주화 과정에서의 국가폭력 등 사회적 참사로 가족을 떠나보낸 이들이 서로에게 묻고 답하며 전하는 세상 끝의 사랑 이야기.

여러 사회적 참사를 종합적으로 다루어 시대적 함의를 인정받고 있는 <세월: 라이프 고즈 온>은 사회적 참사 유가족이 팟캐스트 ‘세상 끝의 사랑(CBS 목동사옥 촬영)’을 매개로 만나 자신이 겪은 아픔이 반복되지 않도록 연대하고 분투하며 재난이 끊이지 않는 위험한 사회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찾아가는 모습을 따뜻하게 펼쳐내고 있다. 상영시간 99분. 3월 27일 개봉.

사진= 황명애, 장민경 감독
사진= 황명애, 장민경 감독
사진= 황명애, 장민경 감독
사진= 황명애, 장민경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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