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스모크(연출 추정화)’의 프레스콜이 오늘(3일) 오후 1시 서울 대학로 DCF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에서 열렸다. 현장은 하이라이트 시연과 창작진 및 주조연 간담회로 이루어졌다. 배우 김종구, 김경수, 임병근, 박한근, 황찬성, 강은일, 김소향, 정연, 유주혜가 참석했다.

공연은 지난해 트라이아웃과 초연을 거쳐 올해로 재연을 맞았다. 창작진은 재연을 맞아 캐스팅은 물론 다방면에서 변화를 꾀했다. 무대를 반원형으로 에워싸는 돔을 세워 이상의 대표작 '거울'을 형상화 함은 물론, 홍 역의 서사를 위해 솔로 넘버를 추가했다. 또한 작품 전반에 걸쳐 편곡을 진행, 초연보다 한층 풍성한 서사와 감정을 전달하고자 했다.

추정화 연출은 초연에 이어 재연에서 달라진 변화에 대해 "트라이아웃 때부터 지금까지 사실은 단 하나의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 다만 꾸림에 있어서 조금 더 구체화되고 현실적으로 시각화되는 부분에서 훨씬 더 제가 표현하고자 한 바와 가까워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어 그는 "트라이아웃 때부터 모든 스태프들 사이에 '거울'을 어떻게 형상화할지가 관건이었다"며 "트라이아웃 때는 플로어 바닥이 큰 거울이라 그 안에서 세상을 표현했는데 아무도 몰랐다. 표현한 저희끼리만 알았다.

초연 때에는 무대 디자이너 님과 거울이 내내 없지만 있을 수 있는 무대가 뭐가 있을까 고민했다. 그러다가 데칼코마니를 떠올렸다. 그런데 그때도 많은 감독님들이 훌륭하게 표현해주셨다. 그런데 이번에 재연에 들어서며 또 조명 감독님과 무대 디자인이 바뀌면서 그렇게만 거울을 생각하지 말고 무대 전체를 거울로 생각하고 싶었다.

저희 무대 자체 전체가 나름대로 거울을 세우고 있다. 무대에서 현란한 거울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 부분을 표현한 게 발전적"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초연을 꾸리고 배우님들의 한 팬 분에게 '왜 홍의 캐릭터를 그렇게 밖에 표현하지 못했냐'는 얘기를 들었다. 그게 저한테는 숙제였다.

트라이아웃 때 했던 홍의 절박함을 제가 초연 때는 잘 못 넣었다. 그런데 재연에 와서는 배우님들의 도움과 함께 초연 때 사라졌던 트라이아웃 홍의 넘버를 다시 가지고 옴으로써 홍의 캐릭터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표현했다.

저는 사실 홍의 '나를 붙들고 살아. 버텨'라는 말이 제 가슴에 와 닿을 때가 있다. 그 노래가 있음으로 인해서 홍의 캐릭터가 조금 더 강해지고 더 구체적인 모습을 갖추게 돼지 않았나 싶다. 넘버도 몇 군데에서 확장시켜봤다. 음악적인 완성도 면에서도 더 깊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생전은 물론 현대까지 난해한 시인으로 평가받는 이상이기에 그를 다룬 뮤지컬 '스모크' 역시 난해하다는 평가에 휩싸이기도 했다. 초, 해, 홍이라는 외자의 이름을 가진 세 남녀의 얽히고설킨 관계도 그렇거니와 중반까지 세 사람을 둘러싼 미스터리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기 때문.

이상이란 시인의 천재성과 그로 인한 복잡함이 뮤지컬에도 담긴격이다.

이에 이상 시인에 대한 평가를 묻자 추정화 연출은 "이상 시인에 대해 말을 하기엔 제가 알지 못한다. 까도 까도 모르겠고 너무나 새로운 것들이 많이 나오는 분이다.

정말 대단한 분이고 이 시대에 태어나셨다면 지구 최고의 래퍼가 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현란한 말의 유희를 하실 수 있는 분이다. 실제 7개 국어를 했다는 말까지 있다"며 혀를 내둘렀다. 

그러면서도 추정화 연출은 "감히 이상 시인이 어떤 분이냐 한마디로 얘기하자면 저는 그를 '용사'라 부르고 싶다. 그의 삶은 그렇지 못했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사실 저는 13인의 아해가 도로를 질주하고 있다는 글을 읽을 때 가슴이 너무 뛴다.

무한대로 질주하는 어떤 힘을 느꼈다. 이상 시인의 12라는 숫자로 한계점을 얘기했다. 조선총독부를 12라 말하기도 했고, 12월, 12시처럼 한계가 있는 숫자인 12를 뛰어넘는 13인의 아해가 도로를 질주하는 모습이 '용사' 같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상의 '날개'라는 시 그리고 자신의 초상화를 '건축무한육면각체'에서 보여준 걸 보면서 초상화를 시로 쓸 수 있을까, 날개로 어떻게 지식인의 힘 없는 모습이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나아가는 모습으로 끝을 낼까 생각했다.

그런 모습이 저는 용기 있는 용사인데 무언가에 갇혀 시대를 뛰어넘고자 애썼던 것 같더라. 실제로 그가 시대를 뛰어넘지 못했는지, 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사'라 부르고 싶다. 그래서 이 '스모크'를 쓰고 싶었던 것 같다"고 강조했다.  

황찬성은 '스모크'에서 해 역을 맡았다. 지난해 일본에서 뮤지컬 '알타 보이즈'와 '인터뷰'로 먼저 무대 경험을 쌓았으나 '스모크'를 통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뮤지컬 관객들을 만나게 된 것. 이와 관련 황찬성은 "일본에서 한 '알타 보이즈'와 '인터뷰' 모두 한국에서 연습했다. 그래서 사실 '스모크'와 준비하는 과정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세 작품 다 한국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처음 뮤지컬을 경험한 게 '알타 보이즈'였는데 그 때 연출이 추정화 연출님이었다. 그 게 인연이 돼서 '인터뷰'까지 했고 '스모크' 대본도 보고 싶다고 말씀을 드려서 보게 됐다"고 출연 계기를 설명했다. 이어 황찬성은 "대본을 받고 그 자리에서 세 번 정도 읽었다.

처음 읽을 때는 이게 뭔가 이해는 안 되지만 마음이 동하는 느낌이 있었다. 두 번째 조금씩 이해가 됐다. 세 번째 읽었을 때는 감정도 느낄 수 있었다"며 "연습하면서도 많이 배웠다. 되게 특이하고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하게 됐다"고 말했다.

뮤지컬 배우 김소향이 창작뮤지컬 '스모크' 재연에 합류, 대학로에 돌아온 소감을 전했다. 동양인 최초로 브로드웨이 뮤지컬 '시스터 액트'에서 메리 로버트 역을 맡아 화제가 됐고 밀도 높은 연기로 주목받았다. 김소향은 '스모크'에서 홍 역을 맡아 새롭게 재연에 합류했다.

김소향은 "재연에서 합류했다. 오랜만에 대학로에 서서 걱정도 했다"며 "좋은 배우들에게 좋은 기운을 받아서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소향과 함께 배우 정연, 유주혜가 홍 역을 맡아 열연 중인 가운데 김소향은 "어떤 작품보다도 이 3명의 배우가 서로 다르다.

저와 정연씨, 주혜씨 모두 성격이나 외모 모두 너무 달라 정말 재미있게 했다"고 전했다. 김소향은 "홍의 포인트는 이 각자 다른 세 사람이 홍이라는 사람을 어떻게 해석하고 연기하느냐, 그로 인해서 초와 해가 어떻게 치유되는지를 봐주셨으면 좋겠다"며 "저희가 해와 초를 대하는 방식, 말투, 노래 스타일이 너무 다르다.

그에 초점을 맞춰 달라"고 당부했다. '스모크'의 막내로 합류한 강은일은 "정말 한 분도 빠짐없이 도움을 주셨다. 한근이 형님이 남아서 레슨처럼 선생님같이 도와주셨다. 그렇게 해준게 처음이었다. 소향이 누나는 항상 저를 위해서 말을 많이 해줬다. 항상 준비하면서 너무 행복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끝으로 초 역을 맡은 김경수는 "초연에 이어 재연도 하게 됐는데 형, 누나, 동생들과 함께해 기분이 좋다. 정말 매력적이기 때문에 많이 찾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스모크'는 근대 문학을 대표하는 천재 시인으로 평가 받는 이상 시인의 작품 '오감도 제 15호'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들어진 창작 뮤지컬이다. 지난해 초연돼 올해로 재연을 맞았다. 지난달 24일 개막해 7월 15일까지 대명문화공장 라이프웨이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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