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잡을 수 없는 것에 갈망하지만 이로 인해 파멸하고 깨달음을 얻어

 

[무비톡 김상민 기자] 12일 오후 대학로 TOM 1관에서 뮤지컬 '아랑가' 프레스콜이 열렸다. 이날 프레스콜에는 배우 강필석, 박한근, 박유덕, 최연우, 박란주, 안재영, 김지철, 이정열, 김태한, 윤석원, 임규형, 유동훈, 박인혜, 정지혜가 참석하여 하이라이트 장면을 시연하고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뮤지컬 ‘아랑가'가 3년 만에 뉴 프로덕션으로 돌아왔다. 서울 대학로 TOM 1관에서 공연 중인 '아랑가'는 '삼국사기(三國史記)'의 도미설화를 바탕으로 475년 을묘년 백제의 개로왕과 도미장군 그리고 그의 아내 아랑의 이야기를 그린 뮤지컬이다. 

2016년 초연, 예그린뮤지컬어워드에서 연출상, 남우주연상, 혁신상을 받았다. 뉴프로덕션으로 돌아온 재연에서는 드라마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장면, 삭제, 넘버 추가 등을 시도했다. 원형무대에서 벗어나 프로시니움 무대로 공간 활용에 변화를 줬다.

 

도창의 내레이터 역할도 강화했다. 아랑을 찾아 곁에 두고자 하는 백제의 왕 개로 역은 강필석과 박한근, 박유덕이 맡았다. 백제의 장군이자 아랑의 남편인 도미 역에는 안재영, 김지철이 출연한다.

도미의 아내이자 개로의 꿈 속 여인인 아랑 역은 최연우, 박란주가, 고구려의 첩자 도림 역은 이정열, 김태한, 윤석원이 캐스팅됐다. 도미와 아랑과 같이 사는 소년인 사한 역에는 신예 배우 임규형, 유동훈이 합류했다.

판소리로 아랑가의 전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해설자 도창 역에는 초연에 이어 박인혜, 정지혜가 다시 한 번 무대에 선다. 12일 진행된 프레스콜에서 배우들은 '저주받은 태자', '어전회의', '꿈 속의 여인', '꿈 속 여인을 찾아', '우리 가요', '어둠 속의 빛', '마음 앓이' 등 하이라이트 시연을 선보였다.

이대웅 연출은 "뮤지컬, 연극, 창극 등 여러 분야들이 유기적으로 영향을 주도록 했다. 이야기, 인물이 끊임없이 물고 물려 흘러가게 한 점이 큰 변화다. 전작의 미덕도 가져오면서 극장의 환경에 맞춰 조금씩 변화를 줬다.

 

초연에서는 아레나 무대에서 펼쳐졌는데 이번에는 액자 구조의 극장에 들어왔다. 이야기 안에 이야기가 무엇이며, 관객과 관통하는 오브제는 무엇이며, 인물을 표현할 때 상징적으로 들어갈 수 있는 오브제를 통해 회화적인 부분을 강조했다"며 연출 의도를 밝혔다. 

김가람 작가는 "아시아시어터 스쿨 페스티벌에서 제한된 조건 안에서 6명 이내의 배우들이 전통극의 현대화라는 주제로 한 작품이다. 우리의 뮤지컬로 시작해보려 했다.

CJ리딩, 예그린 앙코르를 거쳐 감사하게 재연으로 만나게 됐다. 처음 시작할 때 가장 아름다운 장면을 보여주고 도창의 설명으로 이야기의 흐름을 보여준다. 기본적인 주제 자체는 변화시키지 않으려 노력했다. 인간이 잡을 수 없는 것을 잡으려 갈망하지만 이로 인해 파멸하고 깨달음을 얻는 내용이다. 

 

꿈과 현실의 경계에 놓인 인간이라는 콘셉트다. 도창이라는 인물의 비중을 강화했다. 초연 때는 내레이터의 역할이 강했는데 재연에서는 인간의 운명을 좌지우지한다"고 설명했다. 이한밀 작곡가는 새롭게 추가한 '어둠 속의 빛'에 대해 "개로와 아랑의 듀엣곡이었는데 개로, 도미, 아랑의 삼중창이 됐다"고 언급했다.

이 작곡가는 "세 사람의 노래로 가져가는 게 옳다고 판단했다. 드라마의 흐름에 반할 수 없기 때문에 드라마에 유익하지 않다면 다른 부분으로 치환하는게 옳다고 생각해 삼중창이 됐다.

아랑과 개로는 평행선을 달린다. 절대 이뤄질 수 없는 운명적인 관계를 음악적으로 표현하려 했다"고 전했다. 강필석은 "참 즐겁기도 하고 힘들기도 한 작품이었다. 재연을 한다는 제안이 왔을 때 모든 에너지를 다해 이 공연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기분좋게 임하게 됐다.

많은 응원과 사랑 부탁드린다. 배우, 연출진, 창작진이 하나가 돼 열심히 만들었다. 객석에 오면 후회하지 않을거다. 많은 응원과 사랑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개로 역을 맡은 박한근은 “공연을 준비하며 느끼는 어려움은 어느 공연이든 같은 것 같다. 우리가 얼마나 하나가 돼 관객을 이해시키고 함께 호흡하느냐 이게 제일 중점이 되어야 하는 것 같다.

재연으로 오면서 많은 것들이 바꼈기에 초연과 다른 방법으로 관객에게 다가가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을 많이 했고 그 점을 제일 많이 논의했다”며 “애정 깊게 바라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박유덕은 "새롭게 합류했다. 넘버가 좋아 흠뻑 빠져 연습하고 공연하고 있다. 좋은 동료, 선생님과 함께 해 즐겁다. 공연이 끝날 때까지 즐거울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이 연기하는 개로에 대해 “극중에서는 백성들을 보듬어주기보다 저주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는 왕이다. 한 여자를 사랑하고 그 여인을 사랑하는 마음 때문에 나라도 잃고 자기 자신도 잃는 외로운 왕”이라고 소개하며 격앙된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악역일 수도 있는데 아역이 아닐 수도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고구려 첩자 도림의 꾀에 넘어가서 자신을 잃는데 속상하기도 합니다.”

2015년 CJ크리에이티브마인즈 리딩에 참여했다 4년만에 재연의 도미로 돌아온 안재영은 “백성만큼 개로왕도 사랑하는데 자꾸 잘못된 길로 가니 바로 잡고 싶어 하는가 하면 아랑도 사랑해야하고 백성들이 죽어가는 것도 너무 슬픈 백제 장군”이라고 설명했다.

박란주는 아랑에 대해 “개로왕 꿈속의 여인이자 사랑꾼 도미의 아내다. 어둠 속에서도 빛을 내는 달과 같은 여인을 목표로 한다”고 전했다. 김지철은 "판소리, 창, 뮤지컬의 조합이 뜻깊다. 한국 사람으로서 출연하고 싶었다.

여기에 장군 역할까지 맡았다. 이전 작품의 역할이 밝고 에너제틱 했는데 이번에는 장군으로 에너제틱해 좋다. 한국 창작 뮤지컬을 많이 사랑해줬으면 한다.

배우들이 똘똘 뭉쳐 팀워크가 좋다. 윤석원 선배가 파이팅이 넘친다. 누구 하나 핑계대지 않고 연습에 다 나온다. 연습실에 정말 나오고 싶었다. 막공까지 더 좋은 공연을 하고 있을 거로 기대된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극 중 두 남자의 사랑을 받는 아랑 역의 최연우는 "2016년 초연 무대는 와이드했기 때문에 부채를 사용한 신체 연기를 크게 했다면, 이번에는 무대가 좁아졌기 때문에 넓게 퍼져있던 부분을 집중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했다.

이어 "극을 잘 보면 연결이 끊어지는 장면이 없다. 쉴 틈 없이 호흡을 가져가야 한다"면서 "실타래와 같은 연결 방법에 대해 (제작진과) 많은 공유를 했는데, 이런 부분이 초연과 가장 다른 점이다"라고 덧붙였다. 

세 주인공의 삼각관계와 관계성을 강화한 점도 재연에서 발전한 부분이다. 최연우는 "초연 때는 전체를 만들어 가는 데 중점을 뒀다면, 이번에는 캐릭터가 어떤 변화를 갖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했다"며

"특히 도미는 예전에 마냥 '사랑꾼'으로 표현된 반면, 이번에는 백제를 바라보던 인물에서 아랑에게로 마음이 정착되는 면을 표현했다"고 했다. 

 

도창 역을 맡은 박인혜 작창가는 "이 작품에서 판소리는 말과 노래, 대사와 소리를 유연하게 넘나들며 극을 설명하기도 하고 개로왕에게 저주를 퍼붓기도 한다"며 "아주 디테일한 장면 묘사로 관객에게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좁은 극장에서 적은 수의 배우들이 표현할 수 없는 부피의 이야기를 판소리가 전해준다는 이야기다.

박 작창가는 "전쟁, 칼싸움, 사람이 죽어나가는 모습 등이 무대에서 직접적으로 보이지 않더라도 소리꾼이 관객들의 상상력을 극대화해준다"면서 "이야기를 돕기도 하고 냉소를 던지기도 하며 적극적으로 개입한다"고 했다.

 

아랑과 개로, 도미의 삼각관계를 더욱 확실하게 보여주기 위해 삼중창 '어둠 속의 빛'을 추가한 점도 눈에 띈다. '어둠 속의 빛'은 세 인물의 평행적인 관계를 표현한 곡으로, 국악기와 양악기, 장단과 그루브가 어우러지는 삼중창이다. 박인혜는 "말과 노래를 유연하게 넘나드는 것으로 정서를 재현하고 이야기의 거리를 두면서 장면을 설명한다.

 

말과 노래를 넘나드는 선율을 통해 개로 왕에게 저주를 퍼붓는다. 판소리로 장면을 디테일하게 묘사하면서 관객의 상상을 부른다. 좁은 극장에서 적은 배우가 표현할 수 없는 전쟁, 칼싸움 등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더라도 관객의 상상력을 극대화하려했다"고 이야기했다. 뮤지컬 '아랑가'는 4월 7일까지 대학로 TOM 1관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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