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중구 남산예술센터에서 열린 시즌 프로그램을 공개하는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남산예술센터는 올 한 해 무대를 장식할 동시대성 작품 8편과 공모 프로그램 1개를 공개했다. 왼쪽부터 우연 남산예술센터 극장장, 주철환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 고연옥 극작가, 김정 연출, 경민선 작가, 조현산 연출, 이성열 연출, 강량원 연출, 윤한솔 연출, 김수희 연출, 이경성 연출.

우연 남산예술센터 극장장

“지난 2, 3년 간은 한국 사회가 많이 어두웠다. 이번 2018년은 그런 사회 문제를 넘어선 이후에 작가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이야기하려 한다. 성찰과 되짚기라는 키워드로 무대를 구성했다.”

남산예술센터 우연 극장장은 2018 시즌을 열며 이같이 밝혔다. 사회에 문제를 제기할 필요성이 있었던 시간을 지나 새 시대를 맞는 현재의 한국사회를 비추려 한다는 설명이다. 성찰과 되짚기를 통해 우리 사회와 우리의 내면을 들여다 보려 한다는 것. 

‘처의 감각’은 지난 2016년 ‘곰의 아내’로 공연된 바 있다. 당시 고연옥 작가와 고선웅 연출은 원작에 대한 의견 차이를 보였다. 결국 공연은 고 연출의 각색으로 막을 올렸고 큰 사랑을 받았다. 이번 공연은 고 작가의 원작을 그대로 무대화한다.

우 극장장은 “공연된 바 있는 작품을 신작 초연으로 올리는 이유는 제작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들을 관객과 평단 모두에 공개하고 토론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고연옥 작가는 “제안을 받고 기쁘기보다는 무서웠지만 더 늦기 전에 길을 가보고 싶었다”며 “좋은 공연으로 보답하고 싶다.

무대를 잃어가는 좋은 전업 작가들의 작품들이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쟁에서 남편을 잃은 슬픔 때문에 손으로 항상 자신의 아픈 가슴을 쓸어내리는 색시에 대한 민담을 바탕으로 했다. 어느 날 색시의 손은 더 이상 색시의 아픈 가슴을 만지기 싫다며 스스로 떨어져 나와 떠나 버린다.  

경민선 작가는 "이야기를 연극으로 표현하기 힘들었는데, 예술무대 산의 상징적인 장치가 표현의 좋은 수단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우 극장장은 “남산예술센터에 인형극이 올라가는 데에 놀라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아픔을 손으로 쓸어내리던 여성에게서 손이 떠나버린 이야기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물리적으로 가슴 아픈 일을 겪고 있는 사람이 많다”며 “관객 여러분과 남산 무대에 서는 인형들이 함께 아픔과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서울문화재단 주철환 대표

윤한손 연출이 이끄는 그린피그 단원들이 공동창작하는 '이야기의 방식(方式), 춤의 방식(方式)-공옥진의 병신춤 편'은(10월 4~14일)은 콘솔 게임 등에서 이용되는 키네틱 센서를 이용해 공옥진의 병신춤의 동작을 복제하고, 이를 통해 춤을 배우며 현재화하는 연극적 방식을 선보인다. 

한국 소설의 지면을 무대 위에 극화하는 작업도 있다. 동아일보 기자 출신으로 스타작가로 자리매김한 장강명 작가의 소설이 바탕인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9월 4일~14일)이다. 

정진세 작가가 각색, 극단 동의 강량원 대표가 연출을 맡았다. '제20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인소설은 살인을 저지른 남자, 남자와 서로 사랑한 여자, 남자에게 자식을 잃은 어머니 세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기억과 고통, 속죄라는 본질적인 문제를 다룬다. 강 연출은 "연극은 한 사람이 꾸는 꿈, 소설 등 다양한 생각을 다 해볼 수 있게 열려져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봄이 오는 길목 3월에는 제8회 현대일본희곡 낭독공연(3.9~3.11)이 공연된다. ▲서치 라이트(3.13~23) ▲에어콘 없는 방(5.17~6.3)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9.4~16) ▲이야기의 방식, 춤의 방식-공옥진의 병신춤 편(10.4~14)도 관객을 만난다.

‘서치라이트’는 제작 전 단계의 작품 콘텐츠를 사전 공유하는 남산예술센터의 공모 프로그램이다. 신작을 준비 중인 개인 및 단체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지난 1월 14일까지 2018 참가작 공모가 진행됐다. 3월 무대에는 최종 선정된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에어콘 없는 방’은 고영범 작가와 이성열 연출의 작품이다. 고국을 찾은 70대 노인이 겪는 하룻밤을 담는다. 1930년대와 40년 해방 정부, 70년대 유신 직후의 공간이 뒤섞이면서 한국 근대사의 슬픈 여정을 이야기한다.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은 정진세 작가와 강량원 연출이 이끈다. 2015 제20회 문학동네작가상을 수상한 장강명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동급생을 살해하고 15년간 복역한 남자가 동급생 어머니에게 살해당할 것을 알면서도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세상으로 나오려 하는 이야기다.

‘이야기의 방식, 춤의 방식-공옥진의 병신 춤 편’은 윤한솔 연출이 지휘한다. 전통이라는 장르 속 우리가 간과하고 있던 공감의 지점을 무대 위로 올리는 작품이다. 윤 연출은 “공옥진 선생님의 병신 춤을 배워보고 연습하는 시간을 만들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겨울무대는 ▲어쩌나, 어쩌다, 어쩌나(10.25~11.4) ▲두 번째 시간(11.15~25) ▲나와 세일러문의 지하철 여행(12.5~7)가 채운다. ‘어쩌나, 어쩌다, 어쩌나’는 최치언 연출이 맡았다. 80년대를 배경으로 용기에 대해 말하는 작품이다. 강도 누명을 쓴 남자와 그를 잡고 용감한 시민상을 받은 남자로 이야기를 연다.

거대한 시대가 던져준 질문을 개개인이 어떻게 해결해가는지에 초점을 둔다. ‘두 번째 시간’은 이보람 작가와 김수희 연출의 만남으로 관객을 찾는다. 독재 정권 시절 의문사로 죽은 남편을 둔 부인의 삶을 담는다. 기록된 역사에서 벗어난 평범한 사람들의 역사를 말한다.

끝으로 ‘나와 세일러문의 지하철 여행’은 한국과 일본, 홍콩의 국제공동제작 프리-프로덕션이 진행한다. 한국에서는 이경성 연출이 참여한다. 최근 대통령 탄핵과 촛불 집회 등을 통해 나타난 한국의 세대 간 대립, 일본사회 재난과 경제침체로 인한 세대갈등, 홍콩의 노란 우산 집회 속 대립 등을 논한다. 한국, 일본, 홍콩의 연출들이 시대와 세대를 바라보는 관점에 주목한다. 

남산예술센터는 지난 2년 동안 프로그램을 통해 검열, 블랙리스트, 국가폭력, 예술계 내 성폭력, 사회적 소수자, 독재 등을 다뤄왔다. 우연 극장장은 올해는 한국사회가 당면한 문제의 근원을 점검하는 작가들의 움직임을 포착하는 한 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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