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여자를 이해하는 교과서 같은 작품"

 

[무비톡 김상민 기자] 21일 오후,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예그린씨어터에서 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황재헌 연출을 비롯해 윤유선, 우미화, 성기윤, 성열석, 왕보인, 김소정 외 전 출연진이 참석해 장면 시연에 이어 작품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이번 시즌은 황재헌 연출이 ‘프레임의 완성’을 자신해 주목을 모았다. 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은 50대 중반의 저명한 역사학자 '정민'과 은퇴한 국제분쟁 전문기자 '연옥'이 매주 목요일마다 각기 다른 주제를 두고 펼치는 대화를 통해 인생을 진솔하게 논하는 작품이다.

역사, 행복 등 토론의 이야기부터, 이들이 함께 보내온 지난 시간들과 복잡한 관계들이 겹치면서 두 남녀의 복잡미묘한 심리를 위트있고 진중하게 풀어냈다. 

‘그와 그녀의 목요일’은 연극과 뮤지컬에서 다양한 활약을 보인 황재헌이 작,연출을 맡아 남녀의 미묘한 감정을 꿰뚫으며 섬세하고 복잡한 남녀의 심리를 풀어내면서 관객들의 폭넓은 공감대를 이끈다.

 

서로에게 솔직하지 못했던 ‘정민’과 ‘연옥’의 토론을 통해 진짜 ‘나’의 모습을 돌아보게 하고, 그들을 통해 관객 스스로에게 같은 물음을 던진다.

황재헌 연출은 "그동안 공연을 조금씩 업그레이드 해왔다면, 이번에는 프레임화가 돼 연출도, 배우도, 모두가 달라져도 관객과 계속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생겼다"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서 "극 중에서는 특별한 설정과 특별한 관계의 사람들이 등장하지만, 내용을 보면 보편타당함이 있다. 공연을 보고 나면 누구에게나 스스로의 마음에 말을 걸게 될 것"이라며 "보편타당함을 위해 캐릭터와 관계의 특별함을 위해 날카로움을 더하고자 했다.

특수한 인물, 상황이지만 그 안의 보편타당한 정서를 놓치지 않으려고 애를 썼고, 덕분에 캐릭터가 더 선명해지고 뾰족해지면서 오히려 듣기 좋은 화음이 탄생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연이 예술일 수 있다면, 그리고 예술이 정치나 경제와 다른 점이 뭐냐고 묻는다면 저는 이율 배반의 가능성이라고 생각한다. 말하자면 논리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수용할 수 있고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가능성이라고 보는데,

그래서 이번 시즌에 특별히 신경 쓴 점이 있다면, 그 보편타당함을 위해서 캐릭터들과 관계들의 특별함에 더욱더 날카로움을 더하려고 애를 썼다.”며 “표면적으로는 중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심지어 10대도, 60대 이상도 누구나 궁금해할 남녀의 관계이다,

그것이 남자와 여자이든, 부모와 자식이든, 그 관계에 본질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고, 그 본질에 접근하는 데 있어서 특별하고 추상화된 모델을 사용하다 보니까 특수한 상황의 인물, 직업군을 선택했고 그 특별함을 더욱더 날카롭게 해서 누구나 마음에 말을 걸 수 있는 부드러움을 찾으려 했다.

전 시즌에 비해 캐릭터들이 더 선명해지고 뾰족해지고 날카로워져서 이 날카로움이 부딪혔을 때 더욱 특별한 오케스트레이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프레임화라는 것이, 올해 했던 공연을 내년에도 똑같이 가라는 것은 아니지만 이 특별함을 또 다른 배우들이 그에 맞춰 해준다면 결국에는 수없이 많은 ‘연옥’과 ‘정민’이 나오더라도 하나의 탄탄한 주제의식을 관객들에게 선사할 수 있겠다는, 연출이나 작가로서의 기대가 생겼다.

출연진이 달라져서 공연의 정신 자체가 달라진다면 과연 공연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이유가 뭘까, 연출로서 그런 고민을 굉장히 오래 했다.

그래서 그렇지 않은 공연도 가능하다는 것. 개인도 행복하고 공연도 살아남고, 그렇게 지속 가능한, 공연 자체의 생명력을 찾아보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성기윤은 "관객들에게 말할 수있는 건 정말 잘 만든 연극이라는 것"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모든 순간들을 점묘법 화가가 그린 그림처럼 그 점들을 수없이 찍어서 모든 순간들을 이루고 있다"며 "저는 지난해에는 선이 되려고 했던 것 같기도 하다. 지금은 비로소 황재헌 연출이 쓰고 연출한 작품에서 한 점으로 존재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래서 마음도 좀 더 편해졌고 좀 더 살아있는 기분"이라며 "누군가에겐 지나간 이야기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앞으로 닥칠 수도 있는 일이다. 모두에게 현재의 일"이라고 말했다.

 

또 "혼자 보면 비극적일텐데 무대에 놓고 보면서 멀리서 희극적으로 보며 객관적인 판단을 하길바란다"고 덧붙였다. 윤유선은 "저희 작품을 아들이 지난해에도 보고 올해도 봤는데 지난해에는 '저렇게 피곤하게 살 필요 있나?'라고 얘기하더라"고 운을 뗐다.

그는 "올해는 조금 컸는지 보면서 공감하는 대사가 있었다고 했다. 젊은 친구도 알 수 있는 느낌이구나 생각이 들었다"며 "문학적, 철학적 요소가 많이 있는데 주고 받는 말에서 케미가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어떤 면에서는 사실 겪어보지 않으면 잘 모른다. 50대 연옥이가 느끼는 성향이다.

정민이도 사실 연옥을 잘 몰랐기 때문에 이런 관계가 이뤄진 것"이라며 "사랑하지만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잇었던 것 같다. 저희 작품이 특수한 상황이지만 상식적인 면에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이 있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남자, 여자를 이해하는 교과서 같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 "내가 실수하고 이기적이었떤 면에서 비슷한 점이 있다고 생각하고 내가 이해하지 못했던 남자의 마음이 이런 부분이구나 생각이 들었다"며 "조금 빨리 알아가는 교과서 같은, 남자 여자 사용 설명서 같은 느낌이다.

그런 면에서 많이 보시고 공감해 주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윤유선은 “제 아들이 작년과 올해 공연을 봤는데, 작년에는 저렇게 피곤하게 살 필요가 있냐고 하더니 올해는 공감하는 대사들이 있었다고 하더라.

‘아, 이렇게 어린 친구들도 이해할 수 있는 느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또 저희 작품이 문학적, 철학적 요소가 많고 배우들이 주고받는 케미, 볼거리도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연옥’과 ‘정민’은 특수한 상황이지만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서 어떤 면에서는 남자, 여자를 이해할 수 있는 교과서 같은 느낌, 남자, 여자를 조금 빨리 알아가는 사용설명서 같은 이야기여서 많이들 보러오시고 공감 해주시면 좋겠다.”며 성원을 당부했다.

 

이번 시즌에 ‘연옥’으로 새롭게 합류한 우미화는 “이번 시즌에 새로 합류하게 돼서 기뻤고, 작품이 이미 잘 만들어진 틀이 다 있었기 때문에 그 틀 안에서 새로운 성열석 배우와 ‘정민’과 ‘연옥’을 하는 제가 각각의 색깔로, 다른 방식으로 사이를 메꿔가는 것을 연출님이 많이 지지해줬고 연습 방향성도 그랬기 때문에 되게 즐겁게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우미화는 “‘연옥’의 입장에서는 암이었지만 어떤 아픔이나 고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을 때, 자신을 돌아보면서 과거의 나를 만나고 스스로를 이해하고 연민하고 위로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리고 이 둘의 관계 자체가 연인이자 형제이자 부부이자 여러 관계성을 얘기하고 있고, 젊은 층에서는 ‘이경’과 ‘덕수’에게 몰입할 수 있고 중년층에서는 현재의 ‘연옥’과 ‘정민’에 몰입할 수 있는, 해서 다양한 연령층이 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성열석은 “저희 포스터에 ‘오늘만큼은 솔직해지자’는 문구가 있는데 그 얘기는 결국 솔직해야 하는데 솔직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역설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진짜로 솔직해졌을 때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모습을 객석에서 대놓고 엿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첨언했다.

특히 이번에 ‘정민’을 연기하게 된 성열석은 앞선 시즌을 통해 이 작품에 등장하는 남성 배역을 모두 섭렵한 배우이기도 하다.

이에 성열석은 “전에 아주 잠깐이지만 ‘덕수’도 두어 번 했었고 ‘남자’ 역할도 해서, 이 작품의 남자 역할을 다 했던 것 같은데, ‘정민’의 과거이고 전사(前史)이니까 나의 과거를 지니고 연기할 수 있게 되는 것 같긴 하다.

과거에 인터뷰할 때도 나중에 ‘정민’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했는데 그게 너무 빨리 온 것 같아서, 부족한 점이 많지만, 최대한 더 나이 들어 보이게 열심히 하겠다.”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젊은 시절의 ‘정민’과 ‘연옥’ 격이라 할 수 있는 ‘남자’, ‘여자’ 역할에는 왕보인, 김소정 배우가 맡는다. 두 배우는 원 캐스트로 활약한다.

먼저 왕보인은 “선배님들의 호흡을 최대한 따라해보려고 하고 있는데 잘 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연옥의 대사 중에 ‘첫 느낌이 느끼하고 재수 없었다’는 말이 있어서 그걸 최대한 살려보려고 했다.”고 너스레를 보태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김소정은 “선배님들이 장면이나 디테일이 조금씩 다르셔서 그걸 잘 받아서 하려고 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민’과 ‘연옥’의 딸 ‘이경’은 백수민과 정승혜가 맡는다.

먼저 정승혜는 “‘이경’은 상처가 많은 아이지만 어느 가족에게나 힘든 일이나 아픔은 다 있는 거라고 생각해서 ‘이경’의 상처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데에는 별 어려움은 없었는데, 평소에 하지 않는 행동들, 쥐잡듯이 때린다거나 발로 세게 찬다거나 욕설을 맛깔나게 해야 한다거나 이런 부분을 익숙하게 만드는 것이 더 어려웠던 것 같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이어 백수민은 “저도 ‘이경’을 이해하는 데에는 큰 어려움은 없었고, 다만 연극이 처음이라, 영화나 드라마와 달리 같은 감정을 매 공연마다 진실하게 전달하는 게 지금도 저에게는 큰 과제고 해서 긴장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 ‘이경’의 남자친구 ‘덕수’ 역은 김한종과 김주영이 맡는다. 걸크러쉬를 자랑하는 ‘이경’에 굴하지 순애보를 가진 인물이다.

이에 김한종은 “순애보적인 부분은 저와 굉장히 닮았다. 82%는 닮았다고 생각하고, 책임감이 굉장히 강한 성격인데 그 부분이 ‘덕수’와 닮았다고 생각하고 그 외에도 모든 부분이 그냥 ‘덕수’다.”라고 자신해 모두의 웃음을 자아냈다.

반면 김한종은 “저는 ‘덕수’와 전혀 매치가 없다. 순전히 연기일 뿐이다. ‘덕수’처럼 순수하지도 않고, 스무 살도 아니다. 이제는 많이 나이가 든 것 같다. 그나마 비슷하다면 좀 바보 같다는 것”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은 50대 중반의 저명한 역사학자 정민과 은퇴한 국제 분쟁 전문 기자 연옥이 매주 목요일마다 각기 다른 주제를 두고 펼치는 대화를 통해 인생을 진솔하게 논하는 작품이다. 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은 오는 2019년 2월 10일까지 대학로 예그린씨어터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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