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녀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김성녀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은 2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창극 '심청가'는 한마디로 안숙선 명창을 위한 헌정 작품"이라며 "안숙선 명창이 작창을 맡아 손진책 연출과 함께 공연시간 5~6시간 분량의 판소리 심청가를 2시간 분량으로 압축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달 11일 임기가 끝날 줄 알고 남편(손진책)을 초빙한 것인데 임기가 연장돼 이 자리에 함께 나와 쑥스럽다"면서도 "손 연출은 그 동안 다양한 '심청전'을 만들었기 때문에 누구보다 적임자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손 연출은 "개인적으로 다섯 바탕 중 '심청가'를 가장 좋아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 부를 수 있다. 국립창극단이 김성녀 예술감독 취임 이후 서구 리얼리즘에 판소리가 가미된 현대적 창극을 선보여왔다면, 저는 판소리 위주의 창극을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판소리는 북소리에 맞춰서 하는 1인 공연하는 형태라면, 창극은 완성된 장르가 아니라 완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연출·장식적인 부분은 최대한 배제하고 미니멀하게 소리만 돋보이게 작업하고 있다. 아름다운 '심청가'의 소리를 오롯이 전해서 관객들에게 판소리의 정수를 들려주고 싶다"고 전했다.

수많은 창극의 작창을 맡아온 안숙선은 국가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산조 및 병창 보유자이다. 소리꾼으로는 드물게 판소리 다섯 바탕을 모두 완창했다. 안숙선과 손진택은 창극 '심청가'를 통해 우리 소리의 힘을 보여주자는 것에 서로 동의했다. 

안 명창은 "판소리는 정지돼 있는 게 아니라 한없이 나아간다. 판소리야말로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정서와 몸짓, 음악, 색깔 등을 담아낼 수 있다. 일본의 가부키, 중국의 경극처럼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창극이 나왔으면 좋겠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아울러 "5∼6시간 분량의 판소리 '심청가'를 2시간에 압축하다 보니 도려낸 아까운 소리가 많다. 그러나 드라마가 엮어지는 장면은 절대로 빼 놓을 수 없다. 심청이가 물에 빠지는 장면, 박씨 부인이 심청을 두고 죽는 장면 등 눈대목(하이라이트) 등은 빼놓지 않고 잘 배치해 넣었다"고 설명했다.

200편이 넘는 창극·오페라·뮤지컬·연극에 참여한 이태섭이 무대 디자인을 맡는다. 한국의 미를 극대화시킨 현대적인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아쟁 명인이자 남도 음악에 능한 이태백이 음악감독으로 참여한다. 

'어린 심청'역 맡은 민은경이  "심청이 인당수에 빠지기 전 아버지가 혼자 살 수 있도록 집을 정리하는 장면"을 백미라고 꼽았다.

민은경(36)과 이소연(34)이 심청가의 소리를 제대로 들려줄 적임자로 낙점됐다. 민은경은 어린 심청을 맡아 인당수에 빠져 용궁에서 어머니와 만날 때까지를 연기하고, 이소연은 연꽃에서 환생해 황후가 된 심청 역을 맡아, 심봉사가 눈을 뜨는 마지막 대목까지 연기한다.

이번 작품에서 '어린 심청'역을 맡은 민은경은 심청 역과 인연이 깊다. 그는 2006년 창극 '십오세나 십육세 처녀'에서 심청 역을 처음 연기했고, 2017년에는 완창판소리 '강산제 심청가'와 마당놀이 '심청이 온다'에서도 심청 역을 맡은 바 있다. 그는 "심청가는 감정이 복합적이고 기복이 크기 때문에 힘든 작품"이라며 "감정의 격해짐을 소리로 어떻게 다 표현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후 심청 역을 맡은 이소연은 2013년 국립창극단에 입단한 이후 이번에 심청 역을 처음 연기한다. 그는 "아무래도 성숙한 이미지가 있어서 황후 심청 역에 낙점된 듯싶다"며 "너그럽고 자비로우면서도 소신과 강단이 있는 황후를 연기하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번 작품에서 백미인 장면을 다르게 꼽았다. 민은경은 "심청이 인당수에 빠지기 전 아버지가 혼자 살 수 있도록 집을 정리하는 장면은 상상만 해도 눈물을 참기 어렵다"고 했고, 이소연은 "심봉사가 마지막에 눈을 뜨는 장면에서 시원한 감정이 든다"고 말했다.

유태평양은  “외국에 나가면 평소에도 안 먹던 김치를 찾게 된다. 어떤 퓨전음악이든 대중음악이든 외국을 나가면 전통과 비교가 되더라”고 말을 시작했다.

이어 “판소리가 한국인들에겐 익숙하고 정서 속에 있는 음악일 수 있지만 외국에 나가면 더 경쟁력이 생긴다. 힙합이나 일렉트로닉 음악이 한국으로 들어와서 각광 받고 있듯이 한국 음악도 외국에 나가면 각광 받는다”고 자신의 생각을 피력했다. 

영화 '해어화' '조선마술사', 오페라 '동백꽃 아가씨', 연극 '햄릿' 등에서 젊고 관능적인 한복을 선보인 한복 패션 브랜드 '차이킴'의 김영진 디자이너가 의상을 맡았다.

김 디자이너는 "우리 소리라는 재료가 너무 좋아요. 의상에 디자인을 한다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라면서 "손진책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 고유의 미학을 잘 전달하는 것을 의상으로 하고 싶습니다"고 디자인 방향을 소개했다. 

국립창극단은 '웰메이드 창극'을 만들어온 단체다. 초기 창극은 소리꾼이 여러 배역을 맡아 노래하는 '분창(分唱)' 형식이었는데, 국립창극단은 대형화 , 현대화에 성공했다. 

특히 2012년 김성녀 예술감독 부임과 시즌제 도입 이후 '판소리 다섯 바탕의 현대화 작업'을 펼쳐왔다. 아힘 프라이어의 '수궁가'(2011·2012), '안드레이 서반의 다른 춘향'(2014), 이소영의 '적벽가'(2015), 고선웅의 '흥보씨'(2017) 등이 그것이다. 

이들 작품은 판소리 다섯 바탕 중 네 바탕에 기반을 둔 것이다. 나머지 한바탕을 재해석한 손 연출의 '심청가'가 마지막 주자로 나서는데 전작들과 달리 판소리에 초점을 둔다. 명창 안숙선의 작창과 도창이 중심이 되는 이유다. 

국립창극단 창악부장 유수정이 안 명창과 함께 도창으로 무대에 번갈아 오른다. 민은경이 어린 심청, 이소연이 황후 심청을 나눠 연기한다. 김금미는 뺑덕, 유태평양은 심봉사 역으로 캐스팅됐다. ‘심청가’는 오는 4월 25일부터 5월 6일까지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한다. 
 

저작권자 © 무비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