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바람 불어 별이 흔들릴 때'(연출 안경모)의 프레스리허설이 17일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극장 자유소극장에서 열렸다. 현장은 전막 시연으로 이루어졌다.

배우 최불암, 문창완, 정찬훈, 이종무, 성열석, 주혜원, 박혜영 등이 참석했다. 최불암은 1993년 아서 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을 각색한 연극 <어느 아버지의 죽음>에 출연한 이후 25년 만에 연극무대에 다시 선다.

2007년 한국연극 BEST 7으로 선정되며 연극계에 파장을 일으킨 연극 <해무>의 연출-작가 콤비가 국민 배우 최불암과 만나 더욱 인상 깊은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전달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김민정 작가는 천문대에서 별을 바라보다 작품 창작의 영감을 얻었고, 우주에서 바라보는 지구인의 기쁨과 슬픔, 그리움과 애틋함을 소재로 극작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관객에게 “당신의 삶은 어떠합니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한다.

‘해무’에 이은 김민정 작가와 안경모 연출의 두 번째 콤비작으로 외계에서 왔다고 주장하며 뭔가를 찾아 헤매는 노인(최불암)을 통해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대해 논한다. 

극은 사고로 불구가 된 남편(정찬훈)을 돌보는 아내(주혜원), 10년 전 트래킹 사고로 트라우마에 시달리다 행방불명된 천문학도 준호(이종무)와 그를 찾아 나선 친구 명수(성열석)와 진석(문창완), 회사생활에 어려움이 닥친 세일즈맨 진석과 그 진석이 차도로 밀쳐버린 노인 사고를 조사하는 경찰 명수 등 세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다.

안경모 연출은 "가장 중요하게 의도했던 부분은 작품에 그려진 것처럼 모든 배우들이 하나의 별처럼 보여졌으면 했다"며 "니체의 말 중 '춤추는 별이 탄생하려면 내면에 혼돈이 있어야 하다'는 문장을 많이 고민했다. 각 인물이 가지고 있는 갈등과 고민을 하나의 빛으로 만들기 위해 많이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작품을 준비하면서 다시 별을 보는 기회를 가졌다. 소백산 천문대에서 별을 보면서 나라는 사람은 우주에서 미진한 존재라는 반성과 경이로움,

그 우주라는 공간 속에서 얼마만큼 소중한가라는 질문들을 했다"며 "나를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떤 수식어를 제외하고도 대단히 소중하고 존엄한 존재라는 것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작품은 자신이 외계에서 왔다고 주장하는 노인이 각자 상처와 짐을 짊어지고 사는 군상들과 조우하는 이야기다. 등장하는 장면이 많지는 않지만, 노인의 역할은 극의 주제 그 자체다.

‘대체 내가 누군지 모르겠다’고 가슴을 치는 여인에게 “별은 거기에도 있어”라고 다독이고, 인형탈을 쓰고 눈물짓는 사내를 보듬는다.

“수천만의 별이 이미 지상에 내려와 있는데 왜들 못 보고 있느냐”는 노인의 독백은 지금 여기에서 살아가는 모두가 별과 같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최불암씨는 “며칠 전 신문을 보니까 우리나라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에 최고로 자살률이 높대요. 그 기사를 보면서 이 연극을 하길 잘했다고 생각했어요.

시름을 가진 젊은 사람들에게 삶의 가치를 깨닫게 할 수 있는 작품, 그들의 아픔을 위로하고 희망을 줄 수 있는 작품을 하나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랜만의 연극 작업이 녹록하진 않았다.

암전 속에 등장하고 퇴장할 때 헛발질할까 걱정하고, 대사를 까먹을까 불안하기도 했다고 한다. “떨리진 않는데 불안했어요. 타이밍을 잘 맞출 수 있을까,

후배들과 잘 호흡할 수 있을까. 공연기간 동안 건강은 유지되려나. 밤에 제대로 잠을 못 자고 어제 <한국인의 밥상> 녹화하러 이동할 때도 중얼중얼 대사를 외우고요.”

그럼에도 무대에 선 데는 작품이 주는 메시지가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관점과 닿아 있기 때문이다. “제 나이는 연극할 시간을 잃었어요. 아까 계단 올라오는데도 (암전에서 잘 안 보이기도 하고)….

그런데 이번 작품에 내가 정말 부르짖고 싶은 삶의 의미가 담겨 있으니까요. 대신 다리 ‘몽둥이’가 부러진들 어쩌랴 하는 각오로 섰습니다.”

그는 “물질적 성공을 향한 개인주의로 세상이 흐르면서 함께 삶을 공유하는 데 대한 철학들은 분명치 않은 것 같다”며 “돈이 없더라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 무엇을 믿고 어떻게 방향을 잡고 살아가야 하는 것인가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차기작에 대한 기대에 대해서는 “제가 39년생이다. 백세 시대라고들 말하지만, 벌써 80세다”라면서 “아주 노인 역할이 아니면 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누가 ‘이게 고별 작품이냐’라고 물으면 ‘아니다’라고 답하겠지만, 이 작품이 나를 정리하는 시간이란 느낌이 든다”고 했다.

1959년 연극 <햄릿>으로 데뷔한 그는 내년이면 연기인생 60주년을 맞는다. 그는 ‘그 긴 세월 동안 자신을 붙들어준 힘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광대’라는 단어를 내놓았다.

배우들은 먼저 최불암에게 "함께 해서 영광이다. 많은 것을 배웠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정찬훈은 "기술 이전에 시대정신, 연극을 접할 때 기본적인 예의와 매너들을 많이 배웠다.

작품, 배우, 대사는 시대를 반영해야 한다는 것을 특히 배웠다"고 말했다. 성열석은 "의외로 생각하는 감각이 더 젊다.

연기하는 모습을 보며 정확한 호흡, 여유 등을 공부한다"고, 주혜원은 "열정이 대단하셔서 저희가 따라갈 수 없을 정도다. 힘들어할 때 굉장히 많은 조언을 해주셨다"고 말했다.

한편, 연극 '바람 불어 별이 흔들릴 때'는 오는 18일부터 5월 6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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