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쇼노트)=연극 ‘조지아 맥브라이드의 전설’의 한 장면

[무비톡 김상민 기자] 연극 ‘조지아 맥브라이드의 전설’은 미국의 주목받는 스타급 극작가 매튜 로페즈의 작품으로, 2014년 미국 초연 당시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고 미국에서만 약 40여 개 프로덕션에서 제작되었다.

2016년 브로드웨이의 드라마데스크상, 외부비평가상에서 연기상과 의상상을 수상했다. 플로리다의 작은 로컬 바에서 엘비스 프레슬리를 흉내 내는 쇼를 하는 임퍼스네이터(Impersonator) 가수 '케이시'는 이 일을 천직이라 믿고 열정을 쏟지만 삶은 결코 녹록치 않다. 

사진제공(쇼노트)=연극 ‘조지아 맥브라이드의 전설’의 한 장면

통장은 이미 마이너스, 냉장고는 텅 비었고 집주인은 밀린 집세를 내라 독촉한다. 게다가 아내 '조'는 임신 소식을 전하고 설상가상으로 바의 사장은 망해 가는 바를 살려보겠다고 느닷없이 '케이시'를 해고하고 '드래그 퀸'을 섭외해 새로운 쇼를 준비한다. 

벼랑 끝에 선 '케이시', 당장 생계를 이어갈 방법은 술에 취해 쓰러진 '드래그 퀸'을 대신해 무대에 서는 것이다. 얼떨결에 여장을 한 '케이시'는 '조지아 맥브라이드'라는 예명으로 무대에 오른다. '트레이시'는 '케이시'의 멘토가 되어준다. 

사진제공(쇼노트)=연극 ‘조지아 맥브라이드의 전설’의 한 장면

세상의 잣대에 자신을 맞추는 것이 아닌 정체성을 찾아 스스로 전진할 수 있도록 그의 삶에 리듬과 멜로디가 돼 준다. '케이시'의 아내 '조'에 대한 묘사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녀는 극 초반 철부지처럼 묘사되는 '케이시'를 대신해 가난하지만 야무지게 삶을 끌어가는 캐릭터다.

'드랙퀸'으로 변신한 남편을 보고 당황도 하고 화도 내지만, 끝내 그를 이해하고 '드랙퀸 쇼'의 스태프가 돼 남편의 삶을 적극 응원한다. 이 끝 장면에서 관객은 위로와 희망을 얻는다. 세상의 시선으로 본인을 재단한 압박을 털어내고 흥겨운 음악에 몸을 싣고 자유로워진다. 

사진제공(쇼노트)=연극 ‘조지아 맥브라이드의 전설’의 한 장면

'트레이스'는 여장을 하지만 그와 관객은 자신을 조였던 가면과 분장은 마침내 벗어낸다. 박은석의 케이시는 예쁘고 능글맞아 자연스럽게 감정 이입이 된다. 백성광의 트레이시는 너무나 자연스러워 현자처럼 보인다.

'한국무용수' 김남건으로 촉망 받던 무용수였던 백석광의 유연한 몸짓을 보는 것은 덤이다. 박희정의 존은 믿음직스럽다. 트랜스젠더, 드랙퀸 등을 소재로 한 뮤지컬 '헤드윅'을 제작한 쇼노트의 신작 연극이다. 

사진제공(쇼노트)=연극 ‘조지아 맥브라이드의 전설’의 한 장면

자아 정체성 찾기 측면에서 '헤드윅'과 '조지아 맥브라이드의 전설'의 공통점을 찾는 관객들도 일부 있다. 두 작품을 비교하며 자신의 자아를 발견하는 방법을 찾아가거나, 공연제작사 쇼노트의 성향을 파악해나가는 것은 또 다른 관람 방법이다.

케이시 역에는 박은석 외에 강영석, 이상이가 트리플 캐스팅됐다. 강영석의 케이시는 아름답고, 이상이의 케이시는 유연하다는 전언이다. 극은 유쾌, 발랄하다. 

사진제공(쇼노트)=연극 ‘조지아 맥브라이드의 전설’의 한 장면

연극이지만 귀에 익은 팝 음악이 끊임없이 이어져 한 편의 뮤지컬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게다가 케이시 역에 캐스팅 된 세 명의 기대주, 박은석, 강영석, 이상이는 섹시하고 큐트하고 게다가 ‘이쁘기’까지 하다. 특히 케이시의 아내 조 캐릭터는 무시할 수 없는 비중으로 메시지를 전달한다.

먹고 살기 위해 여장을 한 남편의 모습을 발견한 조는 엉엉 울면서 이렇게 말한다. “당신 너무 아름다워. 나보다 휠씬 더 예쁘잖아!”라고. 인정과 탄식이 섞여 있는 조의 울음에서, 그리고 세상이 무너지는 듯 호들갑 떨거나 놀라지 않고 차분히 순응하는 모습은 ‘예상은 빗나가지만 묘한 전복의 쾌감’은 극을 돋보이게 하는 ‘절묘한 한 수’다.

사진제공(쇼노트)=연극 ‘조지아 맥브라이드의 전설’의 한 장면

휘트니 휴스턴의 ‘I Wanna Dance With Some-body’를 비롯해 마돈나, 비욘세 등의 노래는 물론이고 에디트 피아프의 우아한 곡도 무척 흥미롭다. 또 무대 위에서 케이시가 조지아 맥브라이드로 변신하는 모습은 소극장에서만 만끽할 수 있는 매력이다. 케이시가 드래그 퀸으로 변신해야 하는 순간, 무대 위로 헤어, 분장, 메이크업 스태프가 직접 오른다.

트레이시는 백성광 외 성지루도 연기한다. 트레이시의 드랙퀸 파트너 렉시 역은 신창주, 송광일이 나눠 맡는다. 케이시의 아내 조 역은 박희정 외에 유주혜가 캐스팅됐다. 쇼가 열리는 바의 사장 에디는 김승용 몫이다. 공연은 2월 16일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에서 한다.

사진제공(쇼노트)=연극 ‘조지아 맥브라이드의 전설’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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