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카레니나' 역을 맡은 정선아가 12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주요 장면 시연회에서 열창하고 있다.

12일 오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의 프레스콜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뮤지컬 배우 정선아 이지훈 민우혁 서범석 등이 참석해 하이라이트를 시연했다.

또한 이들과 함께 알리나 체비크 연출과 아리나 코르네 에바 안무가, 한국 제작사 마스트엔터테인먼트의 김용관 프로듀서, 러시아 제작사 블라디미르 타르타코브스키가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안나 카레니나'는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가 쓴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이다. 매혹적인 여인 안나와 귀족 장교 브론스키가 위험한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러시아 모스크바 오페레타 씨어터의 세 번째 작품이다. 

특히 이번 공연은 한국에서 최초로 시도되는 러시아의 라이선스 뮤지컬로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자아내고 있다. 기본적으로 한국과 러시아 사이 문화, 정서 차이도 크거니와 그동안 한국에서는 라이선스 뮤지컬도 대개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 공연이 주를 이뤘기 때문이다.  

배우 최수형, 강지혜가 12일 오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진행된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프레스콜에서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프롤로그에선 낯선 사람이 기차역에서 들어오는 증기기관차로 뛰어드는 사고를 표현한다. 강렬한 음악 속에서 앙상블들이 몸을 합쳐서 증기 기관차를 표현했고, 역장 역을 맡은 박송권이 기차에 뛰어들지 말라고 경고하지만 사망 사고가 일어난다. 이 장면은 안나에게 일어날 비극을 암시하기도 한다.

인류 본연의 인간성에 대한 예술적 통찰을 담아낸 이 작품은 19세기 러시아 상류사회를 배경으로 유부녀인 안나 카레니나와 브론스키 백작의 치명적인 사랑 이야기를 다뤘다. 주인공 안나는 어린 나이에 나이 많은 카레린 백작과 정략결혼했지만, 브론스키 백작을 만나 불같은 사랑에 빠진다. 결국 그는 부정한 여인으로 낙인 찍혀 사교계에서 추방당한 안나는 열차에 치여 목숨을 끊는다.

'안나 카레니나' 역을 맡은 정선아가 12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주요 장면 시연회에서 열창하고 있다

안나의 오빠인 스티바 오블론스키 부부의 사이가 나빠진다. 안나는 이들의 사이를 중재하기 위해 모스크바에 도착한 기차역에서 알렉세이 브론스키와 운명적으로 만나게 된다. '왜냐고' 장면에선 안나와 브론스키가 기차역에서 재회한다. 안나는 브론스키의 적극적 구애에 결국 감정의 벽을 허물고 뜨겁게 사랑을 나눈다.

스케이트장 장면에선 러시아 배우들이 직접 스케이트를 타며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이들은 국내 무대 사정상 바퀴가 달린 롤러블레이드를 타고 연기했지만 러시아에선 얼음 위에서 스케이트를 탔다는 후문이다.

러시아 배우들이 12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주요 장면 시연회에서 19세기 복장을 입고 스케이트를 타고 있다.

러시아에서 직접 건너와 연출을 맡은 알리나 체비크는 한국과 러시아 뮤지컬의 차이점에 대해 "저희가 여기에 와서 한국 동료 분들, 배우 분들과 많은 얘기를 나눴는데 사실 큰 차이는 없다"고 했다. 그는 "얘기를 나누다 보면 결국 저희가 서로 이해가 되고 한국 정서에도 비슷한 면들이 많았더라"라며 선을 그었다.  

다만 그는 "차이점을 꼽자면 아마 제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저희 쪽에서는 이렇게 제작하고 다른 나라에서는 다른 식으로 제작할 수 있듯이 저희 러시아에서는 드라마 학교가 따로 있고 드라마 학교들 간의 차이가 있다 보니까 제작의 차이는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지만 저희 원작을 안 읽더라도 저희 작품을 보시면 이해 안 되거나 하는 부분은 없을 것 같다. 어느 나라에나 보편적으로 있는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다루는 작품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연출가 알리나 체비크(왼쪽)가 12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주요 장면 시연회에서 러시아 뮤지컬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공연제작사 마스트엔터테인먼트 김용관 대표는 "한국 뮤지컬 시장 발전에 버라이어티한 경험을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한국에서 '안나 카레니나'의 세계 첫 라이선스 공연을 하는 점을 짚으며 "'안나 카레니나'의 한국 공연은 러시아에서 해외로 나간 뮤지컬의 첫 케이스"라면서 "우리는 태양의 서커스, 뮤지컬, 축구시합, 전시 사업도 한다. 다양하게 해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안나 카레니나' 역을 맡은 정선아가 12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주요 장면 시연회에서 열창하고 있다.

작품의 타이틀 롤을 맡은 정선아 역시 “마지막에 안나가 열차에 몸을 던지는데, 특히 그 장면을 집중해서 연기한다. 관객들에게 행복과 사랑, 미래, 죽음에 대한 물음표를 남겨주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관객들에게 행복과 사랑, 미래, 죽음에 대한 물음표를 남겨주고 싶다”고 바람을 전하기도. 그렇기에 “다른 뮤지컬에서는 느끼지 못한 아픔과 고통, 행복을 ‘안나 카레니나’를 통해 느끼길 바란다”고 관전 포인트를 전했다.

이어서 “연출가님이 불타는 사랑을 표현하면서 잘 모르냐고 하더라”면서 “게이지를 올리기 위해 연습 때 노력했다”고 전했다.

브론스키 역을 맡은 이지훈이 12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주요 장면 시연회에서 '안나 카레니나' 역을 맡은 정선아를 유혹하고 있다.

뮤지컬스타 민우혁이 ‘안나 카레니나’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민우혁은 “이 작품을 하면서 세계가 주목할 만한 작품이 탄생했다고 생각했다. 훌륭한 스태프와 최고의 배우들과 만들 수 있다는 영광을 갖게 돼 정말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안나 카레니나'가 왜 '안나 카레니나' 인지 알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지훈은 러시아 뮤지컬과 한국 관객 사이의 정서적 차이에 대해 "한국 사람들의 기본 정서가 배려하고 남을 먼저 생각하고 나는 조금 더 낮은 자세로 임하는 겸손함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상대를 대하더라도 조금 더 편하게 대하기 위해 항상 노력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런데 러시아에서는 겸손보다는 저돌적이고 자신감이 풍만한 모습이다. 인사할 때도 우리는 허리 숙여 인사하는데 러시아에서는 고개만 끄덕이는 게 기본이라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또한 "그런 생각의 차이를 습관이나 연기로 바꾸는 데 굉장히 많은 시간이 걸렸다.

기본적으로 작품 자체가 발레를 기본으로 하다 보니까 사람의 서있는 자태나 모습을 연출님이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써서 우리도 모르게 무대에서 섰던 바르지 못한 모습들을 '안나 카레니나'를 통해 좋게 바꿨다"고 했다. 

서범석은 "저는 지금도 고민되는 부분이 정중동에 관한 부분이다. 이 인물을 표함에 있어서 우리는 기본적으로 관객에게 조금 더 큰 동작과 큰 감정을 표현하는데 제가 맡은 카레닌은 굉장히 정적이면서 내면에는 피가 끓는 인물이다. 그 차이를 좁히기 위해 아직도 생각이 많다"고 했다.  

한편, 안나 역을 정선아와 나눠 맡은 배우 옥주현은 건강에 이상이 생겨 주요 장면 시연회에 불참했다. 공연 관계자는 "옥주현이 컨디션 난조로 부득이 빠지기로 했다"며 "공연 일정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연출 알리나 체비크)’ 공연장면 중 안나(정선아 분)가 브론스키를 걱정하고 있다

장르의 음악으로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의 서사를 견고하게 연결해 줄 음악 역시 기대를 모은다. 

오케스트라가 빚어내는 클래시컬한 선율뿐만 아니라 관객의 귀를 단숨에 사로잡는 전자 악기의 콤비네이션은 배우들의 감정을 오롯이 표현해낼 뿐만 아니라 클래식부터 락, 팝, 크로스오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40여 곡의 넘버로 장면의 서사를 그대로 담아낸다.

또한, 현악기의 풍부한 선율을 중심으로 곁들여지는 강렬한 기타 사운드는 극에 대한 긴장감을 높이는 동시에 관객들로 하여금 '안나'의 매혹적인 삶에 한층 더 몰입하게 만든다.

제작사 마스트엔터테인먼트의 김용관 프로듀서와 러시아 제작사 블라디미르 타르타코브스키를 비롯해 알리나 체비크 연출, 아리나 코르네 에바 안무가와 정선아, 이지훈, 민우혁, 서범석가 포토타임을 갖고있다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의 대서사시의 배경이 될 무대 디자인 역시 관객들의 기대를 모은다.

2.5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기차 세트를 비롯해 초대형 LED 스크린을 장착한 무대 구조물은 공연 내내 무대 전체를 아름답게 수놓으며 관객들로 하여금 19세기 러시아에 와있는 듯한 착각을 선사할 예정이다.

고풍스럽고 우아한 200여벌의 의상과 각종 소품들은 화려함의 극치라 일컬어지는 19세기 러시아 귀족 사회를 무대 위에 오롯이 표현해 관객을 매료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검증된 탄탄한 스토리라인, 시각을 압도하는 화려한 무대, 황금 캐스팅 라인업으로 흥행 대작 3박자를 모두 갖춘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는 올 상반기 한국 뮤지컬 시장에 흥행 돌풍을 몰고 올지 주목된다. '안나 카레니나'는 2월 25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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