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 컷= 마리오 보타(Mario Botta. The Space Beyond)

[무비톡 박준영 기자] 세계적 건축가 마리오 보타가 한국의 남양 성모 마리아 대성당을 짓는 과정과 그의 종교적 건축에 대한 신념과 열정을 담아낸 다큐멘터리 <마리오 보타 : 영혼을 위한 건축>이 2020년 개봉을 확정했다.(수/배 하준사)

르 코르뷔지에, 루이스 칸, 카를로 스카르파에게 사사한 건축가 마리오 보타는 리움 미술관, 강남 교보타워, 제주도의 아고라를 통해 한국에 대한 애정을 널리 알려왔다. 로카르노 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후 뉴욕 건축 & 디자인 필름 페스티벌 초청,

밀라노 디자인 필름 페스티벌 관객상 수상에 이르기까지 전세계 건축 & 디자인 관련 영화제에서 찬사를 받은 <마리오 보타 : 영혼을 위한 건축>은 건축계의 거장으로서 그가 남긴 작품들을 체험하게 할 뿐만 아니라 예술을 넘어선 종교적 신념, 물질 그 너머의 영원에 대한 거장의 성찰이 돋보이는 영화다.

먼저 시선을 잡은 메인 포스터에는 두 개의 아치가 보인다. 액자처럼 장면을 감싸는 아치가 있고, 그 안에 아치 형태의 교회 실내를 응시하는 마리오 보타가 있다. 로마 시대를 거쳐 이후 등장한 교회와 수도원 건물에서 주로 보이던 아치는 고딕양식에서 절정을 이루다 철근 콘크리트의 시대가 도래 하면서 사라진 듯 했다.

20세기 초 아치에 매료되었던 건축가 루이스 칸이 등장하게 되고, 그에게 아치는 벽돌이 되고 싶은 이상형 그 자체였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마리오 보타와 함께 작업했던 스승이기도 했다. 중세 교회와 수도원에서 주로 보였던 양식이라서인지, 아치는 종교적인 엄숙함과 숭고미를 가미하며, 벽돌과 석재 질감에 잘 어울린다.

어린 시절부터 교회를 통한 종교적 신앙심이 남달랐던 마리오 보타에게 스승 루이스 칸의 영향과 함께 아치는 그의 건축 작업에 중요한 요소였다. 건축가로서 마리오 보타의 작품들 중 성지 건축은 유독 큰 주목을 받아왔다.

영화 속에도 등장하는 스위스 몬뇨의 산 지오반니 바티스타 교회, 중국 이슬람교의 나자후 모스크 사원, 이스라엘 텔 아비브의 심발리스타 유대교 회당 등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를 넘나드는 그의 종교적 건축물은 경계를 허물며 논란과 기적을 일으켜왔다.

인식과 영역의 경계, 종교적 엄숙함과 고립을 넘어선 그의 창의적이고 아름다운 건축은 인간의 영혼을 향한 끝없는 열정을 보여주며, 건축가로서의 재능과 사명감 사이에서 한계를 넘어선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이번 다큐멘터리에서는 마리오 보타가 그의 성지 건축에 대한 열정을 다시 한 번 실현하며, 그가 사랑하는 한국에서 남양 성모 마리아 대성당을 짓게 되는 과정이 상세히 담겨있다.

남양 성모 성지는 조선시대 초기 기독교 신자들이 박해 받았던 대규모 순교가 있었던 한국의 대표적 성지로 경기도 화성시 남양읍에 위치하고 있으며, 성모 마리아 대성당은 통일의 염원을 함께 담아 신자들의 헌금으로 이루어낸 기적 같은 건축물이다.

늘 파격을 일삼았던 마리오 보타의 성지 건축은 유럽처럼 기독교의 오랜 전통이 자리 잡지 않은 한국에서 새로운 도전의 대상이 되었으며, 불가능해 보였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그는 “역사의 흐름 속에서 한국만의 독특한 기독교의 토착화를 보여주며 믿음의 상징이자 인간다움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장소”에 성당을 짓는 것에 대해 남다른 사명감과 애착을 쏟아냈다.

역사를 기억하고 담아내는 것을 건축의 중요한 사명으로 여기며 물질적 성취보다는 인간의 영혼을 위한 건축에 헌신하기 원했던 마리오 보타. 그의 이러한 건축 철학과 함께 빛과 중력의 개념을 인간의 영혼과 역사, 우주와 무한으로 연결시키며, 자신의 건축물을 통해 설명하는 영화 속 장면은 시각적인 압도감을 넘어 황홀함 감동을 선사한다.

붉은 벽돌, 넘쳐흐르는 빛, 지나가는 새와 천사를 볼 수 있게 하는 유리천장 등 뛰어난 미감이 돋보이는 그의 시그니쳐들 역시 잊을 수 없는 여운을 남긴다. 우리의 영혼에 말을 거는 빛의 건축가 <마리오 보타 : 영혼을 위한 건축>은 내년 1월,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포스터= 마리오 보타(Mario Botta. The Space Beyo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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