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를 넘는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
-한 사람의 기억 의존이 아닌, 인간적 고뇌를 담아

 

'파티마의 기적' 스틸
'파티마의 기적' 스틸
'파티마의 기적' 스틸
'파티마의 기적' 스틸

어제(26일) CGV 용산아이파크몰점에서 열린 '파티마의 기적(이하 파티마)' 시사회에 참석했다. 천주교인들에게는 ‘파티마’라는 단어가 익숙하지만 비종교인의 도움을 돕기 위해 짧게 설명하면, 파티마는 포르투갈에 있는 지역 이름으로,

1917년 성모 마리아가 6개월에 걸쳐 세 아이에게 발현한 곳이다. '파티마'는 그 과정을 재연했다. 영화는 세 아이 중 가장 연장자였으며 가장 오래 살았던 루치아 산토스의 시점으로 흘러간다. 그리고 시작부터, 이 영화는 루치아 수녀의 기억과 언론 보도만을 철저히 따랐다고 시작한다.

'파티마'는 크게 두 시점으로 흘러간다. 첫 번째는 1917년, 그리고 1989년이다. 1917년은 성모 마리아가 파티마에 발현한 연도이고, 1989에는 나이가 든 루치아 수녀가 그녀의 이야기를 쓴 학자가 등장하는데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당시의 상황을 얘기한다. 

'파티마의 기적'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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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치아 수녀의 기록에 따랐다는 영화 초반의 안내문처럼, 1917년은 철저히 루치아 수녀 위주의 시점을 따른다. '파티마'를 다큐가 아닌 영화라고 부를 수 있는 이유는, 그 과정 속에서 보이는 어린 루치아 의 인간적인 고뇌와 갈등을 생생히 그리기 때문이다.

10살 루치아는 사촌 프란치스코(당시 8세), 히야친타(당시 7세)와 함께 코바 다 이리아라는 목초지에서 놀고있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하늘에서 번개가 치더니 세 아이 앞에 있는 떡갈나무 위에 흰 옷을 입은 한 여인이 나타났다. 

여인은 16세 정도 되어 보였으며 눈부신 흰 옷을 입고, 기도손을 하고 있었으며 손에는 얇은 묵주를 들고 있었다고 한다. 여인은 죄인들의 회개를 위해 기도하라고 당부했고, 아이들은 곧장 마을로 달려와 본인들이 성모 마리아를 보았다고 말했다.

당연히 어린 아이들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는 사람들은 없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매달 약속한 시간에 성모 마리아를 만났고, 그들의 만남이 지속되는 동안 마을 사람들이 전쟁으로 스러져가는 모습을 보며 루치아는 슬픔과 고뇌를 겪는다.

'파티마의 기적' 스틸
'파티마의 기적' 스틸
'파티마의 기적'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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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7년은 1차 세계 대전이 한창 일어나고 있을 때였다. '파티마'는 그런 루치아의 현실과 심리를 잘 담아냈다. '파티마'를 좀 더 잘 이해하려면 파티마의 성모 발현을 기록한 문서를 읽는 것도 좋지만, 당시 포르투갈 상황에 대해 간단히 알고 가는 것이 도움이 된다.

1910년 10월 5일에 일어난 혁명으로 포르투갈의 왕정은 붕괴되었다. 왕정이 붕괴된 자리에는 공화정이 들어섰다. 그러나 공화정 내에서는 내분이 끊이질 않아 16년 동안 무려 8명의 대통령, 38명의 총리가 있을 정도였다. 그 중심에는 반종교주의가 있었다.

이들은 혁명으로 정국 주도권을 잡자마자 정교분리법을 제정했는데 모든 수도회를 폐지하고 가톨릭 교회의 재산을 몰수하는 초강경 조치를 취했다. 오랜 가톨릭 국가였고 가톨릭이 폐부에 깊숙이 스며들었던 포르투갈 국민들에게는 도저히 받아들일수 없는 상황이였다.

성모 마리아가 나타났던 1917년은 그런 혼란이 절정에 이르른 시기였다. '파티마'에는 행정관이라는 사람이 등장하는데 그는 완전히 공화정 사람으로 영화의 주 갈등을 이끌어낸다. 행정관과 세 아이들, 그리고 그 중간 어딘가에 서있는 파티마 사람들 사이의 미묘한 신경전을 보는 것도 꽤 흥미로웠다.

'파티마의 기적'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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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마'에서 성모마리아는 발현 때마다 조금씩 다른 말을 하지만, 한 가지 주제를 끊임없이 얘기한다. “회개 하거라. 그리고 기도하여라.” 전쟁과 정권 교체로 한창 흉흉하던 포르투갈에 성모마리아의 메시지는 큰 위안이 되었다.

신자이든 비신자이든 그녀의 말은 포르투갈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이들의 마음을 울렸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발현한 날에는 7만여명의 군중이 몰렸다. 여전히 성모마리아의 모습을 보고 음성을 들을 수 있었던 건 세 아이 뿐이었지만 그 자리에서 성모마리아는 일명 ‘태양의 기적’을 선보이며 본인의 메시지를 잘 들어줄 것을 당부했다.

그로부터 100년이 흘렀지만 인류는 아직도 전쟁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며 설상가상 지금은 세계적 재앙인 역병으로부터 위협 받고 있다. “회개 하거라, 그리고 기도하여라.”라는 백 년 전 메시지가 현재에도 적용될 수 있는 만큼, '파티마'가 다시 한 번 위안의 메시지를 줄 수 있을거라 믿는다. 12월 3일 개봉.

'파티마의 기적' 메인포스터
'파티마의 기적' 메인포스터

'파티마의 기적' 메인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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