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톡 김상민 기자] 뮤지컬 '데미안' 프레스콜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유니플렉스에서 열렸다. 이날 프레스콜에는 정인지 김바다 김주연 유승현 전성민 김현진이 참석했다. 지난 7일 막을 올린 뮤지컬 <데미안>이 신선한 시도로 눈길을 끈다. 바로 젠더 프리 캐스팅을 넘어 2인극이라는 '캐릭터 프리' 캐스팅으로 싱클레어와 데미안을 한 사람이 소화하도록 한 것이다.

독일작가 헤르만 헤세의 대표적 소설 <데미안>이 뮤지컬로 재탄생했다. 활자로써 접하는 <데미안>과 무대 위 배우들의 연기와 무대세트, 노래 등 종합적인 감각으로 접하는 <데미안>은 같으면서도 꽤 달랐다.

가장 눈에 띄는 시도는 앞서 말한 것처럼 '캐릭터 프리' 캐스팅. 남녀 배우가 한 명씩 '싱클레어' 또는 '데미안' 역을 맡아 두 인물을 모두 연기한다. 정인지, 유승현, 전성민, 김바다, 김현진, 김주연 등의 배우들이 자신을 소개할 때 멘트가 똑같았는데, 이는 이례적인 풍경이었다.

"안녕하세요, 유승현입니다. 저는 데미안과 싱클레어 역을 맡았습니다." 요즘 캐릭터의 성별에 관계없이 남녀 배우를 섞어 캐스팅하는 '젠더 프리 캐스팅'이 유행인데, 이는 그것과도 다른 형태다. 이대웅 연출은 프레스콜 마지막 순서인 기자간담회에서 "'데미안'의 캐스팅은 '젠더 프리' 이상의 개념"이라며 "한 배우가 모든 배역을 다 소화하는데, 이는 더 상위 개념이라 할 수 있는 '캐릭터 프리' 캐스팅이다"라고 설명했다.

정인지 배우는 "두 배역을 한 사람이 소화할 때 비로소 그 역할이 완성되고, <데미안>이란 작품도 완전해지는 것 같았다"며 그 상징성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읽는 시기에 따라 다르게 다가오는 소설 오세혁 작가는 이날 "제가 3년 전에 <데미안>을 다시 읽었을 땐 '얼굴'에 관한 이야기에서 눈물이 나더라"며

"전쟁에서 싸울 때는 다 같은 얼굴이었는데, 죽을 때는 모두 다른 자신만의 얼굴이었다는 내용을 읽으면서 민족이나 이념이 만들어낸 얼굴로 평생 살아가는 우리지만, 단 한 번이라도 자신의 진짜 얼굴을 하고서 숨을 크게 내쉬어 보자는 마음으로 이 대본을 썼다"고 설명했다.

오세혁 작가는 <데미안>이 줄거리상 그렇게 복잡한 소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헤세가 자신의 지나온 삶 전체를 돌아보고 쓴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독자로서 그 소설을 읽는 시기마다 마음에 다가오는 부분이 각각 달랐다."고 밝혔다.

싱클레어가 데미안을 만나 선과 악의 이분법적인 구분을 벗어나 더 넓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는데, 이런 내용을 뮤지컬로 준비하면서 각 배우들 또한 자신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고 이분법을 넘어선 시야를 갖는 계기가 되었다.

<데미안>은 남녀 배우가 한 명씩 무대에 오르는 2인극이자 고정된 배역 없이 회차에 따라 싱클레어 또는 데미안을 맡는 독특한 구성으로 이뤄진 창작뮤지컬이다. 3월 7일부터 4월 26일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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